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ious Artists – El Che Vive!: 1967 1997 – Last Call, 1997 체 게바라에 대한 범라틴 헌정 체 게바라의 30주기인 1997년에 추모 음반들이 몇 종 나왔다. 그 중 하나는 영국의 투미(Tumi) 레이블에서 발표한 [Hasta Siempre Commandante]이고, 다른 하나가 프랑스의 래스트 콜(Last Call) 레이블에서 발표한 이 음반이다. 앞의 음반은 몇 달 전 수입되었고 이 음반은 최근 수입되었다. 두 음반을 비교할 때 우선 눈에 띠는 것은 이 음반의 ‘국제적’ 성격이다. [Hasta Siempre Commandante]가 까를로스 뿌에블라(Carlos Puebla)나 엘레나 부르케(Elena Burke)처럼 쿠바 음악인들이 주축을 이루었다면, 이 음반에는 쿠바 이외에도 칠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베네주엘라 등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뮤지션들이 망라되어 있다. 거기에 프랑스와 그리스 등 유럽 출신의 뮤지션들도 세 트랙을 차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Hasta Siempre Commandante]가 쿠바의 ‘포크’ 음악, 이른바 누에바 뜨로바(Nueva Trova)라는 음악적 컨셉트로 접근했다면, [El Che Vive!: 1967-1997]는 음악적 컨셉트의 폭을 조금 확장하는 셈이다. 한 가지 더 비교하면 [Hasta Siempre Commandante]가 한정된 시기의 레코딩을 모았다면 [El Che Vive!: 1967-1997]에 수록된 트랙들 사이의 시간적 편차는 30년에 이른다. 앨범 타이틀의 부제가 혹시 이런 뜻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시기별로 고르게 분포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앨범에 일관성이 부족하다거나 산만하지는 않다. 국제적이라고는 해도 라틴 아메리카의 ‘누에바 깐씨온(Nueva Cancion)’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도 “Hasta Siempre”라는 곡이 세 트랙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바 음악을 음악으로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 까를로스 뿌에블라의 원곡은 우수 속에서도 묘하게 힘이 넘치며, 베네수엘라의 누에바 깐씨온의 기수 솔레다드 브라보(Soledad Bravo)의 처절한 노래는 슬픔의 엑기스만을 추출하고, ‘지중해의 존 바에즈’라 불리는 그리스의 마리아 파란투리(Maria Farantouri)는 피아노와 색서폰을 사용하여 리듬감을 살린 해석을 내리고 있다. 이 곡 외에도 칠레의 고(故) 빅토르 하라(Viktor Jara)와 앙헬 빠라(Angel Parra: 비올레타 파라의 아들), 아르헨티나의 아따후알빠 유빵끼(Athahualpa Yupanqui)같은 누에바 깐씨온의 거장들의 고전도 한 트랙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상의 트랙들은 대체로 기타를 중심으로 몇 개의 민속악기를 삽입하여 단촐하게 편곡되어 있다. 이런 사운드가 다소 심심하고 ‘흘러간 시대’를 떠올릴 뿐이라고 생각된다면, 보다 현대적으로 편곡된 트랙들을 찾을 수도 있다. 프랑스의 마띠오(Matio)의 곡은 현대적 편곡을 가했어도 께나(kena)와 차랑고(charango) 등의 민속악기와 잘 결합되어 있고,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칠레의 빠뜨리치오 만스(Patricio Manns)의 트랙도 큰 무리는 없다. 그렇지만 두 곡을 수록한 아르헨티나의 미겔 앙헬 필리삐니(Miguel-Angel Filipini)의 한 트랙은 비슷한 악기를 사용했어도 감미로운 이지 리스닝처럼 편곡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두고 ‘체 게바라의 정신을 몰각했다’는 식의 말은 불필요할 것이다. 게바라는 이미 혁명 투사일 뿐만 아니라 대중 스타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칠레와 아르헨티나 등에서 ‘양키의 음악’인 록 음악을 누에바 깐씨온과 결합시키려고 시도했던, 이들보다 한 세대 뒤의 뮤지션들이 이 음반에 참여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개인적 아쉬움이 든다. 어쩌면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오늘날 게바라의 양면적 얼굴이 잘 결합되지 않고 있는 현실, 아니 맥락없이 잘 결합되고 있는 현실의 반영일지도 모르겠다. 20020220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 이 글은 [조이 클래식]에 수록된 글의 수정판입니다. 수록곡 1. Hasta Seimpre – Carlos Puebla 2. Zamba del Che- Victor Jara 3. Su Nombre Ardio Como un Pajar – Patricio Manns 4. Nada Mas (Homenaje a Guevara, Ernesto) – Atahualpa Yupanqui 5. Cancion del Hombre Nuevo – Daniel Viglietti 6. Que Pare el Son – Carlos Puebla 7. Guitarra en Duelo Mayor – Angel Parra 8. Siembra Tu Luz – Miguel-Angel Filipini 9. Hasta Siempre – Soledad Bravo 10. Ay, Che Camino – Matio 11. Lo Eterno – Carlos Puebla 12. Alma Morena (El Sueno del Che) – Miguel-Angel Filipini 13. Un Nombre – Carlos Puebla 14. Che Esperanza (Cancion del Indio Libre) – Egon Arachanes Kragel 15. Hasta Siempre – Maria Farantouri 16. Habla el Che – Che Guevara 관련 글 담배 피우면서 꾸바 음악 탐사하기 (4) – 누에바 뜨로바: 누에바 깐씨온의 꾸바 버전 관련 사이트 Last Call Records 홈페이지 http://www.lastcall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