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11. 7. 21 장소: 서교동 카페 ‘더 솔’ 질문: 신현준 정리: 정구원 / 신현준 골방소녀, 우주에서 도시로 [weiv]: 먼저 새 앨범 [Million Dollar Lady] 발매 축하드립니다. 촌스러운 감상일지 모르지만, 1집 [Parallel Moons]의 공간이 ‘우주’였다면 2집 [Million Dollar Lady]의 공간은 ‘도시’로 바뀐 것 같은데, 맞나요? 뎁: 아, 비슷하게 제가 생각할 땐, 1집은 약간 골방에서 상상하는 그런 게 있었고… 이제는 약간 관계지향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2집은. 창문 열린 방에서 뛰쳐나가려고 하는? 아직 거리까지 나가지는 않고요. (웃음) [weiv]: 개별 곡들을 굳이 장르로 가른다면 재즈, 얼터너티브 록, 일렉트로닉 팝, 뮤지컬, J-pop(시부야계), 스카펑크, 탱고 등의 이질적 장르가 들어있지만 그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일관성이 느껴집니다. 작업을 어떻게 했나요? 뎁: 일단 작곡이나 편곡에 있어 자연스럽게 ‘이런 방향으로 해야지’라고 정해지는 게 있어요. 그래서 곡들이 다양한 색깔로 나오게 되는데, 통일성을 맞추는 데 있어서 이번에는 밴드 포맷으로 하자고 정한 다음 작업했어요. 장르로 보면 다양한 거지만, 정서로 보자면 일관되어 있다고 생각을 해요. [weiv]: 그 정서가 어떤 것인지 말로 표현하자면 어떤 것일까요? 뎁: 주제가 ‘백만 불짜리 여자’가 되기 위한 그런 과정이나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했어요. 영화를 볼 때 한 영화 안에서 로맨틱한 장면도 있고 갑자기 도망가는 장면도 있고 그러잖아요. 그런 기승전결? 그렇게 생각했어요. [weiv]: 아까 ‘도시’라고 말했는데, 시간대는 밤 시간대의 도시 같은 이미지입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대형 전광판은 반짝반짝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뎁: 곡들이 1집 이후에 활동하는 기간에 만든 건데, 1집과 2집을 만드는 환경이 달라서 그런 차이들이 담긴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반짝반짝 빛나는 원색을 좋아하기는 해요. 그래서 재킷도 주황색으로 ‘확’ 해버렸어요. [weiv]: “백만 불짜리 여자”의 가사는 뭐랄까, 조금 ‘뻔뻔한’ 느낌이 있네요. 맞나요? 뎁: 뻔뻔하다는 게, ‘백만 불짜리’란 곡에서 어떤 소심한 애가 멋있게 사는, 자기 맘대로 사는 사람을 동경하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노래거든요. 뻔뻔하다는 거는, 너무 배려하고 미안해하면서 살면 자기 것이 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되게 멋있다고, 잘 헤쳐 나가면서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남한테 막 해코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뻔뻔함을 전제에 두고 있더라고요. [weiv]: 전반적으로 뎁의 가사는 요즘 여성 인디 뮤지션들의 일상적인 어휘들과 달리 ‘상징적이고 뭐랄까 조금 ‘똘끼’가 있다고 할까, 4차원이라고 할까… 아무튼 특이합니다. 특별한 문학적, 문화적 경험 같은 게 있는 건가요? 뎁: 이번 앨범에는 시 같은 구성을 가진 곡의 비율은 작지만 시 같은 가사를 좋아해요. 제가 리스너로서 들을 때 문학적인 가사를 좋아하고, 그래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랑 눈뜨고 코베인을 되게 좋아해요. 문학적 배경이라면, 소설이나 일상적인 에세이보다는 시를 좋아해요. 제일 좋아한 게 기형도의 시였고…. [weiv]: 그냥 추측인데, 혹시 일본 만화를 많이 봤나요? 뎁: 네, 많이 봤어요 (웃음). [호문 클루스]라는 만화가 있는데 이게 완결이 아직 안 돼서 속 터지는데, 되게 재밌어요. 어떤 사람이 뇌를 수술해서 그 사람 상대편의 잠재된 의식이 보는 거예요. 우락부락한 깡패를 봤는데 어린 아이가 울고 있는 그런 모습이 있는 거예요. 