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mendra – Almendra – RCA, 1969 실험적이면서도 아름다운…그리고 라틴적인 이 리뷰를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다시 한번 반복하면 아르헨티나 록의 창시자 3인방은 리또 네비아(Litto Nebbia)가 이끈 가또스(Los Gatos), 하비에르 마르띠네스(Xavier Martinez)가 이끈 마날(Manal), 그리고 지금 소개하는 알멘드라(Almendra)라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기타와 보컬을 맡은 루이스 알베르또 스삐네따(Luis Alberto Spinetta)는 단지 창시자일 뿐만 아니라 이후 아르헨티나 록의 지주 역할을 하게 되는 중요한 인물이 된다. 이는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 활약한 세 밴드를 비교해 보아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이야기다. 가또스에게서 비틀스(The Beatles)풍의 비트 팝(beat pop)의 영향을, 마날에게서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풍의 도시 블루스(urban blues)의 영향을 찾아내기 어렵지 않은 반면, 알멘드라는 매우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또 네비아는 197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의 록과 폴끌로레를 융합하는 실험을 전개하지만, 이는 별도의 스토리에 속한다). 스삐네따는 로큰롤 뮤지션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중상계급 거주지역인 벨그라노(Belgrano) 태생이다. 이는 알멘드라가 해체된 뒤의 작품에서 앙또냉 아르또(Antonin Artaud)와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가 종종 참고되는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말하자면 ‘부잣집 망나니’인 셈인데, 다행히도 이런 사실이 음악 창작에 생산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1970년대 이후에는 그의 음악이 ‘난해한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경사되면서 대중과 다소 괴리되기도 했지만. 아먼드(almond)라는 뜻의 알멘드라의 음악은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다. 문학적 가사, 유려한 멜로디, 무드있는 사운드는 적어도 남미 대륙에 국한해 본다면 이전의 어떤 음악과도 다른 음악이 되었다. 몇 장의 싱글을 발표한 뒤 만든 데뷔 앨범은 처음 두 트랙으로 이들의 극단적인 두 세계를 설명해 준다. 첫번째 트랙은 어쿠스틱하고 아름다운 발라드 “Muchacha (Ojos de Papel)”이고, 두번째 트랙은 퍼즈 이펙트 걸린 싸이키델릭한 기타 연주가 이끄는 “Color Humano”다. ‘종이같은 눈을 가진 소녀’에 대한 풋풋하고 애절한 감정을 노래한 첫 곡에서는 이들의 상큼한 ‘팝’ 감성을 느낄 수 있고, 특히 전주와 후렴부에 나오는 Em – Em7+ – Em7 – C#m7(-5)의 코드 진행은 “너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구나 / 백묵같은 마음이여 / 모든 것이 잠들었을 때 / 너에게서 하나의 색깔을 훔쳐야지”라는 가사에 나오는 단어들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착각이 든다). 반면, “인간의 색채”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9분 동안(!) 담은 두 번째 곡에서는 이들이 좌절과 분노를 음악적으로 표현하는데도 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Muchacha (Ojos de Papel)”이 아르헨티나 록의 송가가 되었고, “Color Humano”가 컬트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나 “Muchacha…”는 1976년 이후 군부독재 하에서 ‘실종’된 여학생을 그리워하는 곡으로 ‘엉뚱하게’ 해석된 일도 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Muchacha (Ojos de Papel)”이 스삐네따의 작품인 반면, “Color Humano”는 스삐네따와 함께 기타와 보컬을 맡은 또한명의 멤버 에델미로 몰리나리(Edelmiro Molinari)의 작품이라는 점이다. 알멘드라가 해체된 후 몰리나리가 이 곡의 제목을 따서 꼴로르 우마노라는 밴드를 이끌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도 흥미로운 일이다(꼴로르 우마노는 딥 퍼플(Deep Purple) 스타일의 하드 록 밴드였다). 말하자면 ‘음악적 성향이 다른 두 멤버의 긴장’이 이 앨범을 흥미롭게 만든다. “Figuracion”에서는 부드러운 곡조가 나오고, “Ana No Duerme”에서는 퍼즈톤의 기타와 샤우팅에 가까운 보컬이 등장한다. 물론 이 앨범에서 두 곡을 제외하면 모두 스삐네따의 곡이므로 ‘스뻬네따 = 부드러운 멜로디, 몰리나리 = 하드한 리듬’이라는 등식은 앞의 두 곡만을 들었을 때만 적용되는 공식이다. 그 뒤로도 잔잔한 피아노와 어우러진 자장가같은 “Plegaria para un Nino Dormido”, 플루트가 수놓는 재즈풍의 “Que El Viento Borro Tus Manos”과 바이올린 소리가 애절한 고품격 팝 “Laura Va”에 이르기까지 감상하면, 이 앨범을 ‘한 곡도 빼놓을 게 없는 앨범’의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라틴적’인 것은? 라틴을 ‘카리브해의 열정’이나 ‘멕시코의 낭만’ 식으로 고정되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라틴적이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라틴 유럽에서 연원한 문화적 전통도 ‘라틴’에 속한다면… 20020315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알멘드라(Luis Alberto Spinetta)의 1960년대 말의 모습 P.S. 1971년 알멘드라가 해체된 뒤 스삐네따는 뻬스까도 라비오소(Pescado Rabioso), 인비지블(Invisible) 등의 프로그레시브 록 성향의 밴드를 이끌다가 1980년대 이후에는 주로 퓨전 재즈 성향의 음악을 선보인다. 뻬스까도 라비오소의 [Pescado Rabioso2](1973)는 ‘프로그레시브 록/아트 록’의 국제적 컬렉터들의 표적이 되는 음반 중의 하나이고, 인비지블의 [El Jardin De Los Presentes](1976)는 ‘탱고 록(tango rock)’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음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몰리나리는 앞서 말했듯 꼴로르 우마노라는 하드 록 밴드를, 니머지 두 멤버인 에밀리오 델 구에르씨오(Emilio del Guercio)와 로돌포 가르씨아(Rodolfo Garcia)도 아껠라레(Aquelarre)라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에 가담한다. 수록곡 1. Muchacha (Ojos de Papel) 2. Color Humano 3. Figuración 4. Ana No Duerme 5. Fermín 6. Plegaria Para Un Niño Dormido 7. A Estos Hombres Tristes 8. Que El Viento Borró Tus Manos 9. Laura Va 관련 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1): 록 엔 에스빠뇰을 발견하며 – vol.4/no.6 [20020316] Various Artists, [Love, Peace And Poetry: Latin American Psychedelic Music] – vol.4/no.6 [20020316] Los Shakers, [Por Favor] 리뷰 – vol.4/no.6 [20020316] Laghonia, [Etcetera] 리뷰 – vol.4/no.6 [20020316] Los Dug Dug’s, [Los Dug Dug’s] 리뷰 – vol.4/no.6 [20020316] Los Gatos, [Los Gatos] 리뷰 – vol.4/no.6 [20020316] Manal, [Manal] 리뷰 – vol.4/no.6 [20020316] 관련 사이트 아르헨티나 록 음악 데이터베이스 http://rock.com.ar http://www.geocities.com/rock-argentino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록 음악 데이터베이스 http://tinpan.fortunecity.com/waterloo/728/magic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