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318120854-nickelNickelback – Silver Side Up – Roadrunner, 2001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4인조 밴드, 니클백(Nickelback)의 [Silver Side Up]은 현재 남부럽지 않은 화려한 성공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싱글 “How You Remind Me”의 싱글차트 1위와 앨범차트 2위, 300만장의 판매고까지). 니클백의 이 깜짝 놀랄 결과는, 어찌 보면 ‘인디 레코드(?)의 또 다른 성공신화’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우리의 생각보다 조금은 복잡하고, 또 많이 부정적이다.

초장부터 후려치느라 정신없는 “Never Again”은 분명히 그런지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포스트 그런지(post grunge)). 전작 [State](2000)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함일까? 문제의 싱글 “How You Remind Me”는 이들의 인기가 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청자의 귀를 단박에 사로잡는 훅(hook)이 느껴지고, 이어지는 곡들도 앞에서 보여준 강력한 임팩트를 이어가는 잘 만들어진 그런지/하드 록 사운드를 들려준다.

공격적인 그런지 기타 리프와 뉴 로맨틱스(New Romantics) 시절을 연상케 하는 말랑말랑한 멜로디, 받아들이기 그리 어렵지 않은 가사까지, 이들의 사운드는 5, 6년 전 부시(Bush)가 들려줬던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다(채드 크뢰거(Chad Kroeger)의 보컬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아류로 치부되던 개빈 로스데일(Gavin Rossdale)의 아류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결국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는 ‘이것이 니클백의 사운드다’라고 할 요소를 음악에서 찾을 수 있는가인데, 이는 바로 몇 해 전, 부시가 겪어야 했던 딜레마였고, 부시는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때에도 곱게 봐주지 못한 음악을 지금이라고 좋게 봐야할 이유를 본인은 알지 못한다. 다른 것도 아닌 밴드의 자존심이라 할 ‘독창성’의 문제인 다음에야, 웬만한 변명 가지곤 턱도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런지’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던 그 때가 정말 좋은 시기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미 정리가 돼버린 그 시절의 끝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 모습은 결코 보기에 좋지 않다. 상업적인 것이 비난받을 이유가 되진 않지만 ‘어떻게 상업적인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대답을 보여주지 못하는 니클백의 사운드(“Never Again”, “Too Bad”, “Just Four”, “Money Bought” 등이 치명적인 증거)가, 무엇보다도 이들의 장래를 밝게 내다볼 수 없게 만든다.

특히 [Silver Side Up]이 로드러너(Roadrunner)를 통해 발매됐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로드러너는 ‘메이저’ 유니버설(Universal) 산하의 ‘위장’ ‘인디’ 레이블이다). 니클백의 음악을 사전지식 없이 들은 사람 중, 과연 몇이나 이들이 인디 레이블 소속이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까? 이 점은 오늘날, 얽히고 설킨 ‘메이저-인디’의 관계가 더 이상 인디씬을 인디로 작동하게 두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메인스트림의 문제에 대해 대안적 해결책을 제시하던 인디씬의 이러한 ‘종속’을 통한 ‘일반화’ 과정은, 정말로 록이 활기를 잃어가거나 이미 죽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불안을 낳게 한다. 아직은 이런 위험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비상업적이고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디 레이블의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 위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향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오늘날의 록이 상당한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이 모든 책임(주류 록씬의 지나친 ‘멜로디 편애’와 ‘인디적 특성의 거세’)을 겨우 세 번째 앨범을 발표한(국제적으로 배급된 것은 두 종) 이들에게 전가시키면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니클백이 이런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일이다. 한가지 씁쓸한 점이랄까? 한 때는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던 그 사운드와 별반 다를 것도 없는데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없다. ‘좋은 시절은 다 갔다(Good Times Gone)’는 이들의 노래 제목이 왜 이리도 절절하게 와 닿는 것인지… 20020315 | 김태서 uralalah@paran.com

3/10

* 사족: 하지만 [Silver Side Up]의 사운드가 듣기에 더 없이 좋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음반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이 ‘멜로디’만은 아니기에 이런 참혹한 평가가 나온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부담 없이 즐길 음악을 필요로 한다면 [Silver Side Up]은 당신을 위한 최고의 앨범이 되어줄 것이다.

수록곡
1. Never Again
2. How You Remind Me
3. Woke Up This Morning
4. Too Bad
5. Just For
6. Hollywood
7. Money Bought
8. Where Do I Hide
9. Hangnail
10. Good Times Gone

관련 사이트
니클백 공식 사이트
http://www.nickelback.com/
니클백 비공식 사이트
http://listen.to/nickelback/
팬 사이트
http://www.angelfire.com/wa/rockworld/nickelback.html
http://www.geocities.com/fudgie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