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5102313-0404rs01aftermathRolling Stones – Aftermath – abkco, 1966

 

 

백인 악동 로커들의 첫 선전포고

(1966년 미국 발매반을 중심으로 리뷰함)

싱글 시절의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는 1963년부터 척 베리(Chuck Berry), 하울링 울프(Howlin’ Wolf)와 같은 미국 흑인 블루스 거성들을 커버하면서 입지를 키워 나가던 ‘백인’ R&B, 블루스 밴드였다. 1960년 당시 미국 백인 팝 청중들에게는 생소했던 흑인 블루스를 자신들의 가장 이상적인 음악적 수유원(授乳原)으로 받아들인 후 미국에 다시 전수한 것은 브리티쉬 인베이전(British Invasion) 기수들의 공통된 역사였으나, 스톤즈는 여기에 특유의 마초적 허장성세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것으로 다른 기수들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오늘날 그들의 가장 압축된 베스트 앨범에서도 빠지지 않는 “Time Is On My Side”, “(I Can’t Get No) Satisfaction” 등의 메가 히트 싱글들을 통해 공고한 세를 형성한 후, 마침내 첫 정규 앨범 제작에 들어가는 데 그것이 바로 [Aftermath]다. 이제 이 앨범은 블루스와 서던 소울에 완전히 통합돼 있던 시절의 롤링 스톤즈를 가장 선명하고 응집된 형태로 보여주는 첫 번째의 전 곡 오리지널 앨범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브리티쉬 인베이전의 간판 격이었던 비틀스와는 사뭇 다른 컨텍스트로서 의미를 갖는다.

첫 트랙은 “Paint It Black”.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영화 [풀 메탈 재킷(Full Metal Jacket)]과 미 육군을 소재로 한 TV 시리즈 [머나먼 정글]의 시그널 음악으로 회자되는 바람에 스톤즈로선 사뭇 엉뚱하게 받아든 휘장 같은 느낌이 없지 않지만, 다양한 악기의 배치가 놀라운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탁월한 블루스라는 느낌은 여전하다. 시타의 신비로운 듯 유약한 리버브, 주술적인 드럼 난타와 탬버린, 단순하지만 드라마틱하게 전진하는 기타 스트로킹이 조화를 이루어,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제시한다.

위악을 한량의 제스처로 못박은 믹 재거(Mick Jagger)의 쥐어짜는 듯한 창법이 로커빌리 풍으로 흥겹게 스텝을 밟는 해몬드 오르간과 함께 어울리는 “Stupid Girl”은, 여성을 섹슈얼리티 이상의 가치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반성 없는 마초 송가이다. 클래식한 덜시머 덕분에 중세 궁정 악처럼 단아하게 들리는 “Lady Jane”에서 방약무인한 테스토스테론의 혈기가 한 풀 꺾였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랑하는 여자들의 이름을 소절마다 바꿔 불러가며 폴리가미에 대한 유아기적 찬미를 숨기지 않는 이들의 전법이니 말이다. 역시 남성적 지배욕을 오만하게 설파하고 있는 “Under My Thumb”에는 마림바가 쓰여 보다 깊은 블루스의 흥취를 내고 있다. “Doncha Bother Me”를 비롯, “High And Dry”와 “It’s Not Easy”로 접어들면서 슬라이드 기타와 하모니카 등이 머디 워터스(Muddy Waters)나 하울링 울프 등, 스톤즈가 신봉해 마지않던 델타 블루스와 서던 소울 스타일의 키워드처럼 들린다.

두 달 앞서 영국에서 발매된 동명의 앨범에만 포함되고 미국 발매 반에는 빠진 네 곡들 중 가장 주목할만한 “Mother’s Little Helpers”까지 설명하자. 존재론적 고민들을 마약으로 해결하는 전업 주부를 노래해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 곡은 시타의 향정신성(?) 여운이 하프시코드와 어쿠스틱 기타의 분주한 프레이즈마다 끼여드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역시 1960년대의 히피즘 문화와 포크 리바이벌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앞서 설명했지만 다양한 악기 사용과 창법, 태도의 개발을 통해 블루스의 음역을 보다 다이내믹하게 넓힘으로써 미국 주류 문화로부터 냉대 받던 흑인 음악을 새로운 ‘퓨전’으로 제시한 것이 이 앨범의 사적(史的) 가치라 할 수 있다. 흑인 음악을 백인으로서 ‘체화’하는 과정에서 어설프게 ‘백인적’으로 반성하거나 보은(?)하는 낭만주의로 내려앉지 않기 위해, 그리고 비틀스와는 다른 역학 장을 유지하기 위해 롤링 스톤즈에게 남성주의의 전략은 어느 정도 필요한 전략이 아니었을까. 그 남성주의는 다분히 탈 정치적이고 반 미학적인, 다시 말해 악동들의 ‘개그’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미덕이 된다. 개인적으로 롤링 스톤즈를 파티 록큰롤 블루스로 편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가 이런 점에 있다. 블루스 자체의 미덕도 거기에서 멀지는 않을 것이다. 20020214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8/10

수록곡
1. Paint It Black
2. Stupid Girl
3. Lady Jane
4. Under My Thumb
5. Doncha Bother Me
6. Think
7. Flight 505
8. High And Dry
9. It’s Not Easy
10. I Am Waiting
11. Going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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