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hell Ndegeocello – Peace Beyond Passion – Maverick/Warner Bros., 1996 정체성과 하이브리드의 함수 ‘흑인 여성 양성애자’라는 정체성은 미셸 은디지오첼로(Me’Shell Ndegeocello)의 음악을 듣는 데 어떤 길라잡이가 될까. 그녀는 보통 R&B/소울 뮤지션으로 분류되는데 이러한 그녀의 정체성은 R&B/소울이 갖는 보수적인 이미지와 충돌하면서 혼란과 호기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그녀를 소개하는 글에서 프린스(Prince)의 이름이 종종 언급된다거나 그녀가 베이스 세션 연주자로 활동을 시작했다는 이력 또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렇다면 포크 씬의 아니 디프랑코(Ani DiFranco)처럼 도발적인 가사와 음악을 앞세운 뮤지션일까. 그런데 데뷔 앨범 [Plantation Lullabies](1993)에 수록된 그녀 최초의 히트곡 “If That’s Your Boyfriend (He Wasn’t Last Night)”를 들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이 이는 통상 R&B/소울로 분류되는 음악보다는 훵키한 록에 훨씬 가깝고 그녀의 보컬은 노래라기보다 래핑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백인 로커인 존 멜런캠프(John Mellencamp)와 함께 불러 큰 인기를 얻었던 “Wild Night” 또한 전형적인 록 음악이다. 이쯤 되면 그녀를 R&B/소울로 분류하는 것에 딴지를 걸어볼 만도 하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그녀의 두 번째 앨범 [Peace Beyond Passion]을 듣는다면 이런 분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Deuteronomy: Niggerman”이나 “Leviticus: Faggot” 같은 무거운 베이스 중심의 훵키한 록 음악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도발적이기보다 차분하다는 말이 어울리기 때문인데, 특히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그렇다. “Mary Magdalene”이나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곡을 다시 부른 “Who Is He And What Is He to You”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제법 어번 소울의 질감을 잘 표출해낸다. 또한 낮은 중얼거림으로 진행되는 “Make Me Wanna Holler”는 1970년대 모타운 소울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가장 주목이 가는 곡들은 역시 앞서 말한 업템포의 훵키한 곡들이다. “Deuteronomy: Niggerman”은 미셸의 힘있는 래핑과 빌리 프레스톤(Billy Preston)의 오르간, 베니 모핀(Bennie Maupin)의 클라리넷, 여기에 조슈아 레드먼(Joshua Redman)의 색서폰이 격정적으로 어우러지는 재지(jazzy)한 곡이다. 한 곡 건너의 “Leviticus: Faggot”은 귀에 착 감기는 베이스 리프와 깔짝거리는 기타 연주가 리드하는 1970년대 소울/디스코 풍의 곡이다. 이 곡들은 제목에서 보듯 인종과 성적 차별에 관한 가사를 담고 있는 곡들인데, 앨범은 이런 사회적 차별을 종교적인 은유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그녀의 음악이 R&B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주변인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음악이 하이브리드의 양상을 띤다는 점인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역으로 여러 스타일을 오가는 것으로 표출된다는 것은 제법 흥미로운 사항이다. 물론 이러한 그녀의 특징이 하나의 씬으로 이어지거나 대중적인 영향력을 갖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재능 있는 여성 소울 싱어 송라이터들의 등장에 작은 밑거름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PS: 그녀의 이름 은디지오첼로는 스와힐리어로 ‘새처럼 자유롭게’라는 뜻이라고 한다. 20020226 | 장호연 bubbler@naver.com 7/10 수록곡 1. The Womb 2. The Way 3. Deuteronomy: Niggerman 4. Ecclesiastes: Free My Heart 5. Leviticus: Faggot 6. Mary Magdalene 7. God Shiva 8. Who Is He And What Is He to You 9. Stay 10. Bittersweet 11. A Tear and a Smile 12. Make Me Wanna Holler 관련 글 D’Angelo [Brown Sugar] 리뷰 – vol.3/no.18 [20010916] Maxwell [Now] 리뷰 – vol.3/no.18 [20010916] Mary J. Blige [My Life] 리뷰 – vol.3/no.18 [20010916] Mary J. Blige [Mary] 리뷰 – vol.1/no.8 [19991201] Mary J. Blige [No More Drama] 리뷰 – vol.3/no.19 [20011101] Lauryn Hill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리뷰 – vol.3/no.18 [20010916] Erykah Badu [Baduizm] 리뷰 – vol.4/no.5 [20020301] Erykah Badu [Mama’s Gun] 리뷰 – vol.3/no.3 [20010201] Macy Gray [On How Life Is] 리뷰 – vol.3/no.1 [20010101] Macy Gray [The Id] 리뷰 – vol.3/no.19 [20011001] Angie Stone [Black Diamond] 리뷰 – vol.4/no.5 [20020301] Angie Stone [Mahogany Soul] 리뷰 – vol.4/no.5 [20020301] Jill Scott [Who Is Jill Scott? : Worlds and Songs, Vol.1] 리뷰 – vol.4/no.5 [20020301] Jill Scott [Experience : Jill Scott 826+] 리뷰 – vol.4/no.5 [20020301] Jill Scott in Bay Area : 흑인 여성들을 위한 축가 – vol.3/no.19 [20011101] 관련 사이트 Me’Shell 공식 웹사이트 (ArtistOne) http://www.meshell.net/ Me’Shell 공식 웹사이트 (매버릭 레이블) http://www.meshell.com/ Me’Shell 홍보 페이지 (mp3.com) http://artists.mp3s.com/artists/296/meshell_ndegeocello.html 미셸 은디지오첼로 비공식 팬사이트 http://www.freemyheart.com/ ‘divastaton’의 미셸 페이지 http://www.divastation.com/meshell_ndegeocello/ndegeocello_bi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