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16025640-0402fela-2-liveFela Ransome Kuti & the Africa 70 with Ginger Baker – Live! – MCA, 2001

 

 

아프로비트가 젊었을 때의 소리

만약 이 앨범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면, 고전 록(classic rock)의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크림(Cream) 및 블라인드 페이쓰(Blind Faith)의 멤버이자 ‘세계 3대 드러머’로 꼽을 진저 베이커(Ginger Baker)의 이름이 아티스트의 이름으로 올라있기 때문일 것이다. 펠라와 진저 베이커가 만난 것은 1960년대 후반 펠라가 런던에 체류하던 무렵이었고, 진저 베이커는 1970년 나이지리아를 직접 찾아와서 이 라이브 공연을 가졌다. 1970년이 펠라가 이민자 생활을 청산하고 나이지리아에 완전히 귀국한 해라는 점도 알아두면 좋을 정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앨범에서 진저 베이커의 비중은 그리 크지는 않고, 몇 트랙에서는 연주하지도 않았다. 앨범 타이틀에 진저 베이커라는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는 것은 ‘나이지리아 음악’에 생소해 할 록 음악의 청중을 위한 ‘배려’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또한 음반의 주인공은 펠라 쿠티 혼자만도 아니다. 이 앨범은 ‘아프리카 70’이라는 밴드로 안정화된 뒤 레코딩한 최초의 공식 음반이고 따라서 아프로비트가 형성되는 양상을 볼 수 있는 텍스트다.

젊은 시절의 펠라(당시 32세)의 작품인 데다가 라이브 연주이다보니 이 앨범은 에너지가 넘친다. 트랙의 길이는 최소 7분부터 최대 13분에 이르지만 활기 넘치는 연주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미국에 건너갔을 때 블랙 팬더당과 관련된 인물로부터 흑인 급진주의의 영향을 받은 직후라서 활기를 넘어 혈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무엇보다도 바리톤의 음조이지만 고음으로 외쳐대는 펠라의 거의 랩에 가까운 보컬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해가 갈수록 곡의 연주시간이 길어지는 사실을 아는 이라면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펠라의 아프로비트의 전형이 만들어지는 1970년대 중반 이후의 작품들과 비한다면 예의 여성(혹은 혼성) 백킹 보컬도 없고 악기편성도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에 트럼펫, 색서폰, 콩가 정도만 더하여 단촐하게 이루어져 있다. 그래도 사운드는 ‘면전을 때리는(in-your-face)’ 훵크의 미학을 예시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날 것 그대로다. 두 대의 드럼과 콩가의 합주로 만들어내는 폴리리듬은 ‘원초적이면서 세련되었다’는 표현이 말이 되는 것을 보여준다. 그 위에서 펠라는 오르간, 색서폰, 보컬을 분주히 오가면서 솔로 연주를 한다. 이는 펠라의 트레이드마크지만 여기서만큼 그의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업템포의 “Let’s Start”와 “Ye Ye de Smell” 등도 좋지만 이런 트랙이 좀 낯설다면 “Black Man’s Cry”는 비교적 익숙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씽커페이션 강한 댄스 그루브와 기타와 베이스와 트럼펫의 합주의 묘미를 느끼면서 감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반부와 종결부에 나오는 vi – V – IV – III(예를 들어 Am – G – F – E)의 코드 진행을 가진 캣치한 혼 섹션은 흑인음악의 황금시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아프로비트가 통상 ‘박진감있으면서도 최면적인(driving and hypnotic)’이라고 표현된다면, 이 음반은 덜 최면적인 대신 더 박진감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공연은 아니지만) 1970년 나이지리아를 찾아 펠라의 공연을 본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놀랐다. 제임스 브라운의 밴드에 들어가기까지는 JB’s가 나의 No.1 이었다. 그렇지만 펠라와 그의 밴드를 본 다음에는 다른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들의 연주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이제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세계였다. 그리고 더 깊은 필링이 있었다. 그때만큼 깊은 필링을 느꼈을 때는 없었다.” 콜린스는 당시 17세의 소년으로서 제임스 브라운의 밴드 JB’s에서 베이스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라이브 앨범 [Sex Machine](1970)에서 베이스를 연주한 그 인물이다. 20020114 | 신현준 homey@orgio.net

9/10

* 1971년에 Celluloid 레이블에서 최초 발매되었다. 2001년에 MCA/Universal에서 재발매한 CD에는 진저 베이커와 토니 알렌의 16분 동안의 드럼 솔로가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되었다. 드럼을 연주하는 사람에게는 모르겠지만 일반 팬에게는 다소 지루해서 ‘성의없는 재발매’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물론 이 음반을 처음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지적은 사족이다.

수록곡
1. Let’s Start
2. Black Man’s Cry
3. Ye Ye de Smell
4. Egbe Mi O (Carry Me I Want to Die)
5. Ginger Baker and Tony Allen Drum S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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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MCA 레코드사 – 펠라 쿠티 페이지
http://www.mcarecords.com/ArtistMain.html?ArtistId=237
펠라 쿠티 관련 기사 “From the foot of The Shrine”
http://www.afribeat.com/archiveafrica_fela.html
펠라 쿠티 상세 디스코그래피
http://biochem.chem.nagoya-u.ac.jp/~endo/EAFela.html
펠라 쿠티의 죽음을 다룬 기사 “Africaman Original” (Carter Van Pelt)
http://incolor.inetnebr.com/cvanpelt/Felaweb/africaman.html
MCA Records의 쿠티 부자 음반 발매 관련 기사 [Urban Spectrum on the Web] http://www.urbanspectrum.net/music.html
페미 쿠티 인터뷰 [Ink Blot Magazine] http://www.inkblotmagazine.com/Interviews/int_Femi_Kuti.htm
페미 쿠티 관련 기사 [BostonHerald.com] http://www.bostonherald.com/entertainment/music/katz1102200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