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lling Stones – Some Girls – Virgin, 1978 ‘영원’토록 이어지는 스톤즈 라인업의 완성 [It’s Only Rock ‘n’ Roll](1974)의 녹음이 채 끝나기도 전,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가 황금기를 구가하는 데 누구보다도 공헌했던 믹 테일러(Mick Taylor)는 5년 반 동안 몸담았던 정든 밴드를 떠났다. 근본적으로 그는 밴드 내에서 ‘아웃사이더’였다. 서열과 위계 질서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진 롤링 스톤즈에 아무리 애를 써도 적응할 수가 없었다. 다른 멤버들과 어울리기엔 나이 차이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화려한 블루스 플레이가 장기인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탓에, 키쓰 리처즈(Keith Richards)의 견제를 끊임없이 받고 있었다. 밴드 내에서 무언가 확고한 것을 이루고 싶었지만, 믹 재거(Mick Jagger)-키쓰 리처즈 콤비의 단단한 아성을 넘보기엔 자신의 위상이 너무나 초라했다. 스톤즈 활동 기간 중 믹 테일러의 이름이 (공동) 작곡자로 크레딧에 오른 경우가 딱 한번이었다는 사실은(“Ventilator Blues”), 그의 외화내빈한 처지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찰리 와츠(Charlie Watts)나 빌 와이먼(Bill Wyman)처럼 주어진 직분에 만족하기엔, ‘기타 거장’으로서 자신의 기질에 맞지도 않았던 것이다. 5년 동안의 재적기간 동안 믹 테일러가 롤링 스톤즈에 끼친 음악적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가 아니었다. 즉 그가 밴드를 나갔다고 해서 스톤즈가 치명타까지 입게 되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믹 재거와 키쓰 리처즈는 침착하게 후임 기타리스트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물론 예전 브라이언 존스가 빠져나갔을 때, 키쓰 리처즈는 [Let It Bleed]를 거의 혼자의 힘으로 만들만큼 재능과 열정이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그는 술과 마약에 찌들고 아울러 창작력도 상당 부분 고갈된 ‘정키’가 되었다. 쇠약해진 역량을 메꾸기 위해, 카운터파트너로서 새로운 기타리스트는 절실히 필요했다. 다음 앨범인 [Black And Blue](1976)는 마땅한 기타리스트를 구하기 위해 벌인 오디션의 결과물로, 특이한 음반이었다. 당연히 음반 전체의 퀄리티는 들쭉날쭉 했다. 쟁쟁한 기타리스트들이 롤링 스톤즈의 오디션에 참가했다. 제프 벡(Jeff Beck)이 다녀갔고, 피터 프램튼(Peter Frampton)이 나타났다. 웨인 퍼킨스(Wayne Perkins), 하비 맨델(Harvey Mandel), 로리 갤러거(Rory Gallergher) 등, 이미 튼실한 명성을 구축한 기타리스트들이 스튜디오에 출몰했다. 이들이 모두 걸출한 뮤지션인 건 명백하지만, 당시 스톤즈가 예리하게 추구하고 있던 방향과는 별로 맞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그 당시 대중 음악의 주류로 떠오르던 사조 – 펑크(punk), 훵크(funk), 디스코, 뉴 웨이브 등을 자신들 고유의 스타일에 융합하려던 의도 말이다. 믹 테일러의 연주 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플레이를 보인 웨인 퍼킨스가 새로운 기타리스트의 자리를 낙점 받으려는 순간, 스톤즈의 오랜 친구이자 특히 키쓰 리처즈와 죽이 잘 맞았던 론 우드(Ron Wood)의 등장으로 상황의 일대 반전이 일어났다. 이미 스톤즈는 브라이언 존스가 밴드를 탈퇴했을 당시 론 우드를 데려오려 했지만,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와 함께 긴밀한 관계를 이루며 페이시스(The Faces)를 이끌어야 했던 그의 상황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세월은 흘러 페이시스는 해체되었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론 우드는 스톤즈에 합류하게 된다. 수줍고 내성적이던 믹 테일러와는 달리 론 우드는 낙천적이며 활달했고, 더군다나 연주 스타일도 키쓰 리처즈와 흡사했다. 비슷한 스타일의 기타리스트 두 명이 스톤즈 사운드의 중심을 이루게 됨에 따라, 당대 음악 사조를 품으려던 롤링 스톤즈의 전략은 가속도를 얻게 되었다. 즉 키쓰 리처즈와 론 우드가 추구하던 간결한 리듬 중심의 미니멀 플레이는, 화려한 솔로잉을 지양하고 감각적인 연주를 선호하던 1970년대 후반 대중 음악 풍토와 잘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Some Girls]는 론 우드의 참여로 공고해진 롤링 스톤즈의 출발을 알리는 음반이다. 이들 두 기타리스트의 활약으로 스톤즈의 사운드는 믹 테일러 시대의 것과는 다른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즉 블루스 기타의 풍성함 대신, 철저하게 로큰롤 스타일이면서도 탄탄한 플레이가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맑지만 어딘가 비어있는 듯하면서도 사실 물 샐 틈을 찾아볼 수 없는, ‘허허실실’한 연주가 만개한 것이다. 