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5095136-0404rs06getyeryayasoutRolling Stones – Get Yer Ya Ya’s Out! – abkco, 1970

 

 

스톤즈를 ‘위대하다’ 부를 수 있는 증거

[Get Yer Ya-Ya’s Out!]은 1969년 11월 27-28일 이틀 간 세 차례 열린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의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 공연을 발췌한 음반이다(수록곡 중 “Love In Vain”은 11월 26일 볼티모어 공연에서의 연주다). 롤링 스톤즈 관련 문헌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사항으로, [Get Yer Ya-Ya’s Out!]은 공연 실황 그대로를 담았다기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오버더빙과 편집 작업을 거친 ‘가공된’ 라이브 앨범이다. 당시 스톤즈의 활약을 담은 악명 높은 다큐멘터리 [Gimme Shelter]를 보면 이런 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이유로, 스톤즈 매니아 사이에선 이 음반보다는 11월 9일과 10일 오클랜드 콜리세움(Coliseum)에서 가진 공연을 담은 부틀랙 [LIVE’r Than You’ll Ever Be](1970)를 훨씬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이 음반은 최초로 등장한 스톤즈 관련 부틀랙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클랜드 콜리세움 공연 자체가 결코 훌륭했던 것은 아니다. 이 공연은 프로모터 빌 그레이엄(Bill Graham)과의 격투, 공연 장비 고장 등으로 얼룩진 부실한 라이브였던 것이다. 1969년 11월과 12월 미국에서 벌인 롤링 스톤즈의 투어 중(그리고 아마도 40년에 걸친 이들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공연은, 뭐니뭐니 해도 메디슨 스퀘어 가든 라이브인 것이다.

1969년 미국 투어는 사실상 롤링 스톤즈의 생존 여부를 가늠하는 중대한 시험대였다.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의 탈퇴와 사망은 이들의 앞날에 무척이나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아무리 믹 재거(Mick Jagger)와 키쓰 리처즈(Keith Richards)가 브라이언 존스와의 주도권 쟁탈전에서 승리를 차지했더라도, 초기 스톤즈 사운드의 핵은 명백히 브라이언 존스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사운드의 구심점을 잃어버린 롤링 스톤즈는 어떻게든 앞날을 헤쳐나가야만 했고, 여기에 처음엔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점차 스톤즈의 운명마저 바꿔버린 중요한 원군이 투입된다. 그는 바로 존 메이올(John Mayall)의 블루스브레이커스(Bluesbreakers)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믹 테일러(Mick Taylor)였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로이 부캐넌(Roy Buchanan), 론 우드(Ron Wood, 훗날 믹 테일러를 대신해 스톤즈의 멤버가 된다) 등 쟁쟁한 인물들이 퇴짜를 놓은 뒤, 21세의 믹 테일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브라이언 존스의 후임이 된다. 이 때가 1969년 5월로, 브라이언 존스가 사망하기 두 달 전이었다.

믹 테일러가 펼쳐내는 감정 풍부하고 센스 넘치는 블루스 기타의 세계는, 그렇지 않아도 블루스에 기반을 둔 롤링 스톤즈 음악 세계에 형언할 수 없이 깊은 방점을 찍었다. 믹 테일러의 숨결이 닿은 [Let It Bleed], [Sticky Fingers] 그리고 [Exile On Main Street] 등 롤링 스톤즈 최대의 역작들이, 과연 믹 재거-키쓰 리처즈-프로듀서 지미 밀러(Jimmy Miller)만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사이 스톤즈가 진정으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로큰롤 밴드”로 등극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믹 테일러의 공로가 으뜸가는 것이다.

[Get Yer Ya-Ya’s Out!]은 믹 테일러의 화려한 블루스 스케일이 스톤즈 사운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려는 순간을 예리하게 잡아낸 음반이다. 물론 이 음반에는 어느 누구의 도전도 허용하지 않는 믹 재거의 카리스마나(장대하고도 격렬한 라이브 버전 “Midnight Rambler”나 “Live With Me”를 들어 보라), 시종일관 로큰롤 정신에 충실하며 깐깐한 기타 플레이를 펼치는 키쓰 리처즈의 역량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빌 와이먼(Bill Wyman)의 탄탄한 베이스 라인이나 찰리 와츠(Charlie Watts)의 단순하면서도 박력으로 가득 찬 드럼도 충분히 미덥다. 하지만 믹 테일러의 엄청난 기량이 제어할 길 없이 만발하는 “Stray Cat Blues”, “Love In Vain”, “Street Fighting Man”을 듣게 되면, 그만 할 말을 잃고 만다. 물론 믹 테일러의 역량에 긴장한 듯 키쓰 리처즈도 “Sympathy For The Devil”에서 맞대결을 신청하지만, 누구에게 승리의 영예가 돌아가는지는 들어보면 안다.

롤링 스톤즈의 기념비적인 1969년 미국 투어는 네 명의 사망자가 나온 12월 6일 알타몬트(Altamont) 공연으로 인해 비극적인 마침표를 찍게 된다. 투어가 끝날 때까지는 지구상 어느 누구도 대적할 이가 없음을 의기양양하게 과시하던 스톤즈였지만, 알타몬트에서의 참극은 이들의 행보에 브라이언 존스의 죽음 못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알타몬트 사건은 우드스탁(Woodstock)으로 대표되는 히피 세대의 종말을 알리는 징표였지, 롤링 스톤즈까지 그 희생 제물에 포함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Get Yer Ya-Ya’s Out!]을 들어보면 롤링 스톤즈의 위력이 단순히 1960년대에 머물고 말 성질의 것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다. 천하무적 무소불위의 비틀스(The Beatles)마저도 결국 무릎을 꿇고 만 ‘시대성’이라는 단단한 벽을, 스톤즈는 철두철미 격렬한 로큰롤 + 블루스의 일대 향연으로 무리 없이 돌파하고 만 것이다. 바로 여기에 롤링 스톤즈의 위대함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Get Yer Ya-Ya’s Out!]은 스톤즈의 스튜디오 앨범 어디에도 쉽사리 찾기 힘든 이러한 위대함을 절묘하게 포착해 낸 생생하기 그지없는 증거물이다. 20020214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10/10

* 여담 :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에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첫 번째 공연에서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은 찬조 출연한 티나 터너(Tina Turner)와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공연을 마친 후 무대 사이드에서 스톤즈의 공연을 보던 조플린은 만취 상태가 되어 믹 재거가 “Live With Me”를 부를 때, “너 불알 없지!(You don’t have the balls!)”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한다. 마지막 공연 때는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백스테이지에 들어와서 믹 테일러의 기타를 거꾸로 잡고(그는 왼손잡이였다) 솜씨 좋은 잼 연주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믹 재거는 헨드릭스를 무시하고 분장에만 신경을 썼다. 왜냐하면 예전에 헨드릭스가 자신의 애인인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과 잤기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서였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믹 재거는 지미 헨드릭스가 몹시 사랑했던, 천사처럼 아름다운 흑인 그루피 데번 윌슨(Devon Wilson)과 사흘 동안 호텔에서 함께 지냈다. 헨드릭스는 그들의 밀회를 “Dolly Dagger”라는 노래를 통해 기념(?)했다고.

수록곡
1. Jumpin’ Jack Flash
2. Carol
3. Stray Cat Blues
4. Love In Vain
5. Midnight Rambler
6. Sympathy For The Devil
7. Live With Me
8. Little Queenie
9. Honky Tonk Women
10.Street Fighting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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