그런 내용이구요. [이나중 탁구부]도 재밌었고, [멋지다 마사루] 류도 좋아해요. [weiv]: “소녀여 기타를 잡아라”나 “지하요새”같은 곡은 옛날에 밴드 했을 때의 잔재가 남아 있네요. 그렇지만 인트로에는 분노에 가득 찬 듯한 피드백이랑 리프가 나오다가, 막상 노래는 산들산들한 J-pop 스타일이네요. 잘 섞이지 않는 걸 섞는다고 할까…. 뎁: 네, 기타리스트가 기타 리프를 듣고 하는 얘기가, ‘기타만 친 사람이 친다고 하면 이런 리프를 자연스럽게 넣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저는 편곡할 때 주인공의 심상을 상상하는데, 리프 부분은 극중의 주인공이 다짐하는 장면이고, 가사가 나오면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 심상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들어간 리프예요. [weiv]: 구체적으로 편곡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1집과 비교해서 차이가 있다면? 뎁: 1집이랑 비슷한데 저는 세션에게 넘길 가이드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제가 다 해서 넘겨요. 꼭 해야 될 부분, ‘여기는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는 부분과 ‘저기는 당신의 해석과 느낌대로 가도 좋다’는 부분을 구분해서 가이드를 해요. 만약 기타리스트에게 녹음할 걸 넘긴다면 그 사람이 막연해 하거나 제가 의도하지 않은 걸 할 수도 있어서, 들려주기 위한 본보기를 제가 해 놓아요. 기타로 치든, 미디를 찍든, 샘플링을 하든. 어떻게 보면 이런 작업이 앨범 작업에서 상당히 오래 걸리는 부분이에요. [weiv]: 그냥 넘어가는 질문인데 “환절기 사건”이 좋았어요. 실연 이야기인가요? 그냥 통속적 질문이에요. 뎁: 아, 그건 받아들이기 나름이에요! 20대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 만든 거예요. 20대라는 시기가 환절기 같은 시기라 생각해서. 그 나이대의 그런 정서를 노래한 것이에요. Roots and Routes [weiv]: 음악 얘기로 다시 돌아와서, 뎁의 음악은 지리적 상상이 풍부한 음악 같아요. 그런데 인터뷰 보니까 실제로는 여행을 많이 못 가봤다고 하네요. 뎁: 사람이 그럴 때가 있잖아요. 자기 인생 어떤 때는 ‘아, 저기가 좀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잖아요. 도쿄라든가, 파리라든가… 그래서 지리적인 상상이 몇 개 있을 수도 있겠죠. 외국에서 한 번도 오래 살아 본 적이 없고 여행으로만 가본 정도에요. 그냥 막연하게 ‘언젠가 한번 외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노래를 만들거나 작업을 하면서 어떤 특정 국적을 생각하진 않아요. 들어 왔던 음악에서 어떤 걸 느꼈다면 그게 남아 있다가 제가 음악을 만들 때 그런 요소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weiv]: 그렇게 남아 있던 음악들 서너 개만 이야기해 줄 수 있어요? 뎁: 저는 뷔욕(Bjork)을 예전부터 지금까지 좋아하고요. 아, 너무 많은데… 밴드 쪽으로는 스매싱 펌킨스를 되게 좋아했었고, 너무 대명사가 된 이름이지만 아스토르 피아솔라를 좋아했었고, 일본 음악 중에서는 페즈(Pe’z)나 기린지(Kirinji)같은 밴드 좋아하고요. 아, 아주 어렸을 때 좋아했던 가요는 임병수의! (웃음) 중학교 때는 015B, 토이, 전람회 등을 들었던 것 같네요. [weiv]: 그러면 뎁이 실제로 살아왔던 장소들은 어디였나요? 홍대앞에서 태어나서 자라온 것은 아닐 테고…. 뎁: 흠… 반포동에서 태어나서 대학생 초까지 거기서 있었어요. 어느 학교 다니는지는 포털 사이트 인물 검색하면 상세정보에 다 나와요. (웃음) [검색해 보니 ‘잠원초등학교, 세화여자중학교, 서문여자고등학교’다.]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얌전한 애들 바람 넣어서 뭔가 막 하고 싶게 만드는 터에 있는 것 같아요. 이 쪼끄만 서울에서 동네 문화랄 것도 없지만, 생각해보면 저는 대학교 초까지 운동화를 신어 본 적이 없어요. 운동화는 운동할 때 신는 거고, 놀러 나갈 때도 라인 깔끔하게 막 세미 정장 입었어요. 