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013320-0403mymorningjacketMy Morning Jacket – At Dawn – Darla, 2001

 

 

아메리카의 광활한 대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우주적 사운드

루이빌(Louisville)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프라이드 치킨의 원조(로 간주되는) 켄터키주(洲)에 위치하고 있다는 정도밖에 없다. 물론 몇몇 음반들을 들어보면 풍부한 음악 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지만 주워 들은 정보 이상은 아니다. 슬린트(Slint), 짐 오루크(Jim O’Rourke), 팰리스(Palace) 등을 언급하면서 마이 모닝 재킷(My Morning Jacket)이 ‘이들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았다’라고 언급한다면 그건 친절한 소개라기보다는 안이한 범주화에 가깝다. 그저 이런 루이빌산(産) 음악이, 어쩌다가 어쩌다가 패스트푸드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KFC의 맛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만을 지적하면서 넘어가자.

마이 모닝 재킷은 ‘일관된 호평을 받는’ 밴드다. 아마도 이런 식의 호평은 1998년 경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에 대해 쏟아진 이래 가장 강한 것처럼 보인다. 팬들의 반응도 ‘대학생층의 열광적 지지’ 같은 유형과는 거리가 있지만(요즘 같은 때 이런 반응이 어디 있겠는가?), 잔잔한 듯하면서도 파장이 넓게 퍼지는 유형은 여기저기서 관측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그다지 새롭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 음악을 ‘꾸준히’ 선보이는 음악인에 대한 ‘일관된’ 지지 같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이 모닝 자켓의 음악을 설명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축축 처지는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러밍, 선이 굵은 일렉트릭 기타 라인, 멀리서 울려 퍼지는 드럼 사운드, 간간이 등장하는 하모니카와 슬라이드 기타 등이 잔향(reverb)이 많고 공간감이 강한 사운드와 어우러지고 있다. 이런 설명보다 더 쉬운 설명도 있다. ‘연상시킨다’나 ‘영향받았다’는 표현을 동원한 설명 말이다. 무엇보다 지미 제임스(Jimmy James)의 보컬은 닐 영(Neil Young)과 웨인 코인(Wayne Coyne: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의 보컬)의 비음 강한 징징짜기(whining)를 연상시킨다. 악곡 형식은 포크, 컨트리, 블루그래스 등 미국의 백인 ‘루츠’ 음악을 따르며, 때로는 “Honest Man”처럼 블루스나 서던 록에 영향받은 트랙도 있다.

물론 “X-mas Curtain”이나 “The Wat That He Sings”처럼 이들이 젊은 밴드라는 사실을 알려주듯 ‘모던’한 곡이 없는 것은 아니며, “At Dawn”이나 “Strangulation”의 도입부에서 느낄 수 있듯 이들이 ‘첨단 음향’에 무관심한 것 같지도 않다. 그렇지만 이런 곡들에서도 ‘복고’의 냄새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우연하게도 두 곡 다 세 박자의 리듬을 가지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의 쓰리 핑거 주법이 등장하는 “Bermuda Highway”나 밴조와 기타만 등장하는 “If It Smashes Down” 같은 곡은 아예 산전수전 다 겪은 무명의 컨트리 가수가 부르는 것만 같다.

그래서 밥 딜런(Bob Dylan), 버즈(The Byrds), 밴드(The Band), 그레이트풀 데드(The Grateful Dead) 등이 1960년대 말 – 1970년대 초에 록과 컨트리를 교배하여 만든 이른바 ‘아메리카나(americana)’의 영향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플레이밍 립스와 머큐리 레브(Mercury Rev)의 후예이자 빌트 투 스필(Built To Spill), 포 스타스(For Stars), 라이언 애덤스(Ryan Adams)와 한데 엮어보려고 (무의미하게) 시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의 영향을 말하는 평자도 있으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어렵지 않은 설명을 가지고 음악을 묘사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작 어려운 것은 이들의 아름다움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것이다. 고독하고 내향적인 느낌은 60-70 bpm 정도의 느리고 이완된 템포, 그리고 평균 5분을 넘는 비교적 긴 연주시간으로 대충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대지를 노래하면서도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양면적 느낌은 말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앞서 언급된 이들에 받은 ‘다양한 영향’은 이런 양면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슬픈 무드가 지배적이지만 때로 희열을 안겨주는 대목도 말로는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다. ‘아메리카’라는 대륙이 워낙 광활해서 그런 것일까. 그런 곳에 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왔으면 그걸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텐데… 문득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의 핑계는 한국에서 ‘새벽에’ 이런 음악을 듣는다면 하루 버티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20020131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At Dawn
2. Lowdown
3. The Way That He Sings
4. Death Is The Easy Way
5. Hopefully
6. Bermuda Highway
7. Honest Man
8. X-Mas Curtain
9. Just Because I Do
10. If It Smashes Down
11. I Needed It Most
12. Phone Went West
13. Strangulation
14. hidden track

관련 사이트
My Morning Jacket 공식 사이트
http://www.mymorningjacket.com
My Morning Jacket 비공식 사이트
http://www.magnix.demon.nl/mm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