스톤즈의 이러한 사운드는 대히트작인 [Emotional Rescue](1980)와 [Tattoo You](1981)를 거치면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이룬다. 그리하여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방법론은 스톤즈가 살아있는 한 변함없이 유지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앨범 [Some Girls]의 특징은 앞서 말했듯 당대 음악의 주요 포인트를 스톤즈 식 로큰롤 사운드에 무리 없이 녹여냈다는 것이다. 이 음반에 수록된 “Miss You”가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오르는 바람에 ‘디스코 앨범’으로 오해받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Some Girls]의 본질은 펑크(punk)와 뉴 웨이브에 대한 스톤즈의 응답이라 할 수 있다. “When The Whip Comes Down”이나 “Lies”(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Liar”를 유념해 보라), “Respectable” 등을 들어보면, 자신들을 공격했던 펑크 밴드들에 대한 스톤즈의 견해와 응수로 여겨지는 것이다. 즉 “사실 너희들의 아버지는 바로 우리란 말이다”라는 스톤즈의 미묘한 입장 말이다. 물론 이 음반엔 ‘스톤즈 식 펑크 록’만 있는 건 아니다. 가벼운 훵키(funky) 리듬의 “Just My Imagination(Running Away With Me)”과 “Some Girls”, 컨트리 송 “Far Away Eyes”, 예전 “Happy”나 “Tumbling Dice”를 연상시키는 느슨한 업템포의 “Before They Make Me Run”과 “Beast Of Burden”, 그리고 펑크(punk)와 훵크(funk) 사운드와 랩이 스톤즈 식 로큰롤과 절묘하게 섞여드는(그러니까, ‘뉴 웨이브’ 풍인) “Shattered” 등도 인상적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Some Girls]는 시대의 조류에 재빠르게 부응하는 롤링 스톤즈의 계략이 빈틈없이 빛을 발하는 음반이라 할 수 있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마저 무리하지 않고 매끈하게 소화해 내는 ‘적응력’은 오늘날 다시 들어보아도 놀라울 뿐이다. 물론, 무엇이든지 체하지 않고 삼킬 수 있는 왕성한 식욕이란, 사실 영원히 죽지 않는 ‘괴물’ 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감정이 치밀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20020214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8/10 * 여담 : “Shattered” 노래 전체를 장악하는 이상하리만치 평이한 백그라운드 보컬은, 미국의 뉴 웨이브 밴드 데보(Devo)가 기상천외하게 리메이크 한 “(I Can’t Get No) Satisfaction”에서 따온 것이다. 수록곡 1. Miss You 2. When The Whip Comes Down 3. Just My Imagination(Running Away With Me) 4. Some Girls 5. Lies 6. Far Away Eyes 7. Respectable 8. Before They Make Me Run 9. Beast Of Burden 10. Shattered 관련 글 Mick Jagger [Goddess In The Doorway]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Aftermath]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Between The Buttons]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Beggars Banque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Let It Bleed]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Get Yer Ya-Ya’s Ou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Sticky Fingers]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Exile On Main Stree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Hot Rocks 1964-1971]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Tattoo You]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Voodoo Lounge] 리뷰 – vol.4/no.4 [20020216] 관련 사이트 The Rolling Stones 공식 사이트 http://www.therollingstones.com The Rolling Stones 비공식 사이트 http://www.stones.com The Rolling Stones 팬 사이트 http://www.rssoundingboard.com http://www.beggarsbanquetonline.com http://www.aquilo.net/st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