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15090915-0404rs12voodooloungeRolling Stones – Voodoo Lounge – Virgin, 1994

 

 

팬들과 함께, 노장 밴드로 우아하게 늙어가기

내가 ‘동시대적으로’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를 접했던 시기인 1980년대로부터 근 20년간 이 위대한(위대했던?) 로큰롤 밴드의 족적에서 단 한 순간의 정점을 짚으라고 한다면?

엉뚱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일관되게 그들의 ‘최악의 곡’, ‘최악의 앨범’으로 꼽히는 “Harlem Shuffle”과 [Dirty Work](1986)다. 어쩌면 나와 같은 또래들 중에서 스톤즈의 1960-70년대 명반들에 대한 ‘고고학’을 감행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만장일치일지도 모른다. 유년기 시절, 토요일 오후 케이시 케이즘이 진행하는 ‘아메리칸 탑 40’에서 줄창 흘러나왔던 곡이 바로 이 곡이며, MTV 풍의 알록달록한 재킷이 기억에도 선명한 바로 이 앨범이다(더불어 역시 만장일치로 최악의 평가를 받은 믹 재거(Mick Jagger)의 솔로 앨범[She’s The Boss](1985) 역시).

개인적인 기억을 뒤로 제쳐놓는다면, 아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응당 [Voodoo Lounge](1994)가 되어야 할 것이다. ‘뉴 웨이브’의 신서사이저와 리듬에 정신없이 쓸려 다니며 엇갈리는 평가를 받은 [Undercover](1983), 지금 들어도 춤추기 좋지만 밴드의 균열을 드러내며 ‘성의없는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은 [Dirty Work](1986), 디스코와 훵크로의 유랑을 청산하고 자기 스타일의 로큰롤로 돌아왔지만 곡마다 들쭉날쭉한 질을 보여준 재결합 앨범 [Steel Wheels](1989),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해준(딱 확인만 해준) [Bridges To Babylon](1997) 중에서 [Voodoo Lounge]는 단연 오록하다.

[Voodoo Lounge]는 스톤즈가 정체성 혼란을 마감하고 자신들과 함께 성장한 베이비 붐 세대에게 ‘스톤즈는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공적인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You Got Me Rocking”은 옛 세대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콘서트’에 모여서 몸을 흔들 수 있는, “Start Me Up” 이래 오랜만에 전형적인 스톤즈표 로큰롤의 계보를 잇는 탄탄한 곡이다. 믹 재거가 색다르게도 낮으며 유혹적인 목소리를 들려주는 “Love Is Strong”, 사운드 이펙트를 조화롭게 섞어낸 “Moon Is Up”, 트럼펫이 가미된 편곡이 멋스러운 “Brand New Car”는 스톤즈가 여전히 빼어난 임팩트와 훅을 가진 곡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Blinded By Rainbows” 같은 색다른 발라드나, 영롱한 어쿠스틱의 “New Faces”, 특히 키쓰 리처즈(Keith Richards)의 어쿠스틱 포크 “The Worst”, “Thru And Thru”는 [Beggars Banquets](1968), [Let It Bleed](1969) 시절, 혹은 밥 딜런(1980년대가 아니라 1990년대의 딜런) 같은 가슴 찡함을 전해준다.

이 앨범 전후로 스톤즈는 ‘세계에서 라이브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밴드’가 되었다. 회사 일을 마치고 넥타이를 채 풀지 못한 채 공연장으로 몰려든 옛 팬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대로 포착한 [Voodoo Lounge]는 ‘여피 시대의 스톤즈’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는 노장 록 밴드’의 앨범이다. 20020215 | 이볼 evol21@netsgo.com

7/10

수록곡
1. Love Is Strong
2. You Got Me Rocking
3. Sparks Will Fly
4. The Worst
5. New Faces
6. Moon Is Up
7. Out Of Tears
8. I Go Wild
9. Brand New Car
10. Sweethearts Together
11. Suck On The Jugular
12. Blinded By Rainbows
13. Baby Break It Down
14. Thru And Thru
15. Mean Disposition

관련 글
Mick Jagger [Goddess In The Doorway]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Aftermath]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Between The Buttons]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Their Satanic Majesties Reques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Beggars Banque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Let It Bleed]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Get Yer Ya-Ya’s Ou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Sticky Fingers]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Exile On Main Street]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Hot Rocks 1964-1971]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Some Girls] 리뷰 – vol.4/no.4 [20020216]
The Rolling Stones [Tattoo You] 리뷰 – vol.4/no.4 [20020216]

관련 사이트
The Rolling Stones 공식 사이트
http://www.therollingstones.com
The Rolling Stones 비공식 사이트
http://www.stones.com
The Rolling Stones 팬 사이트
http://www.rssoundingboard.com
http://www.beggarsbanquetonline.com
http://www.aquilo.net/st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