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01101635-0407gieco-7anosLeon Gieco -7 Anos – Orfeon/Sony, 1980/1998

 

 

‘아르헨티나의 밥 딜런’의 초기 7년의 자취

‘후진국’의 음악인을 ‘선진국’의 음악 영웅들과 비교하는 것은 본인에게 영광일까 치욕일까. 즉, 태어나기를 잘못 태어나서 그렇지 그 못지 않은 인물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저 국지적 변종이나 아류라는 뜻일까. 어쨌거나 레온 히에꼬는 ‘아르헨티나의 밥 딜런’이라고 불리고 적어도 그의 경우 이런 호칭은 영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레온 히에꼬가 밥 딜런과 비유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도 우선 촌구석에서 기타와 하모니카 만 달랑 매고 한 나라의 문화적 중심으로 진출하여 사회 의식을 담은 메시지를 가진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경력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밥 딜런이 그와 비슷한 세대의 포키(folkie)들과 다르듯, 레온 히에꼬 역시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on)의 기수들과 다르다. 다름 아니라 딜런과 히에꼬는 ‘어쿠스틱 포크’의 지조를 지키는 것을 넘어 ‘일렉트릭’한 단계의 ‘록 음악’의 세계에 진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는 점이다. 물론 양자 모두 그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그래서 레온 히에꼬도, 밥 딜런도 ‘포크 가수’가 아니라 ‘록 음악인’이 되었다. 조운 바에즈나 메르쎄데스 소사와는 조금 다른 운명이다.

이 앨범은 제목 그대로 7년 동안의 활동의 기록이다. 정확히 말하면 1973년부터 1978년 사이에 발표한 음반들, 즉, [Leon Gieco](1973), [La Banda de los Caballos Cansados](1974), [El fantasma de Canterville](1976), [IV LP](1978)로부터 선곡한 트랙들이다. 말하자면 ‘베스트 앨범’인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통일성을 갖춘 앨범’을 듣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당시 그곳에서 직접 그의 음반을 접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앨범에 수록된 트랙들이 ‘특정한 시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앨범의 시작은 ‘거룩하다’는 표현이 결코 거북하지 않은 “Solo Le Piedo a Dios”로 시작한다. ‘국민적 송가’라고 불릴 수 있는 이 곡은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처럼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만으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노래의 마력을 증거하는 곡이다. 왜 있지 않은가, 일렉트릭 기타나 신시사이저가 들어가도 화장을 떡칠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곡 말이다. 이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데뷔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Hombres de Hierro”과 더불어 ‘시조적(eponymous)’ 가치를 갖는 곡이자, 네 번째 앨범에도 재수록되었고 공연 때마다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물론 그의 데뷔 앨범이 전적으로 어쿠스틱한 앨범은 아니었다. 이는 당시 아르꼬 이리스(Arco Iris)라는 ‘히피 밴드’를 이끌었고 현재는 로스 앤젤리스에서 록 엔 에스빠뇰의 대부로 군림하고 있는 구스타브 산따올랄라(Gustav Santaollala)와 교류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영향이다. 데뷔 앨범의 프로듀서가 산따올랄라였을 뿐만 아니라, 아르꼬 이리스의 멤버들이 어쿠스틱 악기를 제외한 다른 악기를 연주해 준
이런 영향은 “En el pais de la libertad”에서 드럼 비트가 들어간다는 ‘사소한’ 사실 뿐만 아니라 “Quizas le dancen los cuervos”에서 차랑고의 트레몰로와 피아노의 타건, 그리고 신묘한 플루트 소리가 어우러지면서 더욱 명확해진다. 굳이 말하면 남미 스타일의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그 외에도 아코디언이 특유의 퍼지는 소리를 수놓은 “Cachito, el campeon de Corrientes”, 닐 영의 “Out on the Weekend”와 흡사한 “Si ves a mi padre” 등 한 곡도 빼놓을 곡이 없는 음반이다. 마지막에 수록된 “En el pais de la libertad”이나 “La navidad de Luis”는 다소 ‘옛날 노래’같지만 스페인어를 알아듣고 어떤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묘한 동지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하모니카 리프에 이어 흥겨운 곡조와 리듬이 기지어린 풍자와 어우러지는 “El fantasma de Canterville”에서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나는 공격을 많이 받았고 그렇지만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지 / 아! 내가 그들을 죽일 수만 있다면 아무 두려움 없이 그렇게 할 거야 / 하지만 나는 법을 따지는 멍청이였고 그래서 난 지금 밖에 있고 자유가 무엇인지를 이미 알아버렸지”. 이런 가사가 검열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연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로울 곡이다.

20020503051735-LeonGieco-1980n2그 뒤에도 몇 개의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지만 이 앨범만큼 레온 히에꼬의 영광스러운 시기를 보여주는 음반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레온 히에꼬의 작품 가운데 ‘CD 재발매’든, ‘미국시장으로 정식 수입’이든 맨 처음 소개되는 음반이 이 음반이다. 한마디로 레온 히에꼬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최적의 텍스트다. 그런데 그가 어떤 인물인지 정리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인용으로 마친다. “오늘날 레온 히에꼬는 높은 존경을 받는 아티스트다. 이는 그의 음악적 재능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연대의식과 생각의 응집성 때문이다. 그는 아무도 그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지 않는 최후의(ultimate) 뮤지션일 것이다”. 20020503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수록곡
1. Solo le Pido a Dios
2. Cancion de Amor Para Francisca
3. El Fantasma de Canterville
4. Quizas le Dancen los Cuervos
5. El Que Pierde la Inocencia
6. La Colina de la Vida
7. Cachito Campeon de Corrientes
8. Si Ves a Mi Padre
9. En el Pais de Las Libertad
10. La Navidad de L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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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Leon Gieco 공식 사이트
http://www.gie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