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112928-0403robertcrayRobert Cray – Shoulda Been Home – Ryko, 2001

 

 

점점 모던해지는 블루스의 새로운 매력

우리가 아는 ‘블루스’의 풍경은 아마도 ‘담배 자욱한 클럽에서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리를 숙인 채 기타를 연주하는 중년의 기타리스트’ 정도이지 않을까. 현재 유행하고 있는 많은 음악들이 사실 이 구닥다리 음악에 기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음악 팬도 없겠지만, 그만큼 블루스의 매력을 즐기는 음악 팬도 찾기 힘든 듯하다.

이런 ‘블루스’의 침체는 사실 블루스 음악 자체의 매너리즘에 기인하는 바 크다. 블루스가 백인들에게도 사랑 받기 시작한 1960년대 ‘블루스 리바이벌’을 계기로 우리가 흔히 듣는 비비 킹, 존 리 후커, 지미 헨드릭스(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뮤지션들이 흑인 공동체를 넘어 대중들에게 향유되기 시작했다(그 절정은 아마도 1968년 필모어 웨스트 공연일 듯하다). 하지만, 잠깐의 부흥은 블루스 음악의 고정화와 블루스 음악이 록 음악에 영향을 주면서 전환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블루스 음악은 예전 흑인들만이 즐기던 시대보다도 뒤처진 채 이래저래 ‘구닥다리’ 음악이 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나온 대안이 바로 로버트 크레이(Ronert Cray)로 대표되는 컨템포러리(모던) 블루스이다. 소울과 R&B의 편안한 매력에다 조금은 정제되고 적당히 블루지한 프레이즈가 더해진 로버트 크레이의 음악은 1986년작 [Strong Persuader]를 계기로 만개하면서 블루스 음악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판매량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전해주는 새로운 ‘블루스’의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블루스 음악을 다시 찾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로버트 크레이의 음악은 무엇보다 ‘선율적’이다. 이전의 블루스가 강렬하고 끈적끈적한 프레이즈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그의 음악은 좀더 매끄러우면서도 훅(hook)이라고 할만큼 멜로디컬한 선율을 표현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물론 거기엔 소울 가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맛깔스런 그의 보컬도 한 몫을 한다. 2001년 발매한 14번째 정규 앨범인 [Shoulda Been Home]에는 이런 그의 장점이 더욱 쉽게 표현되어 있다. 대표작 [Strong Persuader]에 남아있던 원초적인 질감이나 그래미 블루스 부문 수상을 가져다 준 [Take Your Shoes Off](1999)의 무게 있는 안정감보다 이번 앨범은 더 대중적인 매력으로 가득하다.

로버트 크레이만의 독특한 피킹과 밝은 프레이즈를 통해 표현되는 첫 곡 “Baby’s Arms”의 훅(hook)은 앨범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귀에 들어오는 곡이다. “I’m Afraid”의 멜로디를 타고 넘는 그의 보컬에선 마빈 게이(Marvin Gaye)나 샘 쿡(Sam Cooke) 같은 소울 가수들에 버금가는 필(feel)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스펠적인 피아노 인트로에 올드한 느낌을 주는 해먼드 오르간, 블루스 특유의 끈적끈적함이 살아 있으면서도 참신함을 잃지 않는 로버트 크레이표 애드립이 조화되면서 9분이라는 시간을 순간에 지나게 하는 “Out Of Eden”의 만족감은 물론 소울, 블루스, R&B가 절묘하게 섞인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이 가는 “Anytime”의 은근한 멜로디까지 기대 이상의 만족감과 함께, 연주 뿐 아니라 그의 작곡능력도 돋보이는 좋은 곡들로 채워진 흐뭇한 앨범이다.

로버트 크레이의 음악을 ‘정통’ 블루스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여전히)없진 않지만, 나처럼 그의 음악([Strong Persuader])을 통해 블루스의 매력에 빠지게 된 후 오히려 블루스 음악의 기원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그에게 충분한 면죄부가 될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근 10여 년을 지켜본 뮤지션이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여전히 그대로’라는 건 단 하나의 아쉬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건 ‘이렇게 매력적인 음악을 왜들 알아주지 않지’라는 섭섭함과 혹시 ‘진짜 구닥다리 음악인 건 아닐까’하는 의심 사이에 걸쳐 있는 노파심 같은 것이다. 20020130 | 박정용 jypark@nhncorp.com

7/10

수록곡
1. Baby’s Arms
2. Already Gone
3. Anytime
4. Love Sickness
5. I’m Afraid
6. No One Special
7. Out Of Eden
8. Cry For Me Baby
9. Far Away
10. Renew Blues
11. Help Me Forget
12. The 12 Year Old Boy

관련 사이트
Robert Cray 공식 사이트
http://www.robertcr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