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6032837-0404nodoubtNo Doubt – Rock Steady – Interscope/Universal, 2001

 

 

다시 펑크에서 뉴 웨이브로

“여성이 또 다른 대안(alternative)이다”란 말이 나왔던 1990년대 중반에는 여성이 리더 보컬인 록 밴드가 마치 열병처럼 큰 유행이었다. 수많은 여성 밴드(혹은 여성이 멤버였던 밴드)가 명멸해갔지만,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카디건스(Cardigans), 가비지(Garbage)와 함께 스카 펑크 밴드 노 다웃(No Doubt) 역시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분명 데뷔 당시나,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알려 실질적인 데뷔 앨범 구실을 한 [Tragic Kingdom](1995)도 어느 모로 보나 스카 펑크(Ska Punk)였던 데 반해, 노 다웃의 네 번째 앨범 [Rock Steady]는 견고한 록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듯한 앨범 제목에도 불구하고 스카가 살짝 가미된 전형적인 뉴 웨이브(new wave) 넘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첫 곡 “Hella Good”에서 무겁게 반복되는 전자음은 후반으로 갈수록 가벼워지고 매끄러워져서 신쓰 팝(synth pop)의 느낌을 준다. 첫 번째 싱글로 발표된 “Hey Baby” 역시 특유의 스카 리듬이 잘 살아 있는 복고적인 신쓰 팝인데, 영미 양국에서 이들의 대표곡 “Don’t Speak” 이후 가장 높은 차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2월 16일 현재 영국 싱글 차트 2위, 미국 싱글 차트 6위). 점입가경이라고 다음 곡 “Making Out”에서 리버브 걸린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의 목소리와 복고적인 건반 소리는 1980년대 중반 ‘유로 댄스’라고 국내에 소개된 모던 토킹(Modern Talking)이나 씨씨 캐치(C.C. Catch)의 음악을 듣는 듯한 묘한 향수를 준다. 한편 프린스(Prince)와 함께 부른 “Waiting Room”은 프린스의 카리스마에 비해 그웬 스테파니가 힘에 부치는 느낌이다.

이렇듯 앨범 [Rock Steady]의 수록곡 대부분은 뉴 웨이브 팝이다. 전작 [Return Of Saturn](2000) 역시 “New”나 “Ex-Girl Friend” 같은 완연한 일렉트로니카 스타일의 곡들을 담고 있었는데, 이를 그저 여러 음악 방향 중 하나로 지나쳤던 이들이라면 이번 앨범의 뉴 웨이브 사운드는 놀라움을 줄지도 모른다. [Rock Steady]에 담긴 뉴 웨이브 사운드는 단순히 전체적인 인상을 넘어 이제 더 이상 노 다웃을 스카 펑크 밴드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이들이 멀리 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던진다.

노 다웃과 함께 1990년대 중반 활발하게 활동했던 스카 펑크 밴드 서브라임(Sublime)이나 스매쉬 마우스(Smash Mouth) 등의 인기가 예전 같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 요즘 스카 펑크라면 왠지 유행에 쳐진 장르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 같다. 하지만 노 다웃의 변화를 고전적 펑크가 1980년대 뉴 웨이브로 변환하였던 것과 연결짓기엔 별로 개연성이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혹시 다른? 작년에 새 앨범을 발표했던 가비지(Garbage)가 보다 팝적이고 매끈한 음악을 들려준 것이나, 발매 1년이 넘도록 여전히 차트 5위권에서 내려갈 줄 모르는 린킨 파크(Linkin Park)의 앨범 [Hybrid Theory](2000)가 멜로딕한 얼터너티브 메틀을 담고 있다는 점이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Tragic Kingdom]이 미국 내에서만 1천만 장이 넘는 벼락 성공을 거둔데 반해, 많은 기대를 모은 후속작 [Return Of Saturn]이 나락 같은 상업적 참패를 기록했다는 사실(‘고작’ 1백만 장의 판매고 기록)은 어떤 알리바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보다 설득력 있는 해답을 얻기 위해선 이번 앨범의 음악적 결과물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보다 매끈한 사운드를 위해 참여한 프로듀서의 면면은 참으로 화려하다. 1980년대 뉴 웨이브의 기수였던 카즈(The Cars)의 릭 오카섹(Ric Ocasek)이나 약간 의외인 프린스(Prince)도 그렇지만,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브욕(Bjork)을 데뷔시킨 넬리 후퍼(Nellee Hooper)와 마돈나(Madonna)를 일렉트로니카 디바로 변화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한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이다. 혹시 조만간 노 다웃의 신보 소식보다는 보컬 그웬 스테파니의 솔로 앨범 소식이 먼저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단순해서 낙천적으로 들리는 스카 특유의 리듬감에 일렉트로니카 음향이 살짝 가미된 마지막 곡 “Rock Steady”는 스카와 뉴 웨이브가 동시에 공존하는, 그웬 스테파니와 노 다웃이 함께 느껴지는, 앨범 전체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다.

노 다웃이 [Tragic Kingdom]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 할 때에도 그웬 스테파니는 섹시한 의상과 요란한 치장 때문에 록계의 마돈나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었는데, 음악에서도 점점 마돈나를 닮아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비록 이번 앨범이 친숙한 멜로디에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한 음질을 자랑하지만, 세련되다라는 느낌보다는 노련하다라는 느낌이 앞서고, 이전의 “Just A Girl”이나 “You Can Do It” 같은 곡에서 느껴지던 말괄량이 같은 에너지를 희생한 결과물로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느낌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20020215 | 이정남 rock4free@lycos.co.kr

6/10

<사족>
“Intro”와 “Rock Steady”에서 그웬 스테파니가 “진정한 사랑은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했던가. 2000년 앨범 [Return Of Saturn] 당시 그웬 스테파니는 부쉬(Bush)의 개빈 로스데일(Gavin Rossdale)과 결별한 후였는데, 최근 다시 만나서 약혼까지 했다고 한다.

수록곡
1. Intro
2. Hella Good
3. Hey Baby
4. Making Out
5. Underneath It All
6. Detective
7. Don’t Let Me Down
8. Start the Fire
9. Running
10. In My Head
11. Platinum Blond Life
12. Waiting Room
13. Rock Ste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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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Doubt [Return Of Saturn] 리뷰 – vol.2/no.8 [20000416]

관련 사이트
No Doubt 공식 사이트
http://www.nodoub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