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401085109-0407invisibleInvisible – El Jardin de Los Presentes – CBS, 1976

 

 

탱고와 록이 만나서 ‘프로그레시브’해지다

이 음반은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Luis Alberto Spinetta: 1950년 생)의 세 번째 밴드인 3인조 그룹 인비지블(Invisible)의 세 번째 앨범이다. 이런 설명은 이 글의 독자들 대부분에게 불친절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유는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1970-80년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각별한 존재다. 그는 (가또스(Los Gatos)의) 리또 네비아(Litto Nebbia)와 더불어 아르헨티나의 록의 선구자로 꼽히고 1970년대에는 몇 개의 밴드를 결성하고 해체하면서 아르헨티나 록의 색채를 확립한 인물이다. 지금은 아들인 단떼 스삐네따(Dante Spinetta)에게 가업을 물려준 듯한 느낌이 강하지만.

그의 이름이 아주 낯설지 않다면 지난 번 리뷰했던 알멘드라(Almendra)를 기억하는 사람일 것이다. 알멘드라의 지위를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들의 음악이 (영미의) 포크 록에 영향받고 싸이키델릭한 사운드였다는 점은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다름 아니라 인비지블(Invisible)의 음악 스타일은 ‘수순대로’ 프로그레시브 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부연 설명하면 알멘드라가 해체된 뒤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는 뻬스까도 라비오소(Pescado Rabioso)라는 밴드를 결성하여 1972년과 1973년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특히 더블 앨범인 [Pescado 2[(1973)는 미국, 유럽, 일본의 컬렉터들의 표적이 되는 음반이다. 어쨌거나 디스토션 걸린 기타와 해먼드 오르간이 주도하는 이 음반은 당시 아르헨티나가 ‘록 선진국’에 속했다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이야기는 ‘록 음악의 고고학’에 속하는 이야기다. 또한 스삐네따를 비롯한 알멘드라의 멤버들의 이합집산은 마치 ‘신중현과 김홍탁이 거쳤던 밴드들’을 조사하는 것만큼이나 복잡한 일이다. 인비지블(Invisible) 역시 그런 경우에 속하는데 다름 아니라 스삐네따의 세 번째 밴드로 1974년부터 1976년 사이에 세 종의 앨범을 발매했다. 앞에서 ‘이 음반은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의 세 번째 밴드인 인비지블(Invisible)의 세 번째 앨범’이라고 한 말은 이렇게 많은 말을 거치고 난 뒤에야 친절하게 들릴 것이다.

이 앨범은 ‘탱고에 영향받은 음악과 가사를 지닌 음반’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이 말은 ‘록 음반 가운데 탱고의 영향이 강하다’라는 뜻이지 ‘탱고에 록의 악기편성과 사운드를 도입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앨범은 인비지블의 다른 앨범처럼 ‘프로그레시브 록’의 영향이 강하다. 특히 종반부에 위치한 “Nino condenado (Perdonado)”에서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영향을 받은 간주가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다른 곡들 대부분도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하면서 빈틈없는 구성을 가진 대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프로그레시브 록이 영국이나 유럽의 프로그레시브 록처럼 ‘오래된 중세’나 ‘미래주의적 우주’의 이미지가 ‘역사 없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현재의 이미지를 그린다는 점이다. 이 점이 이 음반에 독창성을 부여한다. 첫 트랙 “El Anillo del Capitan Beto”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버스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담은 것은 탱고 가사의 내러티브를 아는 사람이라면 매우 친숙할 것이고, 베또(Beto)가 유명한 축구 선수의 별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친숙함이 더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트랙 “Los Libros de la Buena Memoria”에서는 예의 반도네온의 구슬픈 소리가 셋잇단음표가 느리게 진행하는 리듬과 어우러져 탱고 특유의 낭만과 서정을 전달한다.

20020509094449-invisible물론 스삐네따 특유의 감성으로 인해 이런 이미지는 모호하고 초현실적이다. 이 음반에서 그려진 ‘주체’는 불가지한 삶을 경험하면서 이유없는 불만에 사로잡혀서 집을 나왔지만 아무 것도 찾을 곳 없는 청년의 초상이다. 이런 갑갑함과 우울함은 “Los Libros de la Buena Memoria(좋았던 기억의 책들)”이나 “Doscientos Anos(20년)”에서 여실히 표현되고 있다. “Que Ves el Cielo(당신이 하늘에서 본 것)”이나 “Las Golondrinas de la Plaza de Mayo(5월 광장의 제비들)”을 노래하는 심정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사람이라면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로컬’ 록 음악에서 이런 ‘보편적’ 코드를 짚어내는 것은 침소봉대이자 견강부회일지 모르지만, 음악이란 때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감정의 공유를 불러일으키는 예술형식인 것 같다. 20020503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P.S. 몇 가지 사실들

1. 정확히 말하면 뻬스까도 라비오소라는 이름을 단 앨범은 세 종류가 있다. 그렇지만 마지막 앨범 [Artaud]는 실질적으로는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의 솔로 음반이다. 뻬스까도 라비오소가 해체된 이유는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다비드 레본(David Lebon)과 스삐네따와의 불화 때문이다. 다비드 레본은 1978년 찰리 가르씨아(Charly Garcia)가 주도한 ‘슈퍼그룹’ 세루 히란(Seru Giran)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아서 활동하고 세루 히란의 해체 뒤에도 솔로 경력을 계속하고 있다.

2. 스삐네따는 인비지블을 해산한 뒤에는 재즈 록과 퓨전을 중심으로 한 음악으로 솔로 경력을 이어가고 있고, 때로는 스삐네따-하데(Spinetta-Jade)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그의 아들 단떼 스삐네따는 랩 듀오 일리야 꾸리아끼 앤 더 발데라마스(Illya Kuriyaki And the Valderramas)로 1990년대를 풍미했다.

수록곡
1. El Anillo del Capitan Beto
2. Los Libros de la Buena Memoria
3. Alarma Entre Los Angeles
4. Que ves el Cielo
5. Ruido de Magia
6. Doscientos Anos
7. Nino Condenado
8. Las Golondrinas de la Plaza de M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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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Luis Alberto Spinetta 공식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Alley/5700/
아르헨티나 록 데이터베이스
http://rock.com.ar
http://www.geocities.com/rock-argent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