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 Tango Feroz – Ario, 1994 요절한 ‘탱고 로커(?)’의 일대기 어떤 나라에도 록의 역사에는 순교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게 자살이든, 사고사든, 타살이든 ‘요절하다(He Dies Young)’는 록 음악의 필수적 상징체계다. 미국과 영국의 예는 여기서 논할 자리는 아니고 이제 지겨운 느낌마저 있으므로 생략하도록 하자. 아르헨티나 록의 역사에는 두 명의 순교자가 있다. 한 명은 1972년에 사망한 땅기또(tanguito) 혹은 땅고(tango)라는 별명으로 불린 인물이고, 다른 한 명은 (수모(Sumo)의) 루까 쁘로단(Luca Prodan)이다. 루까 쁘로단과 수모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땅기또에 집중하도록 하자. 다름 아니라 이 음반이 땅기또의 일대기를 다룬 마르쎌로 삐네이로(Marcelo Pineyro) 감독의 [Tango Feroz(영어로 ‘Savage Tango’)]라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지도 못한 채 사운드트랙 음반을 평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지 모르지만 그의 일대기에 대해서 알려진 이야기들 중심으로 몇 마디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록의 창시자들 가운데 한 명인 땅고는 196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 록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전설적 클럽인 꾸에바(La Cueva: ‘동굴’이라는 뜻)에 모여든 젊은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그가 흥얼거리면서 만든 노래 가락이 아르헨티나 록의 실질적 효시라고 불리는 가또스(Los Gatos)의 “La Balsa”가 되었다는 ‘확인되지 않는 전설’도 전해 내려 온다. 1968년에는 처음으로 레코드 계약을 맺고 람세스 VII(Ramses VII)라는 예명으로 “La Princesa Dorada” 등의 싱글을 발표했고, 이 곡의 가사를 시인 삐뽀 레르누드(Pippo Lernoud)가 지었다는 ‘확인되는 전설’도 있다. 다음 해인 1969년에는 아르헨티나 최초의 록 전문 레이블인 만디오까(Mandioca)에서 그를 대표하는 곡이 되어버린 “Natural”을 레코딩하기도 했다. 이 음반들은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곧 ‘희귀본’이 되었다. 한편 보헤미안같은 그의 삶은 비참했고, 암페타민과 마리화나 등의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경찰의 주목 대상이 되어 자주 감시를 받아야 했고 급기야는 수용소에 갇혀서 전기충격 요법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72년 5월 19일 수용소로부터 탈출한 뒤 철도 위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자살인지, 사고사인지는 아직까지도 판명되지 않고 있다. 두 개의 싱글을 발표했을 뿐인 음악인에 대한 신화가 이것으로 끝일 리 없다. 만디오까 레이블의 공동사장인 호르헤 알바레스(Jorge Alvarez)가 미완성된 레코딩 테이프를 이듬해인 1973년에 발표한 것이 신화의 시작이 되었다. [Tango]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이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로 이루어진 데모 테이프 수준의 음반이지만 ‘컬트’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서 제작된 영화는 1993년 아르헨티나의 박스 오피스 차트를 휩쓸었고, 사운드트랙 음반은 오리지널 음반을 능가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 음반에 수록된 트랙들은 록 영화(rock film)의 사운드트랙답게 대체로 세 가지 트랙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무대 위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록 음악들이다. 앨범을 여는 소프트 록(“El Amor Es Mas Fuerte”), 직선적인 하드 록(“Tango Fero”), 블루지한 부기 리듬(“Me Gusta Ese Tajo”), 다. 다른 하나는 문자 그대로 ‘배경 음악’인 경우고 이럴 때는 신시사이저와 오케스트라로 편곡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당시의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음악이다. 마지막 경우는 아르헨티나의 음악 뿐만 아니라 “California Somnolienta(California Dreaming)”이나 “Soplando en el Viento(Blowing in the Wind)”같이 전세계 청년들의 송가였던 곡들도 포함된다. 또한 11번과 12번 트랙에서는 ‘우리가 탱고라고 생각하는 탱고’도 수록되어 있고 체 게바라 추모곡 “Hasta Siempre”도 들어 있다. 상극에 가깝던 음악이 병렬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구성이 산만한다’는 평보다는 ‘그 시대는 그랬다’는 평이 어울릴 것이다. 꾸에바 클럽에 있는 땅고의 모습 그렇지만 땅고의 원곡들이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는 점은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불만일 것이다. 특히 “Natural”처럼 처절한 고독을 표현한 곡이 신디사이저로 편곡된 트랙은 아무리 ‘ 즘 젊은 세대의 정서를 감안한’ 것이라고 해도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땅고의 전설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는 “Balsa”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가 ‘고증’에 소홀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므로 이 앨범을 들으면서 아르헨티나 록의 전설적 인물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는 곤란할 것이다. 그저 단지 자국의 록 음악인을 ‘양키물 먹은 한심한 X들’로 치부하지 않고 전설로 ‘만들어 주는’ 분위기가 부러울 뿐이다. 물론 한국에서 이렇게 말하면 ‘그러니까 나라가 망한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겠지만. 아, 참 그런데 왜 땅고나 땅기또라는 별명이 붙었느냐고? 한 자료(http://rock.com.ar/bios/0/213.shtml)에 의하면 “사춘기 때 로큰롤에 맞춰 춤을 잘 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탱고…참 수수께끼같은 단어다. 20020503 | 신현준 homey@orgio.net 6/10 수록곡 1. El Amor es mas Fuerte 2. Presente 3. El Oso 4. Tango Feroz 5. Amor de Primavera 6. Natural 7. Me Gusta ese Tajo 8. El Amor es mas Fuerte 9. California Somnolienta 10. Soplando en el Viento 11. Hasta Siempre 12. Malevaje 13. Bar Billares 14. Tema de los Padres 15. Tema de Tango y Pedro 16. Tres Razones 17. El Mandala 관련 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2): 땅고(탱고), 폴끌로레, 누에바 깐시온 그리고 록 나씨오날 – vol.4/no.7 [20020401] Carlos Gardel [The Best of Carlos Gardel] 리뷰 – vol.4/no.7 [20020401] Astor Piazzolla, [57 Minutos con la Realidad] 리뷰 – vol.4/no.7 [20020401] Astor Piazzolla, [20 Greatest Hits] 리뷰 – vol.4/no.7 [20020401] Invisible, [El Jardin de Los Presentes] 리뷰 – vol.4/no.7 [20020401] Charly Garcia, [Tango] 리뷰 – vol.4/no.7 [20020401] Charly Garcia, [Tango 4] 리뷰 – vol.4/no.7 [20020401] O.S.T., [Tango] 리뷰 – vol.2/no.9 [20000501] Atahualpa Yupanqui, [30 Ans de Chansons] 리뷰 – vol.4/no.7 [20020401] Mercedes Sosa, [Canciones Con Fundamento] 리뷰 – vol.4/no.7 [20020401] Mercedes Sosa, [En Argentina] 리뷰 – vol.4/no.7 [20020401] Mercedes Sosa, [Canta a Charly Garcia] 리뷰 – vol.4/no.7 [20020401] Leon Gieco, [7 Anos] 리뷰 – vol.4/no.7 [20020401] Leon Gieco, [De Ushuaia a la Quiaca] 리뷰 – vol.4/no.7 [20020401] Various Artists, [Argentine: Les Musiciens de la Pampa] 리뷰 – vol.4/no.7 [20020401] 관련 사이트 Charly Garcia 공식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Paris/4823/ 아르헨티나 록 데이터베이스 http://rock.com.ar http://www.geocities.com/rock-argent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