그러다가 신현준 님이 쓴 [얼트 문화와 록 음악] 사서 형광펜 치면서 공부하면서 인생이 바뀌었죠. [[weiv]: 아, 부끄럽군요. (웃음)] 고등학교 때 학교 수업 끝나면 강남역에 타워레코드에 가서 [[weiv]: 아, 추억이 몰려오는군요. (웃음)] 음반들 뒤지며 들어 보는 게 일이었어요. 그렇게 찾아서 듣기만 하다가 대학생이 된 거죠. [weiv]: 그러면 이제 음악에 입문하는 과정을 이야기해줄래요? 홍대앞까지 오게 된 과정을 죽. 뎁: 다른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 경우도 많은데 저는 너무 음악을 하고 싶어서 작정을 하고 [핫 뮤직]에 멤버 구인을 보고 전화를 해서 ‘저 좀 시켜 주세요’했어요. 처음에는 홍대로 오지 않고 인천에 락 캠프(Rock Camp)라는 데서 인천 친구들이랑 같이 밴드 했어요. 반포랑 인천은 완전 멀었어요! (웃음) 그 다음엔 클럽 빵이 이대 뒤에 있을 때 거기서 하다가, 그 후 신촌 롤링 스톤즈에서 요일마다 정해서 하는 공연을 계속 하다 결국 페퍼톤스를 만난 거죠. [weiv]: 흥미진진하네요. 초기에 했던 밴드 이름은 뭐였나요? 뎁: 그때는 음반을 한 번도 내지 않아서 아무도 모를 텐데… 엠 아더(M-Other)라는 여자로만 된 밴드가 있었고, 시스터 버튼 홀(Sister Button Hole)이라는 밴드도 있었어요. [weiv]: 아주 그런지스러운 이름이군요. (웃음) 기타 치고 노래 부르던 ‘앵그리 걸’이었나요? 뎁: 네 맞아요! (웃음) 제가 기타 치고 노래도 불렀어요. 지금하곤 완전 다르게 불렀어요. (웃음) [weiv]: 얼터너 걸(alternagirl)이 페퍼톤스의 상큼 사운드랑 만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뎁: 페퍼톤스는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팀이 전혀 아니고 홈 레코딩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에서 만난 거였어요. 지역 기반이라기보단 인터넷에서의 영역 기반이랄까? 지금도 사람들 많이 하고 있는 곳이에요 그냥 재밌겠다 싶어서 데모녹음 하고 신재평 씨를 만난 거였고, 페퍼톤스 데모를 누가 전달해서 캬바레사운드가 들은 걸로 알고 있어요. 처음부터 기획을 가지고 녹음을 하고 준비한 게 아니라 ‘재밌겠다, 재밌겠다’하면서 작업했는데, 음반까지 나온 거죠. [weiv]: 그 무렵 이른바 시부야계 음악도 많이 들었나요? 뎁: 예, 페퍼톤스 활동하면서 많이 듣던 때가 있었어요. 심벌스(Cymbals)처럼 상큼하고 가벼운 음악. 그런데 시부야계는 한때 유행처럼 들었지 감화 받으면서 들은 거 같지는 않아요. 감각 위주로 들었다고나 할까…. 전업과 독립 [weiv]: 그러면 페퍼톤스 활동할 때부터 음악을 ‘전업’으로 하겠다고 마음먹고 활동하게 된 건가요? 뎁: 아뇨, 그때는 전혀 아니었고요. 1집(2008)이 나온 뒤부터 생활이 바뀌었어요. 1집을 작업하기까지 저는 CM쪽 관련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노래라든가 짧은 목소리 연기 같은 일이었어요. 1집이 나온 이후로는 일단 조용한 환경에서 집중할 수 있는 작업실 겸 제 공간이 생겼다는 게 가장 획기적으로 바뀐 거예요. [weiv]: 그런 일상의 변화를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스케줄 따라 생활이 규칙적으로 짜이고, 거기 맞춰야 하는 식의 변화인가요? 뎁: 스스로 짜서 하려고 하는데, 작업할 때는 밤 시간에 너무 잘 돼요. 그래서 작업 시기에는 대개 밤낮이 바뀐 상태고, 지금처럼 앨범이 나온 상태에서는 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요. 그렇게 규칙적이에요. (웃음) 그리고 하루하루 똑같은 일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공연을 앞두고 있다면 공연을 위한 준비들이 계속되는 거고… 그런 식이죠. 그리고 저는 앨범 작업할 때나 지금이나 비중을 두는 건 새로운 걸 찾아 듣는 거예요. 매일매일. [weiv]: 요즘 인디 뮤지션들의 경우 전업도 있지만 직장에 다니는 경우도 많잖아요? 예를 들어 뎁이 좋아한다고 한 깜악귀도 직장인이더군요. 뎁은 어떤 삶을 지향하나요? 지금 상태로 충분히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포함해서…. 