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011042-0403velvet_bootlegseries1Velvet Underground – Bootleg Series Volume 1: The Quine Tapes – Universal, 2001

 

 

위대한 ‘라이브 밴드’의 뜨거운 흔적

[Bootleg Series Volume 1: The Quine Tapes](이하 [Bootleg Series]로 표기)는 1969년 후반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 활동을 벌이던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의 라이브를 말 그대로 ‘가감 없이’ 담은 세 장 짜리 박스 세트다. 이 음반에 수록된 라이브를 녹음한 이는 음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로버트 퀸(Robert Quine)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훗날 리처드 헬 & 보이도이즈(Richard Hell & The Voidois)의 기타리스트로 본격적인 뮤지션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1981년부터 1985년까지는 루 리드(Lou Reed)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동, [Blue Mask] 같은 음반에 참여하기도 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맹렬히 공연 활동을 하던 1969년 당시, 그는 세인트 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 대학의 법학도이자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열렬한 팬이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1969년 5월 11일 워싱턴 대학 체육관에서 공연을 펼쳤을 때, 로버트 퀸은 포터블 카세트 녹음기로 그 라이브를 담는다. 그의 ‘부틀랙’ 행각의 시작이었다(이때 녹음한 곡으로, 음반 마지막에 수록된 “Sister Ray / Foggy Notion”이 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여 뮤지션이 될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로버트 퀸에게 희소식이 날아든다. 그의 영웅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거의 한 달 내내 샌프란시스코에서 공연 활동을 벌이게 된 것이다. 필모어 이스트(Filmore East) 스타일의 대형 공연장인 패밀리 독(The Family Dog)에서 사흘 간 공연한 후, 이들은 매트릭스(The Matrix)라는 클럽에서 여러 주 동안 장기 공연을 펼친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연주에 무관심하거나 철저히 연주를 방해하려는 히피들이 관객의 대부분이었던 패밀리 독 공연과는 달리, 매트릭스 클럽에서의 라이브는 소문이 좋게 나 상당수의 열혈 관객을 가득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로버트 퀸은 패밀리 독과 매트릭스 공연 대부분에 나타나 라이브를 테이프에 담았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멤버들은 그의 녹음 행위에 대해 매우 우호적이었으며, 고마워했다고.

[Bootleg Series]는 매우 열악한 음질을 자랑하는 음반이다. 로버트 퀸이 당시 형편상 첨단 장비를 사용했을 리는 없고, 그냥 휴대용 카세트 녹음기로 연주를 담았던 탓이다. 이러한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Bootleg Series]에 담긴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연주는 너무나도 격렬하고 힘에 넘치는 바람에, ‘음질의 한계’를 넘어서 버리고 만다.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White Light/White Heat], [The Velvet Underground] 등에 수록된 곡들이 골고루 라이브로 실려있고, “Rock And Roll”, “New Age” 등 나중에 [Loaded]에 들어갈 노래들도 연주되고 있다. 모린 터커(Maureen Tucker)의 수줍고 귀여운 보컬이 빛을 발하는 “I’m Sticking With You”라든지, “It’s Just Too Much”, “I Can’t Stand It”, “Foggy Notion”, “Over You” 등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정규 음반에는 없는 노래들이지만, 훗날 이들의 미발표곡 모음집, 라이브 앨범, 박스 세트 등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루 리드의 솔로 음반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는 않다.

이 박스 세트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한결같이 압도적인 중량감을 과시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하일라이트는 세 장의 CD에 각각 하나씩 모두 세 가지 버전으로 들어간 “Sister Ray”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24분 3초, 두 번째 디스크에는 38분, 세 번째 디스크에는 28분 43초의 어마어마한 분량으로 담긴 “Sister Ray”는,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지닌 즉흥 연주 역량이 최고에 다다른 집약판이다. 존 케일(John Cale)이 참여한 오리지널과는 달리, 이 라이브 버전들은 유난히 블루지한 감성으로 충만하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전설적인 명성과 영향력을 그저 스튜디오 음반이나 여러 잡다한 편집 음반으로만 접할 수밖에 없었던 오늘날의 팬들에게, [Bootleg Series]는 ‘제대로 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실체를 전달해준다. 엄청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이 라이브 앨범을 통해, 우리는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난 연주 기량을 지닌 밴드였으며, 이러한 이들의 역량은 3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우리의 감각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부틀렉 라이브 시리즈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발매되기를 진심으로 열망한다. 20020124 | 오공훈 aura508@unitel.co.kr

8/10

수록곡
DISC 1
1. I’m Waiting For The Man
2. It’s Just Too Much
3. What Goes On
4. I Can’t Stand It
5. Some Kinda Love
6. Foggy Notion
7. Femme Fatale
8. After Hours
9. I’m Sticking With You
10. Sunday Morning
11. Sister Ray

DISC 2
1. Follow The Leader
2. White Light/White Heat
3. Venus In Furs
4. Heroin
5. Sister Ray

DISC 3
1. Rock And Roll
2. New Age
3. Over You
4. Black Angel’s Death Song
5. I’m Waiting For The Man
6. Ride Into The Sun
7. Sister Ray / Foggy No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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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The Velvet Underground 비공식 사이트
http://www.velvetunderground.com
http://www.velvetunderground.co.uk
http://members.aol.com/olandem/vu.html
http://outland.cyberwar.com/~zoso/velv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