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hex Twin – Drukqs – Warp/Sire, 2001 ‘무의미’의 진화과정 리처드 디 제임스(Richard D. James)의 1인 프로젝트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음악은 흔히 앰비언트 테크노(ambient techno) 혹은 IDM(intelligent dance music)으로 불리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게 불리는 것을 달갑지 않아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까지 그의 음악 여정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제한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물론 [Selected Ambient Works]라는 타이틀로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지만, 이처럼 앰비언트 이름을 달고 나온 작업의 성과물들도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심지어 오브(The Orb)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97년경 그는 한 인터뷰에서 앰비언트 음악에 거부감을 표하면서 오히려 ‘두뇌를 흥미롭게 하는 빠른 음악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적이 있다. 이는 1996년에 발표한 [Richard D. James Album]에서 드럼앤베이스(Drum’n’Bass)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이후 그의 음악 행로와 관계가 있다. 특히 그때 이후 에이펙스 트윈이나 스퀘어푸셔(Squarepusher)의 작업들은 기존의 드럼앤베이스를 더욱 강렬하고도 실험적인 전자 음악으로 변화시키면서(동시에 댄스 플로어와 관계없는 드럼앤베이스로 변화시키면서) 드릴 앤 베이스(Drill’n’Bass)라는 이름으로 불린 바 있다. 에이펙스 트윈의 2001년 말에 나온 [Drukqs]는 정규 앨범으로 계산한다면 [Richard D. James Album] 이후 무려 5년만의 신작이다. 물론 그가 그동안 마냥 쉬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 [Come To Daddy] EP와 [Windowlicker] 작업, 그리고 크리스 커닝엄(Chris Cunningham)과 함께 한 엽기적인 영상 작업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여 왔다. 다만 근래의 작업들에서 그가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 점차 관심을 넓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았고, 한때 장난스러운 은퇴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행각 사이에서, 총 100여분이나 되는 두 장 짜리 CD라는 결과물은 사실 약간 의외일 수도 있다. 앨범 [Drukqs]에 대한 인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상당히 다양한 특징의 음악들이 공존한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이전의 그의 음악들에 비해 사운드가 상당히 ‘명징하게’ 들려온다는 점이다. 우선 음악적인 다양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귀를 찢는 듯한 효과음들과 무조적인 사운드, 더 정신없어진 비트와 단절들로 이루어진 프로그래밍들이 돋보이는 이른바 드릴 앤 베이스 경향의 곡들이다(“54 Cymru Beats”, “Mt. Saint Michel Mix+St. Michaels Mount”, “Afx237 V7”). 이 곡들의 광란적인 프로그래밍은 전작들보다 더욱 정도가 심해진 듯한데, 때로는 EBM(electronic body music)이나(“Prep Gwarlek 3B”) 초기의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음악들을 연상시키는 측면도 있다(“Gwarek 2”). 그 사이에 주기적으로 에릭 사티(Eric Satie)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피아노곡들(“Jynweythek Ylow”, “Hy a Scullyas Lyf a Dhagrow”, “Btoum-Roumada”)이 간주곡처럼 첨가되고, 그의 이전 작업들을 연상케 하는 트랙들도 다수 존재한다. [Selected Ambient Works 85-92]의 수록곡들을 연상케 하는 감성적인 앰비언트 “Bbydhyonchord”를 비롯해서 [Selected Ambient Works, Vol. 2]의 단조롭고 구상적인(동시에 음울한) 사운드의 재현인 “Gwely Mernans”, 또 근작들과 [I Care Because You Do] 사이의 어딘가에 놓여있는 듯한, 구상적 앰비언트와 신경증적인 드릴 앤 베이스가 뒤섞인 “Taking Control”, “Vordhosbn”도 눈에 띈다. 이런 결과물에 대한 부정적 반응 중 하나는 이 곡들이 그동안 리처드 D. 제임스의 하드 디스크에 오랜 동안 쌓여있던 미발표곡들을 다듬어서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가령 제작과정의 무성의함에 대한 단순한 추궁이라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겠지만, 이전 음악들의 재탕일 뿐이라는 비판이라면? 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을 털고 본다면 그렇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 다시 두 번째 특징, 즉 사운드의 명징성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지금까지 에이펙스 트윈은 댄스 플로어와는 거리가 먼 ‘베드 룸’ 테크노 아티스트였다. 게다가 그가 다른 장르를 차용하는 경우 대부분의 결과는 기존 음악의 에너지들을 거의 소멸시킨 채 차가운 구상적 이미지로 구조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종종 강렬한 리듬이 주도하는 듯하지만 배경의 사운드 텍스처와의 부조화에 의해서 사운드가 기묘할 정도로 무의미해지곤 했다. 이런 점은 [I Care Because You Do] 같은 앨범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Drukqs]에서도 종종 이러한 경향은 드러나지만 이제는 다른 느낌의 음악과의 충돌보다는 상호보완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짧은 피아노곡들 역시 지극히 뚜렷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경우들이 많다(“Father”처럼 무조적인 경우는 있지만 특별히 불협화음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장 댄스 플로어에 친화적인 곡 “Cock/Ver 10″에 삽입된 음성이자, 이 앨범 발매 이전에 런던의 지하철역 곳곳에 붙어있던 광고 문구인 “Come On You Cunt, Let’s Have Some Aphex Acid”에서 추측해 볼 때 혹시 이 앨범은 에이펙스 트윈 최초의 청중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Ziggomatic V17” 같은 곡에서는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사운드의 명징성과 연관시켜서 바라볼 부분은 충분할 것이다. 물론 에이펙스 트윈은 이 음반 하나로 향후 행보를 단정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하고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다. 다만 [Drukqs]에 대해 한마디 거들 수 있다면, 최소한 그의 팬들에게는 상당히 큰 선물이 될 것 같다는 점이다. 20020206 | 김성균 niuuy@unitel.co.kr 8/10 수록곡 DISC 1 1. Jynweythek Ylow 2. Vordhosbn 3. Kladfvgbung Micshk 4. Omgyjya Switch 7 5. Strotha Tynhe 6. Gwely Mernans 7. Bbydhyonchord 8. Cock/Ver 10 9. Avril 14th 10. Mt. Saint Michel Mix+St. Michaels Mount 11. Gwarek 2 12. Orban Eq Trx 4 13. Aussois 14. Hy a Scullyas Lyf a Dhagrow 15. Kesson Daslef DISC 2 1. 54 Cymru Beats 2. Btoum-Roumada 3. Lornaderek 4. Penty Harmonium 5. Meltphace 6 6. Bit 4 7. Prep Gwarlek 3B 8. Father 9. Taking Control 10. Petiatil Cx Htdui 11. Ruglen Holon 12. Afx237 V7 13. Ziggomatic V17 14. Beskhu3epnm 15. Nanou 2 관련 사이트 Aphex Twin 공식 사이트 http://www.aphex-tw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