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5095601-0404rs05letitbleedRolling Stones – Let It Bleed – abkco, 1969

 

 

로큰롤의 어두운 면을 승화시킨 역작

한 평자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글을 시작하자. “1960년대 비틀스가 팝을 지배했을 때 그들의 음악에는 한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둠이었다. […] 어두운 측면의 유혹적인 복잡성을 갈구하던 사람들은 롤링 스톤즈로 관심을 돌렸다.” 그는 “Sympathy For The Devil”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도입부를 깔아놓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Let It Bleed]를 가져다 놓고 싶다. 이 앨범이야말로 어둠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 음반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졌듯이 앨범 [Let It Bleed]는 롤링 스톤즈의 가장 비극적인 시기에 가로놓여 있다. 우선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의 밴드 탈퇴와 의문의 죽음이 앨범 녹음 도중에 일어났다. 그 결과, 앨범에는 브라이언이 참여한 두 곡(“Midnight Rambler”, “You Got The Silver”)과 이어 새로운 기타리스트로 들어온 믹 테일러(Mick Taylor)가 작업한 두 곡(“Country Honk”, “Live With Me”)이 함께 실려있다. 또한 앨범 발표 후 미국에서 가진 공연에서 유명한 ‘알타몬트(Altamont)의 비극’이 일어났고 그들은 1960년대를 불명예스럽게 마감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음악외적 측면을 제외하고라도 이 앨범은 충분히 어둡고 음습하다. 전체적으로는 싸이키델릭 실험 이후 자신들의 뿌리인 블루스와 컨트리로 돌아간 앨범 [Beggars Banquet]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좀더 강하고 풍성하고 또 어둡다.

무엇보다 앨범을 지배하는 것은 키쓰 리처즈(Keith Richards)의 발군의 기타 연주다. 그는 일렉트릭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슬라이드 기타를 오가며 실로 다채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가령 첫 곡 “Gimme Shelter”에서는 일렉트릭 기타로 독특한 톤을 만들어 묵시록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우다가 “Love In Vain”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로 아르페지오 주법을 연주하며 슬라이드 기타도 슬쩍 집어든다. “Let It Bleed”의 중간부에선 슬라이드 기타로 강렬한 톤을 선사하며 “Monkey Man”에서는 또 거칠고 둔탁한 소리를 선보인다. “Live With Me”에서는 아예 베이스 기타를 잡고 훵키한 베이스라인을 연주하는데, 급기야 “You Got The Silver”에서는 리드 보컬을 맡기까지 한다.

키쓰 리처즈의 기타가 앨범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면 이를 바탕으로 풍성한 사운드가 만들어진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할 것은 역시 앨범을 열고 닫는 두 곡이다. 음산하고 불길한 무드의 “Gimme Shelter”는 “Sympathy For The Devil”과 더불어 묵시록적인 가사로도 유명한 곡으로 퍼커션과 하모니카, 특히 매리 클레이튼(Mary Clayton)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곡에 놀라운 힘을 실어준다. 소울과 가스펠이 록과 융화된 예인데, 이렇게 디바의 목소리를 록에 삽입한 시도는 거의 선구적이라 할 만하다. 반면 합창단과 프렌치 혼의 목가적인 분위기로 시작하는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는 롤링 스톤즈가 1960년대에 고하는 장대한 서사시이다. 곡은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점차 긴장이 고조되어 곡이 끝나갈 무렵에는 한음한음 높아지는 합창과 더불어 실로 장대한 광경을 연출한다.

또 다른 대곡으로 “Midnight Rambler”를 들 수 있다. 강간 장면을 묘사했다고 하여 논란이 된 곡인데 내러티브를 따라 박진감 있게 몰아붙이다가 다시 늘어지는 구성도 특이하거니와 키쓰 리처즈의 기타와 믹 재거(Mick Jagger)의 하모니카가 양 귀를 찢어대며 울리는 소리도 일품이다. 비록 이 앨범에는 싱글로 발표되어 히트한 곡은 없지만 딱히 대표곡을 고르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곡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의 오리지널을 새롭게 편곡한 “Love In Vain”(크레딧에는 Trad. arr./Jagger/Richards라고 되어있다),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롤링 스톤즈 식의 하드 록 “Live With Me”, 부기우기 스타일의 피아노 반주로 진행되는 “Let It Bleed”, 비브라폰 연주와 믹 재거의 격정적인 창법이 특징적인 “Monkey Man” 등. 앨범의 전체 연주 시간은 40분이 조금 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앨범이 발산해내는 에너지와 중량감은 가히 압도적이다.

롤링 스톤즈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 로큰롤의 원초적인 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밴드라면, 이 [Let It Bleed]는 그런 로큰롤의 어두운 면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더구나 1960년대 말이라는 흉흉한 시대 분위기와 밴드 내부의 비극이 겹치면서 이 앨범이 갖는 상징성은 배가된다. 물론 “Live With Me”와 “Midnight Rambler”, 타이틀 트랙 등에서 보듯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담은 가사 또한 빠뜨릴 수 없다. 이 앨범은 말 그대로 롤링 스톤즈가 그들의 공언대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로큰롤 밴드가 되었음을(혹은 그 날이 머지 않았음을) 알리는 역사적인 음반이다. 20020213 | 장호연 bubbler@naver.com

10/10

수록곡
1. Gimme Shelter
2. Love In Vain
3. Country Honk
4. Live With Me
5. Let It Bleed
6. Midnight Rambler
7. You Got The Silver
8. Monkey Man
9.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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