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kira – Laundry Service – Sony, 2002 라틴 슈퍼스타의 영어권 정복 프로젝트 국내의 대형음반 매장에 갔더니 샤끼라의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제니퍼 로페스나 김윤아 수준의 대대적 홍보였다. 빌보드 차트를 보니 앨범 차트 3위를 차지하며 더블 플래티넘을 차지하고 “Whenever, Wherever”가 싱글 차트 6위까지 오른 것으로 보아 국제적으로 꽤 뜬 것까지는 알겠는데, ‘국내에도 샤끼라를 아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샤끼라는 이제 국제적 슈퍼스타가 되었고, 그 계기는 1999년 한해 동안 라틴권에서 줄기차게 울려퍼진 “Ojos Asi(그런 눈)”라는 곡이다(작곡은 글로리아 에스테판이다). 마치 한국인이 핑클이나 장나라 듣는 수준으로 라디오에서 줄창 흘러나왔고, MTV에서는 ‘관능적’ 뮤직 비디오도 ‘헤비 로테이션’되었다. “Ojos Asi”만 들어서는 샤끼라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와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물론 샤끼라의 태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오리엔탈 선법(mode)의 멜로디가 흘러나오지만 그건 샤끼라 아니라 샤크라라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할 것은 없다. 하지만 ‘레바논계 콜롬비아인’인 이 뱀띠 처녀를 그저 ‘또 한 명의 브리트니 워너비’라고 폄하해버리고 말면 다소 서운해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처녀의 목소리는 영락없는 록 보컬이고, 저 히트곡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곡들도 록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싱어송라이터이자 셀프 프로듀서’라는 사실은 ‘신뢰성’을 안겨주는 요인들이다. 물론 이번에 히트한 “Whenever, Wherever”도 “Ojo Asi”와 크게 다르지 않은 댄스곡이다. 그것도 라틴 댄스곡도 아니고 일반 댄스곡(앵글로 댄스?)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의 의미는 분명하다. 다름 아니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의 팝 스타의 ‘영어 앨범’이고, 이런 앨범의 목적은 ‘크로스오버 히트’다. 이렇게 ‘떼돈’을 목표로 한 음반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은 다른 아티스트에 대한 도리가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들을만한 음반’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겠지만. 순서를 무시하고 몇몇 트랙을 들어 보자. “Whenever, Wherever”는 한두 번 듣고 후렴구를 따라하지 않는다면 현대의 대중이 아닐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 ‘워우어’ 같은 늑대소리 비슷한 보컬과 께나(quena: 플루트)의 신묘한 소리도 흥미롭다. 반면 “Underneath Your Clothes”는 삼삼한 제목처럼 ‘어덜트 컨템퍼러리 러브 송’으로 적격이다. 이렇게 무조건 잘 팔릴 곡들 다음에는 “Rules”나 “Fool” 같은 ‘미국 유행가풍’의 록 넘버가 뒤를 받친다. “Ready For The Good Time”처럼 ‘출발이나 발상은 록인데 막상 나오는 것은 댄스 팝(이 경우에는 디스코)’인 샤끼라표 스타일도 여전하다. 그러면 ‘라틴’은 어디에서 찾는가? 첫 트랙인 “Objection”은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멋진 탱고를 연주하지만 곧 쿵쾅거리는 댄스 팝으로 변한다. 리키 마틴이 ‘아, 저런 생각을 왜 못했을까’라고 땅을 치고 아스또르 삐아솔라(Astor Piazzolla)가 살아있다면 ‘뭐 저런 게 있어’라고 분노할 만한 곡이다. 다른 곡에서도 께나나 차랑고(charango: 현악기)처럼 안데스 지역의 악기나 카리브해 풍의 퍼커션이 삽입되지만 이것들도 양념 이상은 아니다. 스페인어 가사로 되어 있는 “Que Me Quedes Tu(당신은 내게 무엇을 남겼는가)”는 우드(oud: 중동 지역의 현악기) 소리만 양념으로 들어가서 그녀의 복잡한 에쓰니씨티를 확인시켜 주는 효과를 제외하곤 ‘미국 유행가풍’이다. “Te Aviso., Te Anuncio”와 “Suerte”는 각각 “Objection”과 “Whenever, Wherever”의 스페인어 버전이라서 ‘색다른 맛’이 있다는 평 이상은 과찬이겠지만 “댄스는 역시 라틴이 최고”라는 생각은 든다. “Eyes Like Yours”는 “Ojo Asi”의 영어 가사 버전이다. 몇번 반복해서 들은 다음에 생각해 보니 ‘들을 만한 앨범’이라는 평가에는 지금도 변함없지만, 내일 당장 들을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변덕스러운 대중의 취향에 어떻게 맞추어 나가는가가 그녀가 현재 오른 지위를 유지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창법이 앨러니스 모리셋 비슷하고 몇몇 부분의 코러스(후렴)는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는 평을 넘어서는 것도 포함된다. 샤끼라 같은 유형의 아티스트에게는 ‘슈퍼스타가 아니면 꽝’이라는 공식이 적용되니 말이다. 20020214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Objection (Tango) 2. Underneath Your Clothes 3. Whenever, Wherever 4. Rules 5. The One 6. Ready For The Good Times 7. Fool 8. Te Dejo Madrid 9. Poem To A Horse 10. Que Me Quedes Tu 11. Eyes Like Yours 12. Suerte 13. Te Aviso, Te Anuncio (Tango) 관련 사이트 Shakira 공식 홈페이지 http://www.house-of-shakira.nu Shakira 국제 홈페이지 http://www.shaki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