‘돌아온 장고’. 영화 제목이 아니다. 그들의 복귀에는 비감함도, 무언가 큰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는 기대도 없다. 오랜 친구 만나듯 그리고 특별한 동요 없이 그들은 돌아왔다. 바로 포크 베테랑들의 복귀 말이다. 어쩌면 복귀라는 말이 적합치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떠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침묵했을 뿐. 그렇지만 지금 그들의 발걸음은 바쁘고, 활기차 보인다. 그 계기가 1999년부터 지속적으로 전개된 포크 리바이벌 이벤트라는 데에는 별 다른 이의가 없을 듯하다. 포크 부활 원년을 선포한 이후 침묵하던 포크 베테랑들이 속속 복귀 신고를 하기 시작했던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포크와 록의 영토를 오가며 1980년대 젊음을 사로잡았던 들국화가 복귀했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성찰적 음악을 펴보였던 시인과 촌장이 원년 멤버로 재건했다. 베테랑들의 행보는 이처럼 세기가 바뀌면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한결같이 꾸준한 모범생처럼 무대를 꾸려왔던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20년 골든 앨범을 출시하고, 1970년대의 인물이었던 양희은과 트윈 폴리오도 음악 인생을 회고하기 시작했다. 방송가, 공연장, 미사리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흐름은 베테랑들의 합창 [Friends]로 집결되고 있다. 중년층의 향수에 의존하는 안이함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때 젊은이의 음악 언어였던 포크가 10대가 장악해버린 주류 가요계에서 어느 부분 대안의 몫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분명 있었다. 소위 386 세대의 문화적 선전 포고라는 일각의 설도 있었지만, 성인을 위한 음악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대개는 우호적으로 넘어갔던 것 같다. 후한 점수 속에는 베테랑의 복귀가 지금, 이곳 주류 가요계에 대한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도 포함되어야 할 듯하다. 장르의 균형 발전도, 분화도 이루지 못한 채 ‘엔터테이너형 댄스 평천하’로 이어온 기존의 판은 지속적으로 ‘다른’ 음악을 고사시켜왔고, 이렇게 가지를 열심히 쳐내고 나니 정작 몸통이 위기를 맞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러니까 베테랑의 복귀는 조로해버린 주류 가요의 틈새에 ‘원조’ 노장이 끼여드는 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다름과 대안이 하필이면 그 옛날 익숙함으로의 복귀라? 여기에서 복귀 그 이면의 그림자를 읽는다. 베테랑의 복귀가 30·40대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은 것이라는 이야기는 앞서 했었다. 낀 세대의 꼬리표를 떼고 어엿한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진입하고 있는 이들의 선택이 복고라는 것은 취향을 개선할 여유도, 의지도 제공하지 않는 허약한 문화 풍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할 수 있다. 성인팬들이라 불리는 이들은 베테랑의 복귀에는 박수를 치며 호응했지만 대개 그들이 들고 온 신보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익숙한 인물이 보여주는 아주 작은 차이도 용납할 수 없을 만큼 취향과 감성은 그 시절, 그 노래에 갇혀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수신, 제가도 벅찬데 치국에 평천하까지 하려면 얼마나 공사다망하겠느냐는… 더구나 그들은 문화마저 정치적으로 이해하며 취향을 가다듬고 분화할 20대 전반기를 유보해왔던 이들이다. ‘정치적으로 올바른’이라는 판단은 안이함을 덮어줄 수 있는 면죄부였다면 지나친 표현이겠지만 정말 그때는 그랬었다. 베테랑의 복귀가 대개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는 이유는 문화의 혁신이 정치적 올바름마저 담보할 수 있다는 ‘포스트 서태지 세대’를 감동시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를 정치적으로 이해하는 세대와 정치마저 문화적으로 이해하는 세대가 의기투합하여 정치판에서는 ‘노풍’이라는 꽤나 익사이팅한 국면을 만들어내는데, 왜 문화로 돌아오면 ‘거대 재벌 이미지 광고에 흐르는 운동가요’ 같은 어색함만 만들어내는 것인지. 어쨌든 베테랑의 복귀에 거는 나의 기대는 이렇다. 이들의 존재가 익숙함의 확인에서 오는 안도감이 아니라, 그 못지 않은 낯설음과 긴장을 가져다주기를, 그리고 1980년대 후미진 밤무대의 음악이 묘한 감동을 주었던 ‘정서의 전도’를 경험하도록 해주기를…. 아멘. 20020415 | 박애경 vivelavie@hanmail.net 관련 글 한국 포크, 그 아름다움의 세계 – vol.4/no.8 [20020416] 정태춘 [정태춘의 새 노래들]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박은옥 [떠나가는 배]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박은옥 [북한강에서]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박은옥 [무진 새 노래]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 [아, 대한민국…]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박은옥 [92년 장마, 종로에서]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박은옥 [정동진 / 건너간다]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박은옥 [20년 골든 앨범(1978-1998)] 리뷰 – vol.4/no.8 [20020416] 정태춘·박은옥 “봄바람 꽃노래” 공연 리뷰 – vol.4/no.8 [20020416] 한국 포크 음악 발전에 있어서 정태춘의 업적 – vol.4/no.9 [20020501] 자전거 탄 풍경 [너희가 통기타를 믿느냐] 리뷰 – vol.4/no.8 [20020416] 가을의 음악… 포크의 계절? – vol.1/no.5 [19991016] 한국 포크에 대한 좌충우돌 익명 방담 – vol.1/no.6 [19991101] 어느 30년산 생물과 관련된 양희은의 음악들 – vol.4/no.9 [20020501] 양희은의 음악 인생 30주년에 부쳐 : 양희은 공연 리뷰 – vol.4/no.9 [20020501] 양희은 [아침이슬(양희은이 처음 부른 노래들)] 리뷰 – vol.4/no.9 [20020501] 양희은 [1991] 리뷰 – vol.4/no.9 [20020501] – vol.4/no.9 [20020501] 김두수 [김두수 1집(작은 새의 꿈/귀촉도)] 리뷰 – vol.4/no.9 [20020501] 김두수 [김두수 2집(약속의 땅)] 리뷰 – vol.4/no.9 [20020501] 김두수 [김두수 3집(보헤미안)] 리뷰 – vol.4/no.9 [20020501] 김두수 [자유혼] 리뷰 – vol.4/no.9 [20020501] 김두수와의 인터뷰: 은둔자의 꿈과 희망 – vol.4/no.9 [200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