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n Brown – Music of the Spheres – Polydor, 2001 자기만의 길과 노쇠의 기로에서 후줄근한 청바지 차림에 더벅머리의 앳된 인상의 청년이 어색하게 몸을 흔들어대며 “나는 존경받고 싶어(I Wannna Be Adored)”라고 노래부르던 시절로부터 13년이나 지난 오늘에도 이언 브라운(Ian Brown)이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물론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가 국내에 잘 알려지게 된 것이 그다지 오래 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겠지만, 데뷔 당시의 거대한 찬사와 주목에 비해 이후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지리멸렬했고, 1996년 밴드의 해체 이후의 멤버들의 행보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1996년 존 스콰이어(John Squire)의 탈퇴에 이은 레딩 페스티벌(Reading Festival)에서의 최악의 공연, 그리고 해체의 수순을 밟은 이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기대하는 사람은 적었고, 그나마도 상대적으로 그룹의 실질적 리더로 평가된 존 스콰이어의 밴드 시호시스(The Seahorses)의 행보가 상대적으로 더 주목의 대상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호시스가 [Do It Yourself](1997)의 그저 그런 평가 이후 지금까지도 별다른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이언 브라운은 1998년의 [Unfinished Monkey Business]부터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꾸준히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물론 그것이 과거 매드체스터(Madchester)의 영광을 재현하는 정도에 이르기까지는 힘들겠지만. 혹평을 얻었던 솔로 데뷔작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얻었던 2집 [Golden Greats]의 싸이키델릭한 일렉트로 훵크(electro-funk) “Dolphins Were Monkeys”나 “Love Like A Fountain” 등에서 그는 어느 정도 과거의 짐을 덜어내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스톤 로지스보다는 해피 먼데이스(Happy Mondays)와 오히려 가까운 것 같은 이 앨범의 사운드와 이후의 엉클(U.N.K.L.E.)과의 작업들을 통해서 그의 관심사가 모드 리바이벌보다는 댄서블한 쪽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은 명확해졌다. 다만 이런 귀에 쏙쏙 들어오는 곡들에게서 분명 ‘새로운 것’을 느끼기에는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그의 과거로부터의 짐은 완전히 벗겨졌다기보다는 덜어내진 것에 가까웠다. 전작이 발표된 지 그다지 오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된 [Music of the Sphere]의 문을 여는 곡은 “F.E.A.R.”. 이 곡에서 도입부를 장식하는 클래시컬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이언 브라운의 음악적 방향이 변화했다는 느낌을 주기 십상이지만, 외면적 변화에 비해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전자음악과 록음악의 결합이라는 부분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다른 느낌을 주는 요소가 있다면, 전작들처럼 춤추기 좋은 곡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Bubbles”, “The Gravy Train” 등에서 댄서블한 비트의 방식은 전반적으로 어쿠스틱한 느낌을 방해하지 않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Hear No See No”를 비롯한 몇몇 곡들에서 느껴지는 트립합(Trip-Hop)적 요소는 전반적으로 음반의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무엇보다 가장 큰 폭의 변화라면 이언 브라운의 보컬이다. 거의 한번도 저음역을 벗어나지 않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비트를 따라 활보하는 대신 조금씩 엇나가면서 몽롱한 느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일종의 전환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목소리에서 이제는 더 이상 교만한 톤은 없다. 전작만 하더라도 이언 브라운을 상징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였지만 이제 그는 성숙한 티를 내고 있다. 물론 성숙이 반드시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Waterfall”, “This Is The One”에서의 상큼한 매력을 그에게서 기대하기는 더 이상 어려워진 것 같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침울하게 잦아든 그의 목소리에 대해서 성숙인지 노쇠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신작의 음악들 역시 결코 새롭다고만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오아시스(Oasis)를 비롯한 브릿팝 밴드들의 퇴행적인 행보들과 비교한다면, 그의 다른 길을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에 후한 점수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록 음악과 일렉트로니카의 만남이 무조건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라고 할 수는 없으리라. 그런 면에서 아직은 유보라는 단어가 앞선다. 20020307 | 김성균 niuuy@unitel.co.kr 6/10 수록곡 1. F.E.A.R 2. Stardust 3. The Gravy Train 4. Bubbles 5. Hear No See No 6. Northern Lights 7. Whispers 8. El Mundo Pequeno 9. Forever and a Day 10. Shadow of a Saint 관련 사이트 이언 브라운 공식 사이트 http://www.ianbrown.co.uk 스톤 로지스 사이트 http://www.thestoneroses.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