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or Piazzolla – Serie 20 Exitos(20 Greatest Hits) – EMSSA Argentina/RCA, 1996 탱고 혁명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음반 매장에서 아스또르 삐아솔라의 음반은 ‘클래식 코너’에 있다. 이는 내가 리뷰할 대상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클래시컬 음악에서 음반을 리뷰하는 관점이 대중음악과는 상이하고 그곳의 관습에 무지한 나로서는 덜컥 겁부터 나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 음반은 ‘베스트 음반’이다. ‘대중음악 비판가’인 테오도르 아도르노(Theodor Adorno)가 클래식 음악의 경우에도 ‘전체 모티브나 맥락의 이해는 뒷전이고 ‘트레이드 마크’라고 여겨지는 부분만 편집해서 선보이는’ 행태를 맹렬히 비난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더욱 찜찜하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에 속하는 음악의 베스트 음반을 리뷰 대상으로 삼는다는 자체가 무리수다. 아도르노가 경멸한 대상들이 라디오 방송과 더불어 편집 음반(예를 들어 ‘아리아 모음’, ‘푸치니 스페셜’)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굳이 클래식 음악계의 관행에 지레 겁먹지 않더라도 이 음반은 ‘입문용’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아마존이나 CDnow 등에 가서 200여종의 음반 리스트를 발견하고 백사장에서 모래알 수를 세는 기분에 빠진 사람이 바닷가에서 모래알 수를 세는 기분에 빠진 사람이 망설이다가 결국은 고르게 되는 음반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럴 때의 마음은 기대 반 조바심 반일 텐데 다행히도 “Adios Nonino”에서 삐아솔라 특유의 쿵쾅거리는 사운드가 심장을 긴장시킨다면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첫 곡을 포함하여 5번까지는 아스또르 삐아솔라와 그의 5인조 오케스트라(Astor Piazzolla y Su Quinteto)의 ‘인스트루멘털’ 트랙들이 이어진다. 6번과 7번 트랙에서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다름 아니라 삐아솔라와 아니발 뜨로요(Anibal Trollo)가 듀엣으로 반도네온을 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년에 반도네온 두 개를 정규 편성으로 삼아 6인조 악단(sexteto)을 실험한 사실을 상기한다면 어떤 징후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 특히 6번 트랙인 “Volver”는 까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의 명곡으로 삐아솔라와 가르델의 못 다 이룬 음악적 파트너십에 대해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텍스트다. 그 뒤로는 8번부터 12번까지는 다시 뀐떼또 편성의 기악 넘버들이 이어진다. 정형을 파악할 수 없는 콘트라베이스의 리듬, 격정을 절제하는 스트링의 선율, 때로는 섬세하게 때로는 강력한 피아노의 타건, 그리고 독자적 소리를 냄과 동시에 이들을 조율하는 반도네온의 구슬픈 톤 등은 삐아솔라의 ‘누에바 땅고’가 보통 탱고에 비해 ‘더 우아하면서도 더 야하다’는 생각을 굳히게 해 준다. 한국인들의 경우에는 삐아솔라의 음악에 기악곡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그럴 때 13번부터 19번까지의 보컬 트랙들은 삐아솔라의 의외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영미에서 발원한 로큰롤의 광풍이 전세계를 몰아칠 때도 비틀스의 음반보다 많이 팔렸다는 “Balada para un Loco(광인을 위한 발라드)”를 비롯해 삐아솔라가 ‘대중음악가’로 성공을 거둔 넘버들이다. 아스또르 삐아솔라의 보다 심오한 작품에 빠지게 되면 이런 음반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라이브러리에 꽂아두는 것조차 부끄러워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떤 음악도 ‘딴따라’ 시기가 없다면 ‘예술적 승화’의 시기도 없다는 보편적 경로를 확인하면서 마무리하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오히려 예술을 위한 예술을 숭배하는 태도라고 우기면서… 20020503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P.S. 국내에서 이 음반은 1996년 BMG에서 ‘Latin Groove’라는 이름의 시리즈물로 발매되었다. ‘저가 CD’이므로 지금도 운 좋으면 구할 수 있으니 어쩌다 음반 매장에 가서 ‘요즘 살 게 왜 이렇게 없지…’라는 생각이 들면 이 음반을 집어 들라. 후회는 없다. 수록곡 1. Adios Nonino 2. Contrabajeando 3. Lo Que Vendra 4. Nonino 5. Guitarrazo 6. Volver 7. El Motivo 8. Preparense 9. Tierrita 10. Chique 11. Triunfal 12. Quejas de Bandoneon 13. Sur 14. Malena 15. El Gordo Triste 16. La Primera Palabra 17. Las Ciudades 18. Balada Para un Loco 19. Chiquilin de Bachin 20. Verano Porteno 관련 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2): 땅고(탱고), 폴끌로레, 누에바 깐시온 그리고 록 나씨오날 – vol.4/no.7 [20020401] Carlos Gardel [The Best of Carlos Gardel] 리뷰 – vol.4/no.7 [20020401] Astor Piazzolla, [57 Minutos con la Realidad] 리뷰 – vol.4/no.7 [20020401] Invisible, [El Jardin de Los Presentes] 리뷰 – vol.4/no.7 [20020401] Charly Garcia, [Tango] 리뷰 – vol.4/no.7 [20020401] Charly Garcia, [Tango 4] 리뷰 – vol.4/no.7 [20020401] O.S.T., [Tango Feroz] 리뷰 – vol.4/no.7 [20020401] O.S.T., [Tango] 리뷰 – vol.2/no.9 [20000501] Atahualpa Yupanqui, [30 Ans de Chansons] 리뷰 – vol.4/no.7 [20020401] Mercedes Sosa, [Canciones Con Fundamento] 리뷰 – vol.4/no.7 [20020401] Mercedes Sosa, [En Argentina] 리뷰 – vol.4/no.7 [20020401] Mercedes Sosa, [Canta a Charly Garcia] 리뷰 – vol.4/no.7 [20020401] Leon Gieco, [7 Anos] 리뷰 – vol.4/no.7 [20020401] Leon Gieco, [De Ushuaia a la Quiaca] 리뷰 – vol.4/no.7 [20020401] Various Artists, [Argentine: Les Musiciens de la Pampa] 리뷰 – vol.4/no.7 [20020401] 관련 사이트 http://www.piazzolla.org/ http://www.rootsworld.com/rw/feature/asto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