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lvet Underground – Live MCMXCIII – Warner, 1993 ‘듣기 좋은’ 재결합 라이브 음반 루 리드(Lou Reed)와 존 케일(John Cale) 사이의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이자정회(離者定會)로 전화되는 계기가 1987년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사망’이라는 사건이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어쨌든 이 사건 이후 둘이 재회한 것은 사실이다. 둘은 1990년 앤디 워홀을 추모하는 앨범 [Songs For Drella]를 제작하고, 차제에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를 재결성했다. 재결합이 ‘신보 발매’ 같은 작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라이브 앨범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재편집 음반을 제외한다면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마지막 음반이 되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그렇다. 일련의 유럽 순회 공연을 가진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라이브 레코딩을 위해 선택한 장소는 빠리의 롤렝삐아(L’Olympia) 극장이다.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무대에 오르고 싶어한다는 권위를 가진 이 극장은 1960년대 중후반이라면 벨벳 언더그라운드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보수적인 장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나가는 야생적 로큰롤까지 수용할 정도로 관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이제 더 이상 ‘실험적이면서도 야생적인 로큰롤 밴드’가 아니다. 1993년의 시점이라면 영미권에서 록의 르네상스 무드가 조성되고, 이때 탄생한 젊은 록 밴드들은 “벨벳 언더그라운드로부터 영향받았다”는 평을 듣는 것이 흥행의 보증수표쯤 되던 시기 아닌가. 게다가 이 무렵에는 베테랑 밴드들이 속속 컴백하던 때이다(이글스(The Eagles)의 [Hell Freezes Over]가 발표된 것은 1994년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도 싫든 좋든 ‘베테랑 록 밴드’의 하나로 인식되었다. 공연장의 음향시설이 훌륭한 때문인지, 아니면 프로듀싱이 탁월한 때문인지 디스크에 레코딩된 음질은 매우 깔끔하다. 위험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벨벳표 노이즈’도 그리 많지는 않다. 물론 1960년대에 이렇게 연주했다면 시끄럽다고 느껴졌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선곡표는 신곡 같은 것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하고, 루 리드나 존 케일의 솔로 시기의 작품도 배제하고,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반들 중에서 적절히 안배하여 배치했다. “We’re Gonna Have A Real Good Time Together”, “Hey Mr. Rain” 등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정규’ 앨범만 들어본 사람에게는 낯설지도 모르지만, 이것저것 다 들어본 사람에게는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연은 ‘히트곡’을 모아서 연주한 것 이상은 아니고, 오리지널 레코딩과 큰 차이도 없어서 ‘라이브 특유의 매력’도 크지 않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적 속성 상 별다른 편곡이 필요 없겠지만. 하지만 이제 ‘그래도…’라는 말을 할 차례다. 그래도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참 좋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혹시나 ‘아방가르드 이지 리스닝이다’라고 평하는 사람이라도 혼자 있을 때 몰래 들을 것이다. 세월이 흐른 탓인지 리드와 케일의 목소리가 간혹 불안해 보이고 합주가 간혹 절룩대기도 하지만, 이걸 흠잡는 사람이라면 1960년대에는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The Gift”는 ‘가사를 종이에 적어서 보고 읽었나’라는 생각이 들고, “Hey Mr. Rain”은 ‘소닉 유쓰 못지 않네’라는 흐뭇한(?) 감흥에 젖고, “Venus In Furs”에서 비올라 소리를 들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고, “Sweet Jane”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에어 기타를 연주하면서 발을 구르게 되고, “Heroin”을 들으면 애꿎은 담배만 계속 피워 물게 된다. 이 정도만 하자. 아, 하나만 더. ‘록스테디(rocksteady)’라는 표현에 딱 들어맞는 리듬 파트는 단조로운 반복의 묘미를 ‘생음’으로 들려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주요한 요소였으면서도 종종 간과된’이라는 관습적 평은 사족일 뿐이다. 그래서 결론은? ‘전설적 밴드의 재결합’은 한번에 그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재결합한 뒤 계속 활동했다면 이 앨범의 가치도 그만큼 작아질 테니 말이다. 20010125 | 신현준 homey@orgio.net 7/10 P.S. 3일 동안의 공연 실황을 담은 이 앨범에는 두 종류의 버전이 있다. 하나는 공연 전체를 담은 두 장 짜리 디스크 세트이고, 다른 하나는 하이라이트를 모은 한 장 짜리 디스크다. 두 장 짜리 디스크 세트에는 한 장 짜리 디스크에 수록된 트랙이 모두 수록되어 있으므로 별도로 구매할 필요는 없다. 가격은 당연히 두 장 짜리 디스크 세트가 한 장 짜리의 2배인데, 국내에서는 매장의 착오로 인해 두 장 짜리 세트를 한 장 가격에 판매한 적이 있다. 지금은 그런 뜻하지 않은 행운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계산대 앞에서 초조해 하다가 계산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매장을 떠난 기억이 새롭다. 수록곡 [Double Disc Version] Disc 1 1. We’re Gonna Have A Real Good Time Together 2. Venus In Furs 3. Guess I’m Falling In Love 4. After Hours 5. All Tomorrow’s Parties 6. Some Kinda Love 7. I’ll Be Your Mirror 8. Beginning To See The Light 9. The Gift 10. I Heard Her Call My Name 11. Femme Fatale Disc 2 1. Hey Mr. Rain 2. Sweet Jane 3. Velvet Nursey Rhyme 4. White Light/White Heat 5. I’m Sticking With You 6. Black Angel’s Death Song 7. Rock & Roll 8. I Can’t Stand It 9. I’m Waiting For The Man 10. Heroin 11. Pale Blue Eyes 12. Coyote [Single Disc Version] 1. Venus In Furs 2. All Tomorrow’s Parties 3. Some Kinda Love 4. The Gift 5. After Hours 6. Sweet Jane 7. Rock & Roll 8. I’m Waiting For The Man 9. Heroin 10. Pale Blue Eyes 관련 글 The Velvet Underground [Bootleg Series Volume 1: The Quine Tapes] 리뷰 – vol.4/no.3 [20020201] The Velvet Underground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리뷰 – vol.4/no.3 [20020201] The Velvet Underground [White Light/White Heat] 리뷰 – vol.4/no.3 [20020201] The Velvet Underground [The Velvet Underground] 리뷰 – vol.4/no.3 [20020201] The Velvet Underground [Loaded] 리뷰 – vol.4/no.3 [20020201] The Velvet Underground [VU]/[Another View] 리뷰 – vol.4/no.3 [20020201] 관련 사이트 The Velvet Underground 비공식 사이트 http://www.velvetunderground.com http://www.velvetunderground.co.uk http://members.aol.com/olandem/vu.html http://outland.cyberwar.com/~zoso/velv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