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소년윤키 – Mexican Vacation – Slowseoul, 2001 당신의 생사를 보장해 줄 수 없소 곤충스님윤키? 아니 곤충소년윤키? ‘ㄱㅊㅅㄴㅇㅋ’? 괴상한 이름이군. 아니,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듯도 하다. 하여간 희한한 이름만큼 음악도 희한할까? 그냥 희한한 척만 하는 인간은 아닐까? 열심히 오버하면서. 처음부터 나레이션이 심상치 않군. 즐기라고 그러다가 씨발놈들아 다 죽여버릴거야라고… 그래, 너희들은 사람들이 즐기라고 음악을 만든다지만 사실은 모두를 비웃어주고 자기만 잘나면 좋은 존재들 같아. 그 본심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일까. 하면서 나의 감상은 사실상 끝났다. 그저 책을 뒤적거리면서 이어폰을 꽂고 있다가 간간이 ‘이 친구 음악 참 허접하게 만드는군’, ‘적당히 키치적인 테크노구만’ 하는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얼마 전 친구와 [살인의 낙인]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임원희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의 어설픈 연기와 과장된 세트, 그리고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내러티브와 컷 연결 등등은 볼 때 자꾸만 보는 사람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극장을 나오고 전철로 걸어오는 동안 내내 그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박장대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그 정신병자 같은 감독, 영화사에서 해고된 게 당연하다는 둥…. 가장 인상적인 것은 특이한 소재나 장치들이 영화를 먹어버린 게 아니라 영화 속에 뒤틀린 상태로 포함되어 있었는데, 바로 그 뒤틀림이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사실 키치라는 것도 지나치게 의도적인 것이 보이면 그때는 키치의 도발적인 상상은 사라지게 된다. 키치는 인디 음악의 장점으로 돋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혹은 빈번히 사용될 때 한편으로는 소재주의 함몰로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들의 머리꼭대기에서 비웃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줄 수 있다(종종 다른 맥락들을 끌어오는데 한편으로는 자기과시 혹은 강요라는 느낌도 받는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제스추어만 앞서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일단 윤키의 음악에 대해 무관심했으므로 이러한 기존의 인식이 지배한 상태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다(게다가 그가 과거에 속한 캬바레 레이블 역시 이런 인상을 강하게 준 바 있다). 마치 장선우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Eyecream Thirst” 같은 곡에서 그 의심은 증폭되었다. 몇몇 수공업적인 면이 눈에 띄는 부분도 그냥 ‘화제성’으로 일축해버렸다. 그러나 “Sunshine Lawyer”까지 오면서 결국은 박장대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친구 정말 싱겁군. 정말 말 그대로 즐기기 위해 음악을 만드는 것 같아. 물론 그의 이전 앨범을 들어보는 과정에서 그가 단순히 ‘웃길려는’ 아티스트는 절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2집 앨범이 훨씬 ‘허접하게’ 만들어졌다는 점도 의외였다. 그러나 그의 ‘즐기세요’라는 말은 그다지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일상생활의 다양한 소음들을 최소한 자기의 감정대로 풀어나갈 수 있게 섞어내고, 그것을 무리하게 거대담론으로 엮어내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최고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1집의 리뷰에서 그에 대한 많은 것은 소개된 바 있으므로 전작의 팬들에게 그저 몇 마디 보탠다면, 1집 보다 훨씬 ‘가난한’ 티가 나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점은 더 잘 드러났다고 생각된다. 물론 다양한 나레이션이나 대사 샘플들이 지나치게 키치라는 쪽으로만 부각될 염려는 있다. 감자칩 통이나 헤어드라이기 등을 이용한 샘플들도 그런 쪽으로만 해석될 수가 있다. 하지만 전작에서 보았듯 그는 기본적으로 음악적 베이스가 풍부한 인물이고 소재에 묻히기보다는 그것들은 적절히 잘라내고 섞으며 자신의 스타일 속에서 이러한 소재들을 표현할 줄 안다. 외면적으로는 엉망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만든 이의 다양한 감정들이 뒤틀린 상태로 녹아 있는 것이다. “Graduate a Private School”을 들으며 눈물까지 흘렸다면 좀 오버겠지만. 20020225 | 김성균 niuuy@unitel.co.kr 8/10 수록곡 1. Enter A Private School 2. Portable Swimming Pool 3. Chijil Dub 4. The Search For Animal Chin 5. Eyecream Thirst 6. Elevator Of No Returns 7. Chopstick Boxing 8. Mexican Suffocation 9. Bus Only Line 10. Enerygy Sustain Human Life Dub(1998) 11. Legal Parking 12. Nose Dripping Dub 13. Hills Of Fortune 14. Hairdrying Highway 15. Girlscout Summer (Camp Fever 1997) 16. Afternoon Knee 17. Samsung Remote Controller 18. Lunchtables Of Death 19. Golden Child Theory 20. Hotel Tooth (Czechoslovakia) 21. Yoggy Daniels 22. Sunshine Lawyer 23. Graduate a Private School 관련 글 곤충스님윤키 [관광수월래] 리뷰 – vol.2/no.15 [20000801] 관련 사이트 슬로우서울 레코드 사이트 http://slow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