뎁: 저는 일단 음악을 하는 상태지만 지금은 계속 공부를 해나가는 상태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할 시간에 음악적으로 공부하고 투자하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쪽에 있는 직업이라면 모를까, 뚱딴지 같은 직업은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일단은 제가 생활하고 있고, 먹고 싶은 걸 먹고, 보고 싶은 책을 보고, 잠자리가 편한 생활은 충족되어 있는 상태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직업을 절실하게 찾을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고 있지는 않아요. 만약 찾는다면 되도록이면 음악적 일을 하고 싶죠. 가정을 이끈다면 모르겠는데, 지금으로서는 생활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요. [weiv]: [Million Dollar Lady]에 관한 기초 정보를 물어볼게요. 녹음을 어디서 한 건지, 녹음 기간은 얼마나 걸렸는지 등등…. 뎁: 예. 제 작업실이랑 여기 카바레사운드의 망원동 녹음실에서 다 했어요. 드럼을 프로그래밍으로 갔으니까 큰 스튜디오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요. 작업 기간은 2009년부터 시작해서 작년 이맘때 편곡까지 일단락하고 지난겨울 동안 녹음을 했어요. 저 같은 경우 녹음 기간만 따로 말할 수 없는 게, 집에서 하는 작업이 80%였거든요. 그리고 정식 녹음이라는 건 보컬 녹음, 악기 녹음이고 그게 지난겨울 2~3개월 동안 했다는 거죠. [weiv]: 뎁처럼 홈 레코딩 기반의 아티스트에게 앨범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도 말해줄 수 있나요? 뎁: 예산에 대해서는 저도 표를 봐야 알아요. 쌓이고 쌓여서 정리된 걸 봐야 알 것 같은데… 다른 음반에 비해서는 세션비 등 비용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을 거예요. [weiv]: ‘작업실’이 보통은 주택가의 원룸 같은 곳에 차리는 것 같던데, 그럴 경우 주위에서 시끄럽다는 말을 듣지는 않나요? 뎁: 말이 작업실이지 그냥 원룸 같은 되게 좁은 방 하나예요. 그리고 저는 헤드폰 쓰고 작업해요. 절대로 크게 못 틀어요! [weiv]: 그러면 이제 경제적으로도 ‘독립’한 거네요. 그렇다면 의리를 지키고 일하고 있는 카바레사운드와의 지금 관계는 어떤 건가요? 전속계약 같은 건가요? 요즘에는 보통 제작은 아티스트가 하고 홍보나 배급만 레이블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던데? 뎁: 전속계약은 아니고 ‘앨범 계약’으로 음악만 계약된 사이? 그러니까 저라는 사람이 계약이 되어 있지 않고 앨범만 계약된 것이겠죠. 그렇지만 제작을 제가 다 하고 배급(유통)만 맡기는 건 아니고, 제가 만든 것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객관성을 가지고 레이블에서 모니터링을 해주는 거죠. 그래서 저는 ‘소속’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동업자나 파트너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일이 있으면 매니저 일을 해 주고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세요. [weiv]: 사소한 질문인데 작년에 버벌 진트랑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뎁: 그쪽에서 ‘[Parallel Moons]을 잘 들었다’고 하며 연락이 와서 작업하게 되었어요. 백만 불짜리 여자 [weiv]: 마무리를 겸해서,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뎁의 생각은 어떤 건가요? ‘자기가 여성으로서 뭔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 내지는 ‘남자들이 하는 음악과는 다르게 한다’는 자의식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조금 잠잠해지기는 했지만 이른바 ‘홍대 여신’ 현상에 대한 생각도…. 