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y Might Be Giants – Mink Car – Restless, 2001 심심한 향수(鄕愁) 데이 마잇 비 자이언츠(They Might Be Giants: 이하 TMBG로 통칭)는 1980년대 후반 컬리지 록 씬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밴드의 두 축이었던 플랜스버그(Flansburgh)와 리널(Linnell)은 포스트 펑크와 뉴 웨이브의 흐름 하에서 멜로디를 중시하는 관점을 견지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 아방가르드 록의 핵심인 캡틴 비프하트(Captain Beefheart)에 경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은 이들이 이른바 인디 록의 실험적 경향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팝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사운드의 뉘앙스는 ‘생동감(energetic)’ 그 자체였다. 이런 이유로 그들의 성공적이었던 두 앨범(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과 [Lincoln])은 인디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차트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토대로 TMBG는 메이저 레이블인 일렉트라(Elektra)와 계약하게 된다. 그 후 메이저 데뷔작이자 그들의 통산 3집인 [Flood]는 인디 시절 무르익은 송라이팅 감각과 MTV의 지원을 받아 큰 히트를 기록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미래는 장미 빛인 듯 보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시대의 조류는 그들을 외면하고 있었다. 아주 교묘하게도 그들이 성공을 자축하기도 전에 그런지의 열풍이 불어닥쳤고, 적절한 위트와 생동감보다는 자괴감이 시장에서 환영받는 시대가 도래했던 것이다. 결국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에 대한 두려움은 이들을 궁지로 내몰았다. [Flood]가 골드 앨범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의 무관심은 이들의 다음 작인 [Apollo 18] 앨범에 (몇몇 싱글을 제외하고) 약간의 노이즈와 어울리지 않는 암울함을 담게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후 이들은 이 어색한 배합을 견지해 나갔지만 결과는 더욱 참담해져만 갔다. 시장과 평단의 무관심은 이들을 해체로 모는 것처럼 보였고, 1999년 11월 라이브 앨범과 베스트 앨범의 동시 발매는 이 우려를 기정사실화해 가는 일련의 움직임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끝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듯이, TMBG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장선상에서 밍크 카(Mink Car)란 제목의 본 작이 담고 있는 내용물은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본 작에서 그들은 [Flood]를 전후한 그들의 생동감과 위트를 다시 기억해낸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전작인 [Factory Showroom]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했고 본작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플러드에서 이들은 생동감을 구현하기 위해서 기타보다 키보드에 더 비중을 두었다. 이로써 그들은 마치 클럽 음악처럼 댄서블한 록을 구현했으며, 본작에는 신시사이저 베이스(synthesizer bass)가 추가되어 그런 색채는 더 강화되었다. 그래서 사운드 성격은 역시 미디(MIDI)적인 색채가 강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오는 단조로움은 첼로나 트럼펫같은 다양한 악기구성으로 커버하고 있다. 물론 “Hovering Sombrero”같은 어쿠스틱한 트랙도 있으며, 신시사이저 베이스를 주로 사용해서 짜임새가 강화된 “Mr. Xcitement”와 “I’ve Got a Fang” 등의 곡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팬들을 흐뭇하게 할 수 있을 만한 트랙은 역시 미디적인 색채가 강한 “My Man”같은 곡이다. 굳이 싸잡아 보자면 “Bangs”는 최근의 인디 팝 팬들에게 어필 할 수 도 있겠다. 곡 수는 17곡으로 많은 편인데 1분에서 3분 30초 내외의 곡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다. 그래도 ‘심심’하기는 하다. 고지식하게 감상의 이유를 변명하자면 이런 음악은 볼 장 다 봐서 재미없다고 역겨운 소리를 내뱉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결정적으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스타일적 구심점’이 부실해 보인다고 느끼는 건 나만의 착각은 아닐 듯 하다. 그것은 이들의 음악적 원천이 트렌드를 쫓는 것 따위는 아니었지만 당대의 다양한 요소를 배합했던 특성을 감안할 때, 과거의 스타일을 아우르면서도 현재의 트렌드를 쫓으려는 이들의 시도가 하나의 오리지널로 융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문 지면에서 흔히들 거론되는 말론 백화점식이란 말도 그리 나쁠 것 같진 않다. 이는 그들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그들의 성공적이었던 전작과 비교하게 되는 악습(惡習)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순히 예전의 ‘성공한’ 스타일을 답습한다고 해서 ‘돌아온 탕아’가 복권되는 일 따위는 드물다. 향수(鄕愁)만으로 되는 일이 뭐 있던가. 20020207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6/10 수록곡 1. Bangs 2. Cyclops Rock 3. Man, It’s So Loud In Here 4. Mr. Excitement 5. Another First Kiss 6. I’ve Got A Fang 7. Hovering Sombrero 8. Yeah Yeah 9. Hopeless Bleak Despair 10. Drink! 11. My Man 12. Older 13. Mink Car 14. Wicked Little Critta 15. Finished With Lies 16. She Thinks She’s Edith Head 17. Working Undercover For The Man 관련 글 [Us line] Who Might Be Giants? – vol.1/no.6 [19991101] 관련 사이트 They Might Be Giants의 공식 사이트 http://www.tmb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