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113041-0403mercuryprogramMercury Program – All The Suits Began To Fall Off – Tiger Style, 2001

 

 

점층과 대조로 직조한 차가운 무드 록

머큐리 프로그램(The Mercury Program)이라는 이름을 듣고 머큐리 레브(Mercyry Rev)의 아류 정도로 생각한다든지, 플로리다 출신이라는 정보를 듣고 림프 비즈킷(Limp Bizkit)과 비슷하려니 생각하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수성 계획이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펼치는 것은 각자의 자유겠지만, 이 음반에는 수록된 트랙들 모두가 가사 없는 인스트루멘틀 트랙이니 궁금증을 이성적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인간의 목소리의 개입이 없어서인지 음반에 레코딩된 음들은 깨끗하고 정밀하고 완벽하고 때로 인공적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실제 연주한 것 같지 않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인스트루멘틀하다’는 특징으로 인해 이들이 ‘포스트록(postrock)’으로 분류되는 것은 운명일 것이다. 포스트록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가 ‘록 밴드의 악기 편성으로 연주하는 인스트루멘틀 무드 음악’이라면, 이들이 만들어내는 무드는 어떤 것인지 고찰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포스트록에 대한 포괄적이고 쌈빡한 정의를 원하는 사람이나 ‘나른하고 이완되고 곡선적인 무드’를 가진 토터스(Tortoise)의 음악이 포스트록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사람의 항의는 이 글에서는 잠시 무시해야 될 것 같다.

머큐리 프로그램의 음악의 무드는 대략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급격한 교대 혹은 대조’인데, 여기에는 무드뿐만 아니라 볼륨, 무드, 템포, 형식이 모두 포함된다. 예를 들어 “The Secret To Quiet”에서는 비브라폰과 기타의 아르페지오가 영롱하게 울려대는 부분과 드럼과 기타가 후려대는 부분이 대조되고, “There Are Thousands Sleeping In Peace”는 비슷한 구성이지만 기타 톤이 본격적으로 지글거리면서 후려주고 각 파트의 길이가 보다 길다. 이런 스타일의 트랙에서, 특히 고양되는 부분에서 베이스 기타는 직선적 비트도, 휘감아도는 그루브도 아니면서 꿈틀거리는 묘한 라인을 깔아주고, 드럼과 퍼커션은 엇박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특유의 동학(dynamics)을 만들어낸다(스네어 드럼의 톤은 이런 톤들 중에서는 가장 녹음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하나는 미니멀하게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진행이다. 나선형으로 진행되는 루프나 딜레이 등 이펙트를 사용한 기타 음이 주도하는 “Mariana”도 그렇지만, 몽롱하고 알딸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A Delicate Answer”가 더 대표적이다.

그래서 [AMG]의 논자가 “토터스는 이들의 엉덩이나 쳐다보는 것이 낫다”고 평했다면 그건 그가 평소에 토터스의 음악이 ‘쿨(cool)하기는 하지만 재미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 같다. “플로리다의 이 4인조는 떠들썩한 우상숭배(idol-worshipping)와 과도한 감정의존을 회피하고, 그 대신 진지하지만 결코 과시적이지는 않은 무드 록 앙상블로 정립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CMJ]의 점잖은 평도 비슷한 맥락일 것 같다. 그러니까 매우 쿨하면서도 생기 있는 그런 음악이라는 이야기일 텐데, 실제로 이들의 음악은 매우 현명하면서도 과시적이지 않은 젊은 미국인의 초상을 보는 듯하다. 쓸데없는 말이지만, ‘그게 더 잘난 척하고 재수 없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말해서 성격파탄자임을 증명할 필요는 없을 듯. 20020131 | 신현준 homey@orgio.net

8/10

수록곡
1. The Secret To Quiet
2. There Are Thousands Sleeping In Peace
3. Marianas
4. Undiscovered Genius Of The Mississippi Delta
5. A Delicate Answer

관련 사이트
레이블 Tiger Style 사이트의 Mercury Program 페이지
http://www.tigerstylerecords.com/mercuryprogram.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