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01091237-0407charlygarcia_tango4Charly Garcia – Tango 4 – Sony, 1991

 

 

이것이 1990년대의 탱고?

찰리 가르씨아의 디스코그래피를 주루룩 살피면 이 앨범은 1985년의 [Tango] 이후 6년만에 발표한 음반이다. 그 사이에 평균 한 해에 하나 꼴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1980년대를 그의 시대로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리또 네비아,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 레온 히에꼬, 미겔 아부엘로 등 선배나 동료들과의 관계가 돈독했음은 물론 피또 빠에스(Foto Paez), 안드레스 깔라마로(Andres Calamaro), 구스따보 쎄라띠(Gustavo Cerati)같은 신예 록 음악인들과도 이렇게 저렇게 관계를 맺으면서 가히 ‘지존’으로 군림했다.

그런데 이 음반의 리뷰와 관련해서는 [Tango 2]와 [Tango 3]라고 이름붙은 음반은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후문으로는 당시의 신예 밴드 소다 스떼레오(Soda Stereo)라는 신예 밴드(아르헨티나의 U2?)의 리더 구스따보 쎄라띠와의 공작을 [Tango 3]라는 이름으로 발표할 계획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내용물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한 가지 시사적인 것은 [Tangp](1985)와 마찬가지로 이 앨범 역시 세루 히란(Seru Giran)에서 함께 연주했던 뻬드로 아스나르(Pedro Aznar)와의 공작이라는 점이다. 아마도 찰리 가르씨아는 ‘땅고(탱고)’라는 이름이 붙은 음반은 아스나르와의 작업을 통해서만 바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뻬드로 아스나르의 베이스 연주는 ‘팻 메쓰니를 감동시켰을 정도’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세루 히란을 떠난 뒤 팻 메쓰니 그룹에 가담한 사실은 퓨전 재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략 알고 있을 것이다(단, 팻 메쓰니 그룹에서 아스나르는 베이스는 많이 연주하지 않았다). 그의 톤과 주법은 198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의 주류 록에서 하나의 ‘교본’이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괜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조동익과 최성원의 연주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앨범은 세루 히란 시절에 대한 어느 정도의 ‘향수’가 작용한 앨범이다. 그때처럼 장엄한 송가 스타일은 아니지만 [Tango]에서처럼 그저 춤추기 좋은 스타일도 아니며 어느 정도 균형과 절제를 가한 스타일이다. 이전에 비해 이 시기의 새로운 점은 리듬이 ‘훵키’하고 창법이 ‘소울풀’하다는 점이다. 말을 만들어 내자면 [Tango]에서의 탱고가 ‘뉴 웨이브/신쓰 팝 스타일의 댄스 음악’을 기초로 했다면, [Tango 4]에서의 탱고란 ‘소울과 훵크 스타일의 댄스 음악’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좀 억지스러운가.

앞의 두 트랙 “Tu Amor”와 “Mientes”는 뻬드로 아스나르표(標) 베이스 라인이 넘실대면서 찰리 가르씨아의 예의 그 ‘사캐스틱’하다는 평을 듣는 보컬이 나온다. 이는 “30 Denario”, “Cucamonga Dance” 등에서도 계속 이어지는 특징인데, 혹자는 이를 두고 프린스(Prince)의 영향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이는 청자의 자유에 맡겨둘 일이다. 아울러 찰리 가르씨아의 우상이었던 뮤지션들에 대한 헌정이 나오는 점도 흥미로운데, “Rompan Todo”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Solo Dios Sabe”는 비틀스를 각각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마지막 트랙 “Happy and Real”은 가사까지 영어라서 오래된 재즈 스탠더드 넘버를 듣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앨범은 불혹에 접어든 나이에도 이런 저런 재기(才氣)를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가사 없는 기악곡인 “Diana”조차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으니까…. 그런데 찰리 가르씨아는 이제 나씨오날 록의 우상이라는 지위에 만족하고 더 이상 ‘저항’은 하지 않는 것이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Vampiro”에서 드러난다. 이 곡의 중간에는 “뱀파이어, 나는 이제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아”라는 자조 섞인 성찰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쉬지 않고 피가 흘러내려, 쉬지 않고 피가 흘러내려”라고 반복적 외침이 나온다. 아마도 그는 다가올 시기가 ‘적(敵)이 있기는 있지만 구체적 실체가 보이지는 않는’ 시기라는 점을 예견한 모양이다. 이런 예견은 불행히도 적중했지만. 그러니 이 앨범 마지막에서 그의 메시지를 들으면서 그의 복잡한 심사를 헤아리는 것으로 마치자. “가끔 나는 행복하고, 동시에 우울해. 글그리고 당신도…”(“Happy and Real”) 20020503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Tu Amor
2. Mientes
3. Vampiro
4. Rompan Todo
5. Mala Senal
6. 30 Denarios
7. Solo Dios Sabe
8. Cucamonga Dance
9. Diana
10. Happy And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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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Charly Garcia 공식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Paris/4823/
아르헨티나 록 데이터베이스
http://rock.com.ar
http://www.geocities.com/rock-argent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