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16053326-0408chungtaechoon3정태춘·박은옥 – 북한강에서 – 지구, 1985

 

 

고독, 소외, 향수… 그리고 관조의 끝

뒤에 [정태춘·박은옥 골든]이라는 이름의 CD의 무단 발매로 인해 지구레코드사는 공륜과 더불어 정태춘의 또 하나의 법정 투쟁의 대상이 되었지만 적어도 이 음반까지는 양자의 관계는 실보다는 득이 많아 보였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음반사측 입장에서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쏠쏠히 팔려나가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확보할 수 있었고, 정태춘의 입장에서는 솔로 1집을 제외하고는 지구 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불안정한 관계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지구 레코드에서 발매된 마지막 정규 음반인 이 앨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전작 [떠나가는 배]와 마찬가지로 이 앨범에도 “서해에서”, “여드레 팔십리”, “사망부가” 같이 이전에 발표한 곡들이 재녹음되어 LP의 앞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달리 말해 이른바 ‘신곡과 히트곡을 적절히 편집한 음반’이라는 절충적 포맷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절충’은 선곡과 포맷의 문제만이 아니라 편곡과 프로듀싱의 문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북한강에서”는 아름다우면서도 대중적인 곡이지만 편곡에서는 주류 가요계의 관습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태춘의 ‘최고의 곡’으로 뽑고 싶은 “에고, 도솔천아”에서는 절절한 가창이 이런 관습을 압도해 내고 있지만, ‘어떤 기술적 아쉬움’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요는 아티스트의 개성을 원만하게 중성화시키는 관습이라고 하겠다. 이런 지적마저도 지겨운 감이 있지만… 정태춘의 데뷔 앨범을 싱그럽게 제작해준 편곡자 유지연의 솜씨도 이 앨범에서는 “사망부가” 등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몇몇 곡을 제외하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조차 든다. 박은옥의 역할도 “바람”을 혼자 노래하고, “봉숭아”에서 듀엣을 하고 있지만, ‘내조’라는 일정한 한계를 가진 역할에 계속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세 박자의 기타 아르페지오와 하모니카 전주, 정갈한 키보드 소리가 어우러진 “봉숭아”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이상의 이유로 인해 이 앨범은 몇몇 뛰어난 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적으로는 ‘전작의 답습’이라는 인상을 완전히 지우기 힘들다. 그 이유가 아티스트 본인보다는 ‘안전빵’을 선호하는 음반사의 개입 때문이겠지만. 이런 정황을 고려한다면 몇몇 곡에서 정태춘의 고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북한강에서”)라는 의미심장한 가사에 담긴 고독감과 소외감은 아버지에 대한 가슴 저미는 그리움(“사망부가”)을 거쳐 “서울의 달”과 “장 서방네 노을”에서의 노스탤지어에 이른다. 이는 “바람아 내 연을 날려 줘 / 들판 건너 산을 넘어”라는 마지막 곡에서의 모호하지만 결연한 다짐으로 이어진다. 물론 그 다음에는 “정화의 노래”라는 ‘건전가요’가 나온다. ‘아! 대한민국’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20020416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북한강에서
2. 사망부가
3. 에고, 도솔천아
4. 서해에서
5. 여드레 팔십리
(이상 Side A)
(이후 Side B)
6. 바람
7. 봉숭아
8. 서울의 달
9. 장서방네 노을
10. 들 가운데서
11. 정화의 노래(건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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