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Metheny Group | Speaking of Now (2002)

Pat Metheny Group – Speaking of Now – Warner, 2002

엷지만 여전히 깊이 있는 화려함

팻 메스니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피다보면 음악적으로 상당히 고르고 균형 잡힌 길을 걸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름 아닌, 팝과 재즈 사이에서 다채로운 퓨전을 시도하면서 재즈 본연의 자세에 충실해 왔기 때문인데, 그러한 행보는 ECM에서 게펜(Geffen)으로 레이블을 이적하면서 보다 확연히 드러났다. [We Live Here](1994), [Imaginary Day](1997)가 퓨전 팝의 관점으로 해석한 앨범이었다면, [Quartet]과 [Trio 99>00]은 보다 정통 재즈에 근접한 앨범이었다. 그러한 흐름 속에 ‘그룹’으로서는 [Imaginary Day](1997) 이후, 5년만의 신작이자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Speaking of Now]에서 팻 메스니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퓨전 록의 이미지보다 초원을 연상시키는 포크의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여기에 건반 주자 라일 메이즈(Lyle Mays), 베이시스트 스티브 로드비(Steve Rodby), 그리고 본 앨범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드러머 안토니오 샌체스(Antonio Sanchez)가 펼치는 다채로운 리듬의 활용과 트럼펫 주자 퀑 뷰(Cuong Vu), 퍼커션 주자 리차드 보나(Richard Bona)의 유연하게 넘나드는 허밍 섞인 맑은 보이스가 첨가되어 앨범은 기품 있는 이국적 향취를 불어넣으며 편안한 안식처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롱한 울림을 간직한 절제된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앞서 말한 보이스와 함께 잘 어우러진 “Another Life”와 ‘딜라아 요를라라 롤릴로 듀라로’처럼 즉흥적으로 흥얼대는 보컬이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신서사이저 연주와 만나면서 점층적인 상승조의 구성을 띤 “You”에서 잘 표현돼 있다.

그리고 피아노/신서사이저, 베이스, 드럼의 즉흥적인 어울림 속에 퍼커션과 트럼펫이 부분적으로 가세한 “Proof”, 흥얼거리는 보컬과 함께 마디마다 특유의 울림을 간직한 팻 메스니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흐름을 리드하는 “On Her Way”에서 긴장과 이완으로 풀어낸 전통 재즈의 즉흥적인 양식들을 발견할 수 있다.

[Speaking of Now] 앨범은 전에 없던 새로움을 전하거나 사운드에 있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순간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동안 팻 메스니가 들려준 맛깔스러운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여러 전통 재즈의 양식들은 대단히 유연한 깊이감을 안고 부드럽게 귀를 감겨오고 복잡한 구성에서도 하나의 주제처럼 다가오는 것은 오랜 세월로 다져진 그만의 연륜의 깊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다. 엷은 결로 쌓아올린 음들이 더 없이 한가롭고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세심하게 공들인 각각의 음들이나 앨범 전반의 관점에서도 내밀함이 밀도 있게 채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Speaking of Now’라는 앨범 명처럼 팻 메스니의 현재 모습이 충실히 반영된 결과물로 여겨진다. 20020314 | 정건진 chelsea2@nownuri.net

7/10

수록곡
1. As It Is
2. Proof
3. Another Life
4. The Gathering Sky
5. You
6. On Her Way
7. A Place in the World
8. Afternoon
9. Wherever You Go

관련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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