뎁: 남자에겐 ‘남성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이 붙는 경우가 없는 이유는, 노래를 만들고 작업하는 게 오랫동안 남자의 역할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봐요. 여신, 뭐 그런 걸 떠나서 저는 이번 앨범 주제 자체가 ‘여자’거든요, ‘백만 불짜리 여자’. 그런 걸 어떻게 보면 굳이 거부할 것 없이 더 앞으로, 제가 해 보고 싶었어요. 근데 작업 방식이나 앨범에 담은 음악이 마냥 여성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예전에 여성학 공부하시는 분이랑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음악 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성별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그때 ‘만약 그게 어필이 되어서 음악을 알리고, 한 명이라도 더 들어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라고 얘기했었고, 지금도 그게 별로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요.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심각하게 머리 내리고 심각한 표정 짓고 사진 나가는 것보다는, 조금 가볍게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브릿지 역할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weiv]: ‘홍대앞 여성 아티스트’를 말할 때 등장하는 용어가 ‘일상’과 ‘감성’인 것 같네요. 뎁의 음악에서 ‘일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뎁: 순간에 지나가는 생각이나 일상을 기반으로 하는 생각을 가져 와서 제 식으로 확대시키는 쪽이라고 생각해요. 다면적으로 보자면 쉽게 보이는 면이 있는가 하면, 잘 보이지 않는 면이 있잖아요? 사람 얼굴이 정면이 있고 측면이 있다면 저는 측면에서 가져오는 편이에요. 다른 각도로 봐서 그걸 펼쳐놓는다고 할까요? [weiv]: ‘일상과 감성’을 ‘어쿠스틱’과 연관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뎁의 음악은 그렇게 들리지 않지만. 뎁: 요즘 홍대앞에서 어쿠스틱 기반으로 한 일상적 음악이 대세고, 또 그게 팔리니까 많이 나오는데, 그냥 듣기 편하고 카페에서 틀어놓으면 이야기하기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의미를, 혹은 가치를 크게 부여하고 정체성을 논하고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너무 심각하게 그러는 것도 되게 골치 아플 것 같아요. 그냥 그대로 놓아두면 될 것 같아요. [weiv]: 관련해서 요즘 인디 여성 아티스트들이 트위터 등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모습이 많아 보이네요. 뎁의 견해는? 뎁: 저는 ‘뎁’이라는 사람과 ‘김민경’이라는 사람을 철저히 분리해요. 뎁이라는 사람은 음악적 자아, 음악적 퍼스낼리티라서 저는 정치와 관련된 작품을 만들지는 않을 거예요. 김민경이라는 사람은 제 세대 다수가 가지고 있는 가치, 이른바 진보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첫 번째가 투표잖아요. 나중에 원망하지 말고 국민으로 지킬 수 있는 권리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weiv]: 좋은 이야기네요. 2집 활동 잘되길 바랄게요. 가까운 시일 내에 중요한 ‘일’, 즉 공연은 잡혀 있나요? 뎁: 8월 11일에 시작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공연이 잡혀 있어요. 지금 그 공연을 준비하고 있고요. [weiv]: 라이브도 음반처럼 멋지길 바라요. 지루한 질문에 좋은 답변 해줘서 감사합니다! Leave a Reply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CommentName* Email* Website 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