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201125935-0403velvet_velvetnicoVelvet Underground –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 Verve, 1967

 

 

양 날로 우뚝 선 록 예술의 절정

1965년 앤디 워홀(Andy Warhol)을 만나기 전부터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준비돼 있었다. 지배적 세대관으로부터 자의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었던 시인 루 리드(Lou Reed), 세계관뿐만 아니라 리듬감에 있어서도 리드의 아낌없는 조력자였던 스털링 모리슨(Sterling Morrison)과 모린 터커(Maureen Tucker), 클래식을 아방가르드하게 비트는 실험에 통달해 있었던 존 케일(John Cale)까지. 여러 밴드 명을 전전하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로 확정한지 얼마 안된 1965년 11월, 히피 디스토피아를 천명한 “Black Angel’s Death Song”를 연주했다는 이유로 매니지먼트사로부터 해고당한 전력(?)이 오히려 워홀의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여, 이들은 워홀의 혼합 매체 쇼 투어인 ‘익스플로우딩 플래스틱 이네비터블(Exploding Plastic Inevitable, EPI)’의 ‘소리’로 영입된다. 이윽고 워홀은 EPI의 연장 프로젝트의 개념에서, 또 다른 소리이자 비주얼로 분한 니코를 벨벳 언더그라운드로 영입하여, 1966년 두 장의 싱글(“I’ll Be Your Mirror/All Tomorrow’s Party”, “Sunday Morning/Femme Fatale”)을 완성한다. 이를 전초전으로 같은 해 할리우드의 TTG 스튜디오에서 레코딩 한 [The Velvet Underground & Nico]가 발매된 것은 이듬해 EPI 투어가 끝난 1967년이었다. 그 외의 모든 배후담은 ‘밝혀진’ 전설이 된지 오래이니 각설.

흔히 ‘바나나 앨범’으로 부르는 이 앨범은 상이한 재능과 욕망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에너지를 ‘밴드라는 이름으로’ 통제할 수 있었던 시기의 정점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화합물로 기록된다. 이는 간극이 넓은 음악적 요소들이 놀라울 정도로 잘 밀착, ‘상이성(diversity)’의 미덕으로 발화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령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의 [Sticky Fingers](1971)보다 은유적이어서 더욱 미혹적인 재킷 아트워크(앤디 워홀)부터 섹슈얼리티의 결을 상충적으로 보여준 게스트(니코)까지 아울러 이들이 보여준 예술성은 샅샅이 전방위적이고 혁신적이었다.

상이성이 워홀의 전제적 손길 아래에서 한 통속(?)으로 가능했던 것이었건 아니었건 간에 비틀즈와 히피즘에 대한 반동을 통해 1960년대 뉴욕 록 씬의 기원을 마련한 이들의 행보는 동시대적 감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오늘 날 들어도 경이롭기만 하다. 가장 위대한 점은 반동성이 상극의 코드들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해방적’으로 들린다는 점이다. 그 상극은 팝과 아방가르드, 록과 클래식, 센티멘털리즘과 통찰, 지배 이데올로기와 저항 이데올로기, 퇴폐와 냉엄 등으로 다양하게 발견된다.

아기자기하게 울리는 차임벨, 존 케일의 애상적인 비올라, 루 리드의 졸린 듯 속삭이는 보컬과 리드미컬한 기타, 니코의 달콤한 영창이 이루어낸 “Sunday Morning”은 팝 그 자체지만 이중적이다. 환각의 밤을 지나 일요일 새벽, 홀로 깨어나 문득 자신의 헛삶에 소스라치지만 그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한 정키의 고백을 담고 있기 때문. 이처럼 히피 공동체를 시대적, 계급적 의식의 대안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을 1960년대 청년 히피들의 이면은 이 앨범 전체를 통괄하는 페르소나다. 공동체의 실제는 무기력보다 거센 금단 현상을 잠재우는 것만이 급선무로 남은 아침으로 내닫는다. “I’m Waiting For My Man”은 달음질치듯 전진하는 피아노와 베이스, 무심한 루 리드의 보컬은 거라지 록 사운드 위에서 이들이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음을 들려준다.

손에 26달러를 쥔 채 렉싱턴 125에 서 있는 그에게 ‘사랑’은 드럭 딜러(“my man”)로, ‘평화’는 환각으로 치환된지 오래다. 튜닝이 잘못된 듯 조야하지만 달콤한 기타와 눈썰매 종 같은 탬버린이 깔리는 니코의 경가 “Here She Comes”가 지나면 “Venus In Furs”가 등장한다. 대중 음악 사상 이토록 우아하고 비장한 사도마조히즘 송가도 없을 것이다. 프레이즈 끝마다 신경증적으로 치솟았다 꺼지는 비올라는 일렉트릭 기타가 다른 현과 함께 점진적으로 오르고 내릴 때 색다른 질감의 싸이키델리아를 빚어내고 드럼과 탬버린은 선동적이지만 여유 있게 난교 파티의 시작을 알린다. 극한에 처한 ‘러브인(love-in)’을 본디지(bondage)의 구도에서 냉엄하게 비판하기 위해 리드는 북소리에 맞추어 무감하게 ‘읊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Run, Run, Run”부터 “Heroin”까지, 1960년대 싸이키델릭 록과 아방가르드 클래식의 분열증적이면서도 용의주도한 전개는 보다 분명해 진다. 니코 버전의 “Venus In Furs”라 할 만한 “All Tomorrow’s Party”에서 번쩍이는 가죽 구두(“boot of shiny leather”)에 담비 모피(“ermine furs”)를 두른 비너스는 내일의 파티 때 수의와 누더기 물림옷(“blackend shroud, a hand-me-down gown of rags”)을 걸친 신데렐라 신세가 될 거라고 전망한다. 역시 “I’m Waiting For My Man”과 “Here She Comes”의 형제 자매 격인 “There She Goes Again”와 “I’ll Be Your Mirror”가 뒤에 배치된다.

“The Black Angel’s Death Song”과 “European Son”에서 보다 분명히 느낄 수 있듯이 이 앨범은 루 리드의 자유로운 주법 위에 케일의 진지한 실험이 얹혀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루 리드의 주법은 쓰리 코드와 4/4비트의 단순함을 벗어나지 않으며 케일은 초현실적이고 미니멀하게 현을 다룬다. 자주 양자의 주법은 바뀌어 들린다. 전술했듯 일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프로토 펑크, 아방가르드 록, 쟁글 팝 등, 다양하게 발견되는 모던 록의 원형뿐만 아니라 히피즘이라는 특정 시대 사관을 넘어서 보편성을 획득한 세계관에서도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늘 새롭다. 20020128 | 최세희 nutshelter@hotmail.com

10/10

수록곡
1. Sunday Morning
2. I’m Waiting For The Man
3. Femme Fatale
4. Venus In Furs
5. Run Run Run
6. All Tomorrow’s Parties
7. Heroin
8. There She Goes Again
9. I’ll Be Your Mirror
10. The Black Angel’s Death Song
11. European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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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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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elvetundergr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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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outland.cyberwar.com/~zoso/velv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