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 Cantrell – So Blu – Arista, 2001 재즈와 팝 R&B의 경계, 수작과 범작의 기로 백인 여성의 노래 소리와 흑인 여성의 노래 소리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백인 여성의 목소리에서 날카롭고 순간적인 폭발과도 같은 힘이 느껴진다면, 흑인 여성의 목소리에서는 빨아들이는 흡인력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내면적인 힘이 느껴진다. 사상의학을 끌어당겨 설명을 하자면 백인 여성의 목소리는 양기가 강하고 흑인 여성의 목소리는 음기가 강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블루 캔트럴(Blu Cantrell)의 히트 싱글 “Hit ‘Em Up Style(Oops!)”을 들었을 때의 첫 느낌은 빅비트 듀오 프로펠러헤즈(Propellerheads)의 “History Repeating”와 비슷했다. 블루 캔트럴은 밴드 이름이고 프로펠러와 협연한 셜리 배시(Shirley Bassey)처럼 왕년의 재즈 가수나 이름을 날리던 여성 보컬이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 밴드와 협연할 줄 알았었다. 그러나 이처럼 백인적인 감성과 깊은 음색을 지닌 주인공은 올해 26살 된 흑인 여성이며 작년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데뷔 앨범 [So Blu]를 발표한 야심 찬 신인이다. 앞서 말한 싱글 “Hit ‘Em Up Style(Oops!)”나 “Waste My Time”, “Swingin'” 같은 곡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흑인 음악 특유의 무거운 그루브(groove)가 추가된 변종 스윙이다. 그리고 곡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스캣(scat)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알리샤 키스(Alisia Keys)나 질 스캇(Jill Scott) 등과 비교하면 가장 재즈에 가까운 음악을 드려준다(그의 어머니는 재즈 가수였다고 한다). 재지(jazzy)하다는 개성과 더불어 그의 가장 큰 장점인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지닌 목소리는 위의 곡들에서 감정을 머물게 하는 여운과 절도 있게 끊어지는 리듬감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게다가 훵키(funky)한 알앤비 곡 “So Blu”에서 여전히 유지되는 차가움과 “U Must B Crazy”의 블루지(blusy)함을 빈틈 없이 채워 넣는 것을 볼 때 블루 캔트럴은 감성을 잘 표출한다기보다 매우 영리하게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을 얻는다. 흑인 남성 보컬에 비유하자면 육감적인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보다 쿨한 느낌이 지배적인 벤 하퍼(Ben Harper)에 좀 더 가깝다. 위에서 소개한 일련의 곡들에선 흑인 음악 특유의 끈적끈적함이 많이 휘발되어서 그러한 점 때문에 R&B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이 앨범을 부담 없이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수록곡들은 동시대의 R&B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편곡이 평범한 곡들에선 오히려 블루 캔트럴 특유의 색채가 없어지고 밋밋하다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재지한 곡들과 평범한 발라드풍의 R&B 곡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간극은 정통 R&B의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와 백인 취향이 많이 가미된 절충적인 R&B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사이의 차이만큼 크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공교롭게도 두 아티스트의 앨범 모두 프로듀서로 참가한 지미 잼(Jimmy Jam)과 테리 루이스(Terry Lewis) 듀엣이 이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로 참가했다. 이는 로린 힐(Lauryn Hill)이나 메이시 그레이(Macy Gray)가 가진 특유의 카리스마를 가지지 못한 블루 캔트럴의 목소리가 편곡이나 음악적 스타일이 평범한 곡에서 힘을 잃는다는 단점을 두드러지게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음악적 성취에 있어서 블루 캔트럴의 장점을 잘 살려줄 훌륭한 프로듀서와의 만남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그의 재능을 처음으로 알아본 사람이 팝적이고 상업적인 아리스타(Arista)의 레이블의 사장 엘에이 라이드(L.A. Reid)가 아니고 재즈 레이블인 버브(Verve)나 블루 노트(Blue Note)의 사장이었다면 블루 캔트럴은 재즈 가수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20020318 | 이정남 yaaah@dreamwiz.com 6/10 수록곡 1. Waste My Time 2. Hit ‘Em Up Style (Oops!) 3. Till I’m Gone 4. U Must B Crazy 5. The One 6. I’ll Find a Way 7. Swingin’ 8. 10,000 Times 9. When I Needed You 10. All You Had to Say 11. I Can’t Believe 12. So Blu 13. Blu Is a Mood 관련 글 21세기 여자 소울 프로젝트 (2) – vol.4/no.7 [20020301] Les Nubians [Princesses Nubiennes] 리뷰 – vol.4/no.7[20020401] Kelis [Kaleidoscope] 리뷰 – vol.4/no.7 [20020401] RES [How I Do] 리뷰 – vol.4/no.7 [20020401] 관련 사이트 블루 캔트럴 공식 사이트 http://www.blucantrell.com 아리스타 레코드의 블루 캔트럴 홈페이지 http://www.arista.com/aristaweb/BluCantr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