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Love, Peace And Poetry: Latin American Psychedelic Music – Q.D.K./Normal, 1998 낯선 곳에서 찾아온 ‘그 시절 그 사운드’ 이런 음반을 찾는 사람의 성향은 어떤 것일까. ‘희귀한 것이 가치있다’는 주류 경제학의 법칙을 신봉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허접한 것이 감동적이다’라는 대안적 미학의 원리를 신봉하는 사람일까. 둘 다일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1960년대 영미의 싸이키델릭 록을 직접 경험했거나 뒤늦게라도 충실하게 복습한 사람이라면 이 음반의 사운드는 몇 곡을 제외하고는 ‘그저 그렇고 그럴’ 것이다. 물론 ‘러브(Love), 버즈(The Byrds), 도어스(The Doors), 야드버즈(The Yardbirds), (초기)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투모로우(Tomorrow)의 영향’을 감별하는 재미는 있겠지만 음악 퀴즈에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재미가 오래 지속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싸이키델릭 음악’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보고 가사의 언어가 ‘당연히’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라고 생각하여 다소 ‘에쓰닉’한 느낌을 기대했다면 대부분 영어로 부르는 노래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 흥미를 느끼는 또하나의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건 1960년대 후반이라는 시점에서 ‘록의 시대’를 구가하던 북아메리카와 유럽과는 아무래도 상이한 지역에서 도대체 어떤 음악이 생산되고 있었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이건 잘하면 묘한 문화적 공감을 낳을 수도 있는데, 그건 아마도 청자의 국적이 라틴 아메리카와 비슷하다면 더욱 커질 수도 있다. 그건 ‘야, 당시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이렇게 수준높은 음악이 있었네’라고 뒤늦게 감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차제에 거라지와 싸이키델릭이 어떻게 다르고 또 같은가를 복습해 두는 효과도 중요할 수 있다. 또 각 나라의 밴드들의 계보를 추적하면서 이들의 인생 역정을 뒤져보는 것도 ‘짠한’ 감동을 준다. 그렇지만 이 음반만 가지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아니면 ‘무리한 일반화’가 될 확률도 있다. 예를 들어서 라고니아(Laghonia)에게서 야드버즈, 트래픽 사운드에서 크림(Cream)의 영향을 발견하고 세인트 토마스 페퍼(The St. Thomas Pepper)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의 리프가 등장한다고 해서 페루는 ‘싸이키델릭 하드 록’이 주류였고, 막스(Los Macs)와 비드리오스 께브라도스(Los Vidrios Quebrados)에게서 (후기) 비틀스와 (초기) 핑크 플로이드의 영향을 느꼈다고 해서 칠레에서는 ‘노래지향적인 싸이키델릭 팝’이 우세했고, 알멘드라(Almendra)와 가또스(Los Gatos)는 칠레의 밴드와 비슷하지만 스페인어 가사로 노래부른다고 해서 자국어로 노래불렀다는 점에서 점수를 더 주든가(혹은 덜 주든가)하는 등등. 결국 앨범의 가치는 조금 다른 데 있을 것 같다. 그건 앨범을 들으면서 자주 등장하는 퍼즈(Fuzz)와 와와(wah-wah) 등의 초보적 이펙트를 입힌 전기 기타 사운드나 파르피사나 해먼드 오르간의 알딸딸한 소리는 록 음악이 각종 이펙트로 도배되고 번듯한 프로듀싱을 거쳐 쌔끈한 사운드를 내기 직전의 상태다. 레코딩에 몇 달을 소요한 것도 아니고, 스튜디오의 장비도 열악하기 그지없던 시기에 오히려 가장 실험적일 수 있었던 시기의 그 사운드다. 따라서 록 음악의 원초성과 자연발생성을 숭배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진짜’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스타일을 추종했든 모방했든 어쨌든 열렬하고 신실하게 새로운 소리를 담금질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 말이다. 그럴 때 이 앨범은 괴퍅한 컬트 취향이거나, 한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든 점이 없지는 않다. 이런 잊혀져가는 음원들을 모아서 전달해주는 기지는 ‘선진국’에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제 3세계 록 폐인들’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20020311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Tema De Pototo – Almendra 2. Someday – Laghonia 3. I’m So Glad – Traffic Sound 4. Colours – Kaleidoscope 5. Tomorrow – We All Together 6. Cuando Llegue El Ano 2000 – Los Gatos 7. Yellow Moon – Kissing Spell 8. Virgin – Traffic Sound 9. Obertura – Almendra 10. Trouble Child – Laghonia 11. El Evangelio De La Gente – Los Macs 12. Oscar Wilde – Los Vidrios Quebrados 13. Super-God – Som Imaginario 14. People – Ladies WC 15. Lem Ed Ecalg – Modulo 1000 16. Degrees – Los Macs 17. Betty Boom, Litle Monster – The St. Thomas Pepper 18. It’s Over – Los Dug Dug’s 관련 글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1): 록 엔 에스빠뇰을 발견하며 – vol.4/no.6 [20020316] Los Shakers, [Por Favor] 리뷰 – vol.4/no.6 [20020316] Laghonia, [Etcetera] 리뷰 – vol.4/no.6 [20020316] Los Dug Dug’s, [Los Dug Dug’s] 리뷰 – vol.4/no.6 [20020316] Los Gatos, [Los Gatos] 리뷰 – vol.4/no.6 [20020316] Manal, [Manal] 리뷰 – vol.4/no.6 [20020316] Almendra, [Almendra] 리뷰 – vol.4/no.6 [20020316] 관련 사이트 Los Vidrios Quebrados 와 Los Macs와의 인터뷰 http://60spunk.m78.com/chileanbands.htm 페루의 록 음악(잉카 록) 사이트 http://www.incarock.com http://www.rockeros.com/peru.htm 아르헨티나 록 데이터베이스 http://rock.com.ar http://www.geocities.com/rock-argentino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록 음악 데이터베이스 http://tinpan.fortunecity.com/waterloo/728/magicland/ Los Dug Dug’s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Alley/6115/dugdug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