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Theater –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 Elektra, 2002 일관성과 다양성, 그 선택의 기로에서 일단,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에 대해 이 지면을 통해 얘기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사실을 밝히고 넘어가야겠다. 게시판에서 벌어졌던 그 수많은 비방과 욕설(물론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한 내용도 많았지만)들이 결국 ‘헤비 메탈’과 ‘모던 록’이라는 장르간의 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들의 정규 6집 앨범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의 리뷰를 맡게 되었을 때 ‘잘못하단 또 큰일 나겠다’란 걱정이 덜컥 들었던 게 사실이다. 1990년대 이후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중 거의 유일한 존재감을 가진 드림 씨어터에 대한 헤비 메탈 팬들의 애착은 이미 상상하고도 남는다. 특히 모국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아직 자신들의 사운드가 유효한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텃밭’이 한국을 비롯한 몇몇 아시아 국가임을 생각해 본다면, 여기서 소신껏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는 것은 용감할 수도 무모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 같은 것이리라. 잡설이 너무 길었다. 그냥 바로 리뷰에 들어가면 될 것을 뭐 그리 서두가 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고민 비슷한 것을 드림 씨어터가 겪었으리란 추측이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를 들으며 거의 확신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굳이 이 앨범이 더블 패키지로 발매된 것은, 바로 지금의 시점에서 이들이 처한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란 얘기이다. 두 장으로 발매된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는 디스크 1과 2의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첫 번째 장이 자신들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적 소스들을 차용하고 있다면, 두 번째 장은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친숙한 드림 씨어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디스크 1의 “The Glass Prison”이나 “Blind Faith”가 여전한 변칙 구성과 현란한 연주 속에 작금의 가장 친숙한 록음악 형태인 하드코어적 요소들을 끼워 넣은 것이라면, 마지막 곡 “Disappear”는 전면에 부각되는 키보드 음과 의외의 보컬 이펙트마저 가미된 ‘드림 씨어터식’ 신쓰 팝을 듣는 기분이다(낯간지러운 설명이란 건 안다). 디스크 2는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란 이름 하에 나누어진 8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미 이런 구성은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시도이니 굳이 부연설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앨범의 주 멜로디가 도입되는 오케스트레이션 삽입곡 “Overture”로 시작하여, 사운드스케이프의 확장과 감정의 고조를 이루어내는 “The Test That Stumped Them All”, 그리고 물아 붙이기만 하던 기세를 한 풀 꺾어주는 “Goodnight Kiss”와 “Solitary Shell”의 발라드 사운드를 지나 “Losing Time/Grand Finale”의 비장함으로 완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결국, 모든 개개인의 예술형태에 대한 가치판단의 척도는 ‘취향’이라는 애매한 주관성에 기준을 둘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관점에서 당신이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의 평가는 극단으로 갈리게 될 것이다(이런 유의 음악에 중도적인 입장을 취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드림 씨어터 스스로가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그런 ‘극단적’ 자세를 상당 부분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결정적으로 그들의 포기/채념이 드러나는 부분은 디스크 1의 어중간한 변화모색이다(마치 아트록 성향의 연주가들과 힙합키드 김진표의 어색한 ‘하드코어’ 조합이었던 노바소닉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앞에 대한 일종의 자기 변명 식으로 들리는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또한 듣는 이의 입장에서 거부감과 안쓰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이들을 설명하면서 숨막히는 연주능력과 복잡하기 그지없는 곡 구성 능력을 말하는 건 시간낭비에 가깝다. 그런 점들을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니지만, ‘록은 어디까지나 록일 뿐이다’란 명제 하에서라면, 그것이 부차적인 위치 이상을 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드림 씨어터가 나름의 훌륭한 작곡 방식을 갖고 있고, 또한 이를 빛내주는 뛰어난 테크닉의 소유자란 점은 분명 인정해줘야 하겠지만, 그들은 점점 더 지치고 소진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는, 스타일의 ‘변화’와 ‘확대’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앨범이며, ‘아직도 이들을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의문이 제기될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음반이다. 대세와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깎아 내리는 평가는 부당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잔말마랏!’ 식의 맹목적 추앙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씬에서 지금도 주목할 만한 신인들이 배출되는지는 확신 못 하겠지만, 이제 한 번 쯤 무조건적인 ‘드림 씨어터 추종’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도 눈을 돌려보는 것이 어떨까. 20020304 | 김태서 uralalah@paran.com 5/10 수록곡 DISC 1 1. The Glass Prison: Reflection / Restoration / Revelation 2. Blind Faith 3. Misunderstood 4. The Great Debate 5. Disappear DISC 2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 1. Overture 2. About To Crash 3. War Inside My Head 4. The Test That Stumped Them All 5. Goodnight Kiss 6. Solitary Shell 7. About To Crash (Reprise) 8. Losing Time/Grand Finale 관련 사이트 공식 사이트 http://www.dreamtheater.net 팬 사이트 국내 http://myhome.naver.com/potnoy/ http://myhome.netsgo.com/monocrom/mirror/드림팁.htm 해외 http://www.dreamt.org/ http://members.aol.com/theater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