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m – Frequently Asked Questions – Jetset, 2001 감상을 잠식하는 불안 ‘키치(kitsch)’라는 용어는 미술에서 출발했으며, 모조나 과거 지향적 차용을 일컫는다. 키치를 대중음악에 적용하자면 이는 이미 과거에 성공한 흐름의 중요 요소들을 ‘실험의 과정’을 제외한 채, ‘결과’만을 도용(盜用)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대중 친화적 포석으로 기능하며, 음악인에 따라 얼마나 ‘창조적으로’ 결과물을 빚어냈느냐에 맞춰 평가는 극단을 달린다. 물론 한 밴드를 키치라는 틀로 손쉽게 평가하는 것은 다분히 자의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음악적 원천의 활용방식에 변화가 있을지라도, ‘키치적’ 감성으로 느껴지는 밴드가 있다. 트램(Tram)을 듣는 것은 마치 향수와 마주하는 것과 같다. 1999년에 발매된 데뷔 앨범 [Heavy Black Frame]은 노이즈에 경도되지 않았으면서도 충분히 환각적이었으며, 포크에 기반한 멜로딕한 서정성을 부각시킨 앨범이었다. 이러한 특질은 짙은 음색을 보유한 폴 앤더슨(Paul Anderson)의 보컬과 맞물려 적절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2000년에 이들은 “Once I Was”란 곡으로 팀 버클리(Tim Buckley)의 헌정 앨범에 참여했는데, 이는 트램의 영감의 근원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밴드의 핵심인 폴 앤더슨이 작사, 작곡과 함께 대부분의 악기를 연주하며(베이스, 기타, 퍼커션, 키보드), 보컬까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영감이라고 지칭해야 더 적절할 것 같긴 하다. 그 후 2년 만에 발표한 [Frequently Asked Questions]는 전작의 성과 안에서 분명히 진보하고 있는 그들의 현재를 시사하는 작품이다. 첼로, 오보에 같은 악기들의 배치는 노이즈의 대체물로써 드로닝(droning)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텍스처는 더 간결해지고 멜로딕해졌다. 이들의 간결한 텍스처는 일반적으로 4트랙에서 8트랙 정도로 녹음했기 때문에 가능했는데, 물론 로 파이(lo-fi) 상징적 태도를 가지고 있진 않다. 오히려 이들이 노리는 바는 스피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의 가스펠적인 스페이스 록과 맞닿고 있다. 비록 긴박감이라거나 실험성, 인디 록 따위는 잊어먹는다고 해도 최소한의 조합으로도 청자의 정서적 감응을 창출해 낼 수 있는 현명함을 이들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대단히(!) 감상적인 감응에 그치긴 할지라도. 트랙을 살펴보면 곡 간의 뚜렷한 개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독특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장르적으로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끌어오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 주는데, 통일성은 있지만 그래도 “He Walks Alone”을 제외하면 그다지 눈에 띄는 트랙은 없는 편이다. 정리하자면 이들의 스타일은 ‘안일하다’고 평가될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독창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이들이 ‘키치’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스타일적 원천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폴 앤더슨의 서정적인 보컬 톤과 시종일관 흐르는 향수적인 감수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점점 더 자극에 노출되어 가고 과정과 결과가 역류할 때, 키치가 향수를 자극하여 좀 더 원초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처럼 이들 또한 그러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것은 감정이 범람하는 현재 한국 영화에서 홍상수는 메말라 보이고 김기덕같은 스타일이 비로소 감정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상황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향수적인 이미테이션이 주로 소비되는 음악이라면 그 지향점이 어쨌든 너무 고루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 따위,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의 말대로라면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 따위일지도 모르지만. 20020309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7/10 수록곡 1. Now We Can Get on With Our Lives 2. Giving Up 3. Once I Was 4. Yes But for How Long 5. He Walks Alone 6. This Sacred Day 7. Folk 8. Social Disease 9. Are You Satisfied 10. Underneath the Ceiling 11. Light a Candle on My Birthday 관련 사이트 Jetset 레이블의 트램 소개 사이트 http://jetset.sinner.com/bands/t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