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5071203-0403femi-femiFemi Kuti – Femi Kuti – Tabu, 1995

 

 

아프로비트의 성공적 장자상속

페미 쿠티(Femi Kuti)의 ‘진짜’ 국제적 데뷔 앨범이지만 당시에는 요즘처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나이지리아에서는 큰 인기를 누렸고, 영국과 프랑스 등 ‘월드 뮤직’에 호의적인 나라에서도 그의 이름을 알리는데 공헌한 작품이다. 다소 차분했던 반응의 이유로는 이 음반의 배급을 맡은 모타운 산하의 타부(Tabu) 레이블이 음반이 발표된 뒤 파산했다는 점이 가장 클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아이러닉하지만 이 음반이 발표된 시점이 그의 부친이자 아프로비트의 창시자인 펠라 쿠티가 사망하기 이전이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이 앨범은 페미 쿠티의 음악의 ‘원형’처럼 다가온다. 즉, 아무래도 소울과 훵크 등 미국 흑인음악의 전통에 많이 빚진 듯한 [Shoki Shoki](1999)나 힙합 등 최근의 미국 흑인음악을 자국의 아프로비트와 결합해 보려는 야심이 엿보이는 [Fight To Win](2001)과 비교해 볼 때 이 음반은 시장이나 청중의 반응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이런 평은 그의 이전 작품을 들어볼 수 없는 상태에서 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페미 쿠티의 음악이 아버지인 펠라 쿠티(Fela Kuti)의 음악과 어떤 점에서 얼마나 다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대체로 ‘아버지의 음악보다 간결하고 접하기 쉽다(이른바 ‘억세서블’하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곡의 연주시간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후기의 펠라 쿠티의 곡들이 최소한 20분을 넘어섰다면, 페미 쿠티의 곡은 10분을 넘어서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지만 이런 평가는 이 앨범에는 쉽게 적용하기 힘들다. [Shoki Shoki] 이후 3분에서 5분 사이의 ‘팝송’의 포맷에 가까워지는 현상에 비하면,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의 길이는 6분에서 10분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이 음반의 수록곡들은 아버지의 나이가 아들과 비슷한 무렵인 1970년대의 아프리카 70(Africa 70)의 음악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Survival”처럼 보컬이 나오기까지 3분이 소요되는 9분에 가까운 길이의 곡도 있다(이 부분에서 베이스와 색서폰이 만드는 캐치한 리프나 마림바의 신묘한 소리가 흥미롭다). 이어 메인 보컬과 여성 코러스의 선창과 후창, 색서폰과 금관악기 등의 솔로가 등장하는 점, 그리고 리듬이 잘게 세분되고 악기들의 볼륨이 커지면서 상호연주(interplay)가 활발해지는 마무리도 아프로비트의 전형적 특징이다. 이 곡과 더불어 “Live For Today”, “Frustration”, “Nawa” 등이 대체로 비슷한 구성과 길이를 가지고 있다. 물론 “Live For Today”는 기타의 깔짝거리는 소리로 인해 통상 ‘훵키하다’라고 표현되는 리듬이 부각되어 있고, 업템포의 “Frustration”은 퍼커션의 잔 리듬이 ‘부족적 열기’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화끈하고 ‘토속적’이고 ‘전염적(contagious)’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아버지의 젊었던 시절의 재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이는 이 앨범의 주인이 서운해할지 모른다는 차원이 아니라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뭐랄까 펠라 쿠티의 음악이 주술적 카리스마를 가졌다면, 페미 쿠티의 음악은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듯하다. 무언가 무섭고 무자비한 아버지의 음악과 달리 아들의 음악은 따뜻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바리톤이면서도 비음이 강한 페미 쿠티의 목소리 톤이나 비교적 노래에 가까운 보컬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이다. 스트레이트한 드럼 비트, 업데이트된 키보드 사운드, 독주보다는 합주를 중시하는 관악기들도 이런 점과 슬며시 연관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의 그늘로부터 독립을 가장 잘 달성한 곡은 타이틀곡인 “Wonder Wonder”다. 압축된 구성을 가지고 가장 팝의 포맷에 접근한 이 곡은 페미 쿠티의 이후의 경력의 전조(前兆)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가사에 나오는 “아프리카의 단합(African Unity)”을 외치는 방식 또한 아버지의 극한적 절규나 ‘설교’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메시지가 ‘듣든 말든 독이 올라서 외치는’ 계시라면 아들의 메시지는 친절하게 권유하는 식이랄까… 그런 점에서 페미 쿠티는 이 앨범을 통해 지기 말리(Ziggy Marley)나 줄리안 레넌(Julian Lennon)의 운명을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Definitely, Maybe! 20010224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Wonder Wonder
2. Survival
3. Frustrations
4. Nawa (Intro)
5. Nawa
6. Plenty Nonsense
7. Stubborn Problems
8. No Shame
9. Live For Today
10. Chan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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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CA 레코드사의 Femi Kuti 공식 사이트
http://www.mcarecords.com/ArtistMain.html?ArtistId=174
Femi Kuti 공식 사이트
http://www.femikut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