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114800-0403afrobeatnogodieVarious Artists – Afrobeat… No Go Die!: TransGlobal African Funk Grooves – Shanachie, 2000

 

 

다양한 국적, 다양한 스타일의 ‘커버(cover)’가 아닌 헌정

트리뷰트 앨범은 보통 헌정의 대상이 되는 아티스트가 만들고 연주한 곡을 ‘커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앨범을 평할 때는 커버의 방식이 어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한편으로 원곡을 충실하게 재해석하는 헌정 방식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원형을 알아볼 수 없도록 난도질해 버리는 헌정 방식도 있다. 대부분의 헌정곡은 양자의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이제까지 언급한 트리뷰트 앨범의 일반적 상식에서 벗어난다. 택터리스(Daktaris)의 “Upsidown”을 제외하고는 펠라 쿠티(Fela Kuti)가 만든 곡이 아니라 자신의 곡을 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앨범 표지에 ‘트리뷰트 앨범’이라는 언급은 되어 있지 않으므로 글쓴이의 지레짐작이 빗나갔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앨범에서 펠라 쿠티의 헌정의 염(念)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현재 활동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구분한다면 여기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대략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나이지리아를 본거지로 활동하는 토니 알렌(Tony Allen), 페미 쿠티(Femi Kuti), 라그바자(Lagbaja), 바바 아니(Baba Ani), 키알라(Kiala)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지만 펠라와 친분이 있었던 휴 마세켈라(Hugh Masekela: 남아프리카 공화국)와 델레 소시미(Dele Sosimi: 영국)이고, 마지막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앤티밸러스 아프로비트 오케스트라(Antibalas Afrobeat Orchestra), 택터리스, 그루브 컬렉티브(Groove Collective)다.

그렇지만 국적 구분이 음악적 구분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나이지리아 국적이라도 펠라 쿠티의 장자인 페미 쿠티의 트랙은 미국의 소울과 훵크를 염두에 둔 ‘수출품’이라면, 펠라의 마지막 밴드인 이집트 80을 이끄는 바바 아니의 트랙은 국제적 트렌드를 염두에 두지 않은 ‘토산품’ 같다. 또한 나이지리아 출신의 라그바자(Lagbaja)의 트랙은 리듬 패턴은 아프로비트이지만 전체적 스타일은 푸지(fuji: 퍼커션이 강조된 나이지리아 대중음악의 한 장르)인 반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앤티발라스 아프로비트 오케스트라나 택터리스의 트랙이 오히려 펠라의 고전적 트랙에 가까운 ‘복고풍’이다. 펠라의 밴드에서 피아노 주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델레 소시미는 아프로비트가 ‘국제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남은 트랙들 중에서 그루브 컬렉티브와 키알라의 트랙은 ‘어떻게 같은 음반에 수록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적이다. 그루브 컬렉티브는 뉴욕의 애시드 재즈 씬에서 활동하는 존재답게 재즈 스타일의 세련된 음향을 선보이지만, 키알라는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힘든 존재답게 1970년대쯤 레코딩된 사운드를 듣는 기분이다(‘후지다’는 뜻은 아니며, 휘감아도는 기타 리프는 흥미롭다). 반면 토니 알렌처럼 펠라의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던 인물은 신서사이저와 턴테이블을 사용하는 ‘진보적’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아 이런 차이가 꼭 국적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펠라 쿠티와 비슷한 급의 거물급 뮤지션인 휴 마세켈라(Hugh Masekela)는 동료를 추모하는 곡을 새로 만들어 연주하고 있지만, 아프로비트의 음악적 스타일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

‘아프로비트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한 미세한 다양성’이라는 이 앨범의 특징은 ‘지구를 횡단하는 아프리카의 훵크 그루브들(Trans-global African Funk Groove)’라는 앨범의 부제(副題)에 어울린다. 트랙들 사이에 멈춤(pause) 없이 하나의 트랙으로부터 다른 트랙으로 넘어가는 믹싱은 이른바 ‘블랙 어틀랜틱(Black Atlantic)’이라는 한 학자의 주장을 음향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도 선사한다. 그래서 다 듣고 나면 트리뷰트치고 참 독특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장삿속으로 나오는 허접떼기 트리뷰트 음반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20010124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수록곡
1. The Same Blood – Tony Allen
2. Beng Beng Beng – Femi Kuti
3. Gbedu 1 – Dele Sosimi
4. Batumwindu – Kiala
5. Upsidown – Daktaris
6. Crisis – Groove Collective
7. Fela – Hugh Masekela
8. Dirt And Blood – Antibalas Afrobeat Orchestra
9. Side By Side – Lagbaja
10. Se Rere – Babi Ani & Egypt ’80

관련 글
Afro-beat Never Stands Still (1) – 나이지리아의 대중음악 – vol.2/no.6 [20000316]
Afro-beat Never Stands Still (2) – 펠라 쿠티 & 아프로비트 – vol.2/no.7 [20000401]
Afro-beat Never Stands Still (3) – 다시 아프리카로 – vol.2/no.8 [20000416]
Afro-beat Never Stands Still (4) – 아프로비트의 국제화(1) – vol.4/no.2 [20020116]
Afro-beat Never Stands Still (5) – 아프로비트의 국제화(2) – vol.4/no3 [20020201]
Daktaris [Soul Explosion] 리뷰 – vol.4/no.3 [20020201]
Femi Kuti [Femi Kuti] 리뷰 – vol.4/no.3 [20020201]
Femi Kuti [Shoki Shoki] 리뷰 – vol.4/no.3 [20020201]
Femi Kuti [Fight To Win] 리뷰 – vol.4/no.3 [20020201]

관련 사이트
Shanachie 레코드의 앨범 소개 페이지
http://www.shanachie.com/album.cfm?id=66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