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 – 버스, 정류장 OST – 라디오뮤직/드림비트, 2002 보다 확장된 선율들, 하지만 여전히 아련한 영화 [버스, 정류장]은 열 일곱 살 소녀 소희(김민정 분)와 서른 두 살 남자 재섭(김태우 분)의 사랑이야기이다. 3월 8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마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만을 기다리듯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서성이는 두 남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연출을 맡은 이미연 감독은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서로간의 감정이입을 섬세한 대사 처리와 환영으로 스치는 영상미로 재현시켰고, 마음속 상처를 간직한 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미선이에 적을 뒀던 조윤석의 솔로 프로젝트 루시드 폴(Lucid Fall)이 맡아 관심을 모은다. 그동안의 행보에서 미선이의 데뷔작 [Drifting](1998)과 루시드 폴의 데뷔작 [Lucid Fall]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버스 정류장] 사운드트랙 역시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는 것을 미루어 조윤석은 현재 내향적이고 서정적인 포크의 감수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인정받는 것 같다. 이는 많은 국내 언더그라운드 음악 팬 층이 여린 감수성에 호소하는 음악에 유착하는 ‘한’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윤석이 미선이 시절이나 루시드 폴에서 들려준 음악들은 1990년대 중반의 많은 홍대 클럽 밴드들과 달리 1980년대 ‘따로 또 같이’, ‘동물원’과 같은 국내 언더그라운드 포크 록 밴드들의 감수성과 적잖은 연결고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이러한 성향은 본 사운드트랙에 담긴, 의도적인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약속된 사랑”에서도 내심 짐작할 수 있기도 하다. 특히 루시드 폴 시절에 와서는 나일론 스트링과 스틸 스트링 같은 두 종류의 어쿠스틱 기타를 활용하거나 오보에와 피아노를 즐겨 사용한 것은 많은 이들에게 ‘어떤날’ 풍의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것 같다. 이러한 사운드 위에 특유의 정갈하고 몽환적인 선율과 쓸쓸한 고백조의 가사가 입혀져 루시드 폴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2월 6일경 출시된 [버스, 정류장] 사운드트랙은 토마스 쿡(Thomas Cook)의 [Timetable] 앨범과 함께 작년 2월 초에 발매되었던, 홍대 클럽가에 내향적인 포크의 향기를 담은 루시드 폴의 첫 앨범 [Lucid Fall]을 떠올리게 한다. 미선이의 [Drifting] 앨범에 담긴 “Drifting”과 “섬”을 원곡 그대로 수록했을 뿐 아니라, 영화의 주제곡인 간결하고 정돈된 느낌을 주는 “그대 손으로”를 비롯한 대부분의 곡들이 루시드 폴 시절과의 유사성을 띠고 있으며, 엷은 그런지 성향을 드러냈던 미선이 시절의 코드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어, 루시드 폴의 첫 앨범보다 더욱 상승되고 확장된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또한 그룹 스웨터의 건조하고 무표정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이아립이 보컬로 참여한, 부유하는 바이올린 선율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효과음이 잘 어우러진 “세상은”, 바람 소리와 짧게 끊어 치는 전자 기타 음을 배경으로 천천히 상승하는 곡 구성과 후반부 승천하는 듯한 아름다움을 주는 “내방은 눈물로 물들고” 같은 곡들에서 곡의 구성이나 편곡, 그리고 여러 효과음들과 악기들의 적절한 배치로 묘미를 느끼게 하는 순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버스, 정류장]은 사운드트랙이 영화 개봉 한 달 전에 미리 출시되는 등, 영화 마케팅에 있어서도 의욕적인 자세로 출발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의 영화음악을 그룹 별(Byul)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의 영화음악을 레이니 썬이 맡은 사례처럼 현재 사운드트랙이라는 컨셉은 국내에서 인디 뮤지션을 알리는 보다 효과적인 다리 역할을 해주는 듯 하다. 이는 방송 이외의 음악 홍보 통로가 지극히 부족한 국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리 올바른 현상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최근 침체기를 맞은 국내 인디 씬에서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루시드 폴은 분명 소중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20020228 | 정건진 chelsea2@nownuri.net 8/10 수록곡 1 그대 손으로 (Intro) 2 머물다. (재섭 Theme) 3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소희 Theme) 4 Sur Le Quai 5 섬 6 세상은 7 장난스럽게, 혹은 포근하게 8 Why Do I Need Feet When I Have Wings To Fly? 9 Drifting 10 내 방은 눈물로 물들고 11 그대 손으로 (Main Theme) 12 약속된 사랑 관련 글 미선이 [Drifting] 리뷰 – vol.2/no.22 [20001116] 토마스 쿡(Thomas Cook) [Timetable] 리뷰 – vol.3/no.5 [20010301] 루시드 폴(Lucid Fall) [Lucid Fall] 리뷰 – vol.3/no.5 [20010301] [고양이를 부탁해] OST 리뷰 – vol.4/nol.1 [20020101] 관련 사이트 루시드 폴 공식 사이트 http://www.lucid-fall.com 라디오 뮤직 사이트 http://www.radio-mus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