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18011226-04061820imagePat Metheny Group – Pat Metheny Group – ECM, 1978

 

 

팻 메스니식 서정미의 완성

1978년작 [Pat Metheny Group]은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던 팻 메스니가 밴드를 이루어 내놓은 첫번째 음반이며, 밴드로 활동하게 됨에 따라 생겨난 안정감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음반이다. 이 음반의 중요성은 오늘날까지도 널리 회자되는 이른바 ‘팻 메스니 스타일’의 확립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 즉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맑고 투명한 서정적 연주가 처음으로 일정 경지에 오르게 되었음을 뜻한다. 물론 팻 메스니 특유의 서정적 사운드는 이 음반에서 돌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그가 내놓은 음반들인 [Bright Size Life] (1976)이나 [Watercolors] (1977) 등에서도 ‘서정성’은 명백히 감지될 수 있던 ‘화두’이긴 했다. 하지만 이들 음반에서는 팻 메스니의 ‘패기’로 가득찬 정신으로 가득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설익은 듯한, 또한 연주 그 자체에 중점을 두는 듯한 인상을 지울 길이 없었다. 하지만 [Pat Metheny Group]에 이르러, 그는 돌연 ‘대가’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즉 악기를 연주하되 그것이 ‘연주’로 느껴지지 않게 되는 경지, 즉 기량의 과시보다는 심상의 발로로서의 연주가 가능해진 것이다.

팻 메스니 그룹의 형성은 전적으로 팻 메스니와 건반악기 연주자 라일 메이스(Lyle Mays)의 의기투합으로 가능했던 것 같다. 이들 콤비는 간혹 솔로 활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늘날까지도 결별의 조짐 없이 계속 활동을 같이해오고 있다. 이렇듯 이들이 오랜 기간 불화 없이 활동을 같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정성’이라는 둘 만의 단단한 공통 분모 때문이 아닐까? 실제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연주 악기가 다를 뿐 어프로치라든지 기법의 측면에서 마치 일란성 쌍둥이를 대하는 듯 ‘똑같음’을 느끼게 된다. 더구나 팻 메스니는 이후 싱클라비어 기타와 기타 신서사이저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엔 누가 무엇을 연주하는지 도저히 분간을 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그만큼 그들이 음악적 궁합이 잘 맞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천생연분’은 [Pat Metheny Group] 음반에서 유감없이 드러난다. 팻 메스니 그룹 특유의 서정성의 완성을 알리는 “San Lorenzo”에서는 팻 메스니/라일 메이스 콤비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화답성 연주가 유난히 빛을 발한다. 두 사람 다 기교가 전혀 배제되지는 않은 연주를 펼치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연주자 사이에 흔히 일어나게 마련인 경쟁 심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 곡에서 라일 메이스의 건반 터치가 유독 두드러짐에 약간 불만(?)을 느끼게 된다면, 이어지는 곡들인 “Phase Dance”나, [Bright Size Life]를 함께 만든 절친한 동료이자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투어에도 동참했던 자코 패스토리우스(Jaco Pastorious)에게 바치는 “Jaco”에서 ‘속주’에 가까운 팻 메쓰니의 연주(웨스 몽고메리(Wes Montgomery)의 영향을 받았음이 명백한)를 충분히 맛볼 수 있다.

4월의 풍광에 유난히 감화를 받았는지 이러한 심상을 연달아 표현해 낸 “Aprilwind”와 “April Joy”를 지나고 나면, 음반 전체와는 다소 다른 분위기의, 즉 ‘스피드’를 보여주는 “Lone Jack”이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재즈의 근본을 이루는 스윙감이 두드러진 “Lone Jack”을 듣다 보면, “아 팻 메스니가 본질적으로 재즈 뮤지션이었지!”라는 생각이 새삼 들어 조금 놀라게 된다. 이러한 놀라움이 드는 것은, 이 음반을 일단 듣기 시작하면 과연 이게 ‘재즈 음반’일까 싶게 연주 자체에 빠져버리게 되어, 장르 구분의 판단력을 상실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물론 투명하고 어쿠스틱에 친화적인 면모를 유지하면서도 재즈의 경계를 벗어났다 들어왔다 하는 실험성을 견지하는 것이 ECM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의 대체적인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것을 ‘퓨전’으로 또는 ‘크로스오버’의 몸부림으로 가볍게 보아줄 수도 있고, 나쁘게 여기자면 ‘이단’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테지만, 이렇게 간단히 매도해 버리기엔 팻 메스니의 자세는 너무도 착실하고 진지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마음이 닿는 곳을 향해 한걸음씩 신중하게 나아가고 있었을 뿐이다. [Pat Metheny Group]은 이러한 상황에 무게를 더해주는, 그의 세계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위해 더없이 중요한 음반이다. 20020317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8/10

수록곡
1. San Lorenzo
2. Phase Dance
3. Jaco
4. Aprilwind
5. April Joy
6. Lone 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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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사이트
Pat Metheny Group 공식사이트
http://www.patmethenygroup.com/
Pat Metheny Group 국내 팬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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