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하트(Julia Hart) – 가벼운 숨결 – Lollipop Music, 2001 올스타 인디 밴드의 조용한 출항 인디 씬에도 엄연히 ‘스타’가 존재한다. 물론 주류 시장에서 ‘스타 뮤지션’이 소비되는 방식과는 조금 다른 형태이다. 두 경우 모두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이미지’로 소비한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인디 씬에서는 그것이 특정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개인적 관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인디 씬의 경우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클럽 공연장이나 웹 사이트 게시판을 중심으로 팬과 아티스트간의 개인적인 소통이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러한 ‘관계’가 가능한 것은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줄리아 하트(Julia Hart)는 2000년에 정대욱(언니네 이발관 기타리스트)을 중심으로 김경모(기타), 강현선(베이스), 그리고 서준호(=볼빨간, 드럼)로 구성되었다가 김경모와 강현선의 빈자리를 이원열(코스모스 베이시스트)이 메운 뒤, 2001년 12월에 첫 앨범을 발표한 (서준호의 말을 빌자면) ‘오프닝 전문 밴드’다. 물론 정규 앨범까지 낸 밴드를 이젠 그렇게 부를 수는 없을 테지만, 결성 당시부터 지난 해까지 줄리아 하트가 다른 밴드들의 공연에서 게스트나 오프닝을 ‘전문’으로 맡았던 것은 사실이다. 덧붙여 이들의 데뷔 앨범을 제작한 롤리팝 뮤직(Lollipop Music)은 서준호가 얼마 전 설립한 신생 레이블이기도 하다. 줄리아 하트라는 밴드 이름이 1998년에 상영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웨딩 싱어(The Wedding Singer)]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이름을 붙여 만들었다는 얘기와 앨범 타이틀 [가벼운 숨결]을 러시아 작가 이반 부닌(Ivan Alekseyevich Bunin)의 단편에서 따왔다는 얘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은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다. 리듬 기타와 키보드/오르간이 주도하는 찰랑거리는 멜로디와 리듬, 그 사이에 간간이 등장하는 실로폰 음색, 그리고 김소월의 시(詩) [님의 노래]에 곡을 입힌 “오르골”,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릴 법한 “문학선생님”(에레나 정 보컬)과 같은 노래 제목이나 ‘쓰러진 강아지 인형'(“꿈 열흘 밤”), ‘안기고 싶다면 나를 먼저 안아'(“답장”), ‘큐피트의 노크'(“동감”)와 같은 가사를 통해서도 이들의 낭만적인 감수성은 확인된다. 하지만 이것을 단지 ‘소녀적 감수성’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곡들의 멜로디와 가사가 유연하고 감상적이지만 이 곡들의 화자는 분명히 남성/소년이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문학 청년의 분위기를 내는 예민한 남자 아이의 감수성이라고 할까. 어쨌든 그런 점이 언니네 이발관, 은희의 노을 등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정대욱이 밝히고 있듯 “유성우”를 포함한 대부분의 앨범 수록곡들이 그가 언니네 이발관에서 활동하던 4년 전부터 쓰여진 것이라는 사실을 참고한다면 이러한 연상작용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홍익대학교와 신촌 일대에서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모이던 바로 그 시기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들의 새로운 결합에 대한 느낌은 인디 씬의 스타들이 선사하는 ‘이벤트’에 대한 반가움이라기보다는, 정작 인디 씬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 만든 밴드의 데뷔가 너무나 조용한 것에 대한 의아함이다. 그것은 몇 년 전과는 분명 다른 분위기를 암시하는 것 같다. 데뷔 앨범을 500여장만 찍어 (데뷔 앨범의 배급도 맡은)신촌의 한 음반가게에서만 판매한다는 소식도 왠지 우울하게 들린다. 발매 양이 적어서가 아니라 이런 활동들이 몇 년 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말은 취향을 기반으로 존재했던 다양한 작은 공동체들(음악뿐만이 아니라)이 사라져 가는 요즘의 풍경을 아쉬워하는 얘기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20010129 | 차우진 djcat@orgio.net 7/10 ps. 롤리팝 뮤직에서는 정우민의 솔로 앨범, 은희의 노을의 두 번째 앨범과 볼빨간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던 서준호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볼빨간의 새 이름은 스피디 곤잘레스(Speedy Gonzales). 검은 줄무늬 고양이 실베스터(Sylvester)가 쫓아다니는 멕시코 쥐의 이름이다. 수록곡 1. 오르골 2. 문학선생님 3. Corazon 4. 꿈 열흘 밤 5. 유성우 6. Aishiteru 7. 답장 8. 동감 9. Sing-along 10. Need A Woman, Not A Girl 11. 카드세실 12. 연 날리던 손 관련 글 언니네 이발관 [비둘기는 하늘의 쥐] 리뷰 – vol.2/no.22 [20001116] 언니네 이발관 [후일담] 리뷰 – vol.2/no.22 [20001116] 볼빨간 인터뷰: 볼빨간과 함께 한 음악 이야기 – vol.2/no.14 [20000716] 관련 사이트 줄리아 하트 공식 사이트 http://myhome.netsgo.com/pixies 롤리팝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lollipopmusic.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