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27092814-matmosMatmos – A Chance To Cut Is A Chance To Cure – Matador, 2001

 

 

‘감각’을 깨우는 소음

존 케이지(John Cage)의 작품 중 1991년에 발매된 [John Cage : Music For Marcel Duchamp(1947)/Music for Amplified Toy Pianos(1960)]은 1947년과 1960년에 시행된 공연을 담고 있다. 이 중 1960년에 시행된 공연에서 케이지는 “4’33″”라는 곡으로 침묵의 퍼포먼스를 펼친다. 퍼포먼스를 마주하는 청중은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공연장에서 발생되는 갖가지 소음들에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4분 33초 이후에 침묵은 끝나지만 청중은 침묵을 들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과 주위에서 파생되는 모든 음들이 조합되어 파생된 하나의 음악을 들은 것인데, 이후에 이것은 우연성 음악(chance music)으로 불려졌다. 우연성 음악이 당대 음악의 흐름에서 차지했던 지점은 20세기 초 회화에 있어 피카소(Pablo Picasso)나 브라크(Georges Braque)와 같은 입체파 화가들이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들을 새로운 화면 구성으로 계획하면서도 무의식의 잠재성에 기반했다는 사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마치 피카소가 “우리들이 입체적으로 사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달리 큐비즘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저 우리의 마음에 끌린 것을 표현한 데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던 것처럼 존 케이지는 ‘소음이나 자동차 경적 소리까지도 음악으로 들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우연성 음악이 현실을 반추하는 방법은 지극히 일상적인 음원의 차용이지만, 오히려 근원은 ‘무의식’에서 유래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것은 음악은 멈추더라도 사고(思考)안에서 각각 조금씩 변화되어 재현되는 것처럼, 수많은 음원들이 뭉쳐 하나의 텍스트를 형성하고 다시금 스스로 분열하는 형태로 표현된다. 물론 이것은 모호한 개념이다. 현실적으로는 우연성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장르로 수용되면 지극히 계산된 음악으로 빚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의 변질은 퍼포먼스가 아닌 수요층을 필요로 하는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우연성’을 받아들이면 결국 살아남는 것은 ‘실용적 요소’일 수밖에 없어서이다. 하지만 ‘우연성’또한 의도되어진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우연성 음악이 장르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의 관건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인지하는 일상의 음원들을 차용하면서 추상적인 상념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다.

매트모스(Matmos)는 마틴 C. 슈미트(Martin C. Schmidt)와 드류 다니엘(Drew Daniel)의 디제이 듀오이다. 1997년에 발표한 셀프타이틀 앨범에서부터 이들은 일상의 소음을 불안한 전자음으로 변주했으며, 점점 장르적 요소들을 증식해갔다. 3번째 정규작인 [The West]에서는 마치 컬 데삭(Cul De Sac)이나 가스트로 델 솔(Gastr del Sol), 슬린츠(Slint)같은 매쓰 록(Math Rock) 밴드를 연상케 하는 두터운 지층을 갖는 기타 음의 공간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직 이 시절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찾는 과도기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었는데, 이것은 사실 청자의 무의식을 침투하는 사운드의 여백이라기보다는 짜여진 매쓰 록의 스타일을 변용한 정도로 밖에 해석 할 수 없을 듯 하고, 또한 앞서 언급한 ‘추상적인 상념의 구체화’가 실현되었다고 보기엔 오히려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매트모스의 정규 4집인 [A Chance To Cut Is A Chance To Cure]는 이에 적절히 부합된다. 라식 수술을 하고 있는 현장의 소음을 담은 “L.A.S.I.K”부터, 그들의 집에서 (와아란 소리가 나는) 쿠션의 소리를 녹음한 “Lipostudio …And So On”까지 이들은 평소에 우리가 음악과 무관하다고 생각할법한 음원들을 끌어들여 마치 기존 악기의 음원처럼 느끼게 한다. 물론 이는 앞선 음악인들의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마우스 온 마스(Mouse on Mars), 오테커(Autechre), 팬 소닉(Pan sonic)의 영향을 표출하고 있는데, 스타일로는 그렇지만 사운드의 뉘앙스는 이들처럼 일관적인 다운비트(Downbeat) 성향은 아니다. 이것은 매트모스가 장르의 도식화에서 절충적인 노선을 취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에 대한 다른 근거로는 그들이 일반적인 화성학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앰비언트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텍스트 자체는 음의 중첩이 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타이트하게 감싸안는 것이라는 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로를 통해 좀 더 분석적으로 짚어볼 때 이들의 사운드는, 이전의 작업들이 일상의 소음을 변형시켜 장르적으로 수용했다고 한다면 현재는 소음의 각진 면을 변형시키지 않고 돌출적으로 내보임으로써 더욱 자연스러움에 다가서는 ‘왜곡’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장르적 틀에 자신의 음악을 끼워 맞추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자신의 음악을 장르적 틀에 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이것이 더 왜곡되게 들리는 이유는 이미 우리가 왜곡된 평면적 듣기에 깊이 젖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선율보다는 일상의 음원을 살리는 것을 중히 여기는 본 작은 ‘감상’보다는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020325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8/10

수록곡
1. Lipostudio …And So On
2. L.A.S.I.K.
3. Spondee
4. Ur Tchun Tan Tse Qi
5. For Felix (And All The Rats)
6. Memento Mori
7. California Rhinoplasty

관련 사이트
Matmos 공식 사이트
http://brainwashed.com/matm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