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Jews – Bright Flight – Drag City, 2001 시대를 벗어난 유유자적한 몽롱함 1990년대의 미국 인디 록의 어떤 경향으로서 로파이(lo-fi)를 언급한다면 분명 몇몇 공통점으로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다. 소닉 유쓰(Sonic Youth)를 논외로 한다면 1990년대 인디 로파이의 가장 대표적인 주자들인 페이브먼트(Pavement), 세바도(Sebadoh), 벡(Beck) 등은 종종 그들의 음악적 재료로 포크나 컨트리와 같은 전통적인 음악을 재료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음악을 후티 앤 더 블로우피쉬(Hootie & The Blowfish) 같은 밴드와 동일한 카테고리에 넣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이들의 전범은 1980년대의 미트 퍼피츠(Meat Puppets, 특히 2집)나 캠퍼 밴 베토벤(Camper Van Beethoven) 등이 행했던, 원형의 훼손을 통한 다른 감수성의 발현을 노리는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페이브먼트의 스티븐 맬크머스(Stephen Malkmus) 등이 참여한 실버 주스(Silver Jews) 역시 이와 유사한 선상에서 평가될 여지가 있다. 다만 이들의 음악은 간간이 컨트리 팝에 가까운 느낌을 줄 정도로 좀더 그 음악적 원형을 훼손시키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가지 유의할 점은 루 밸로우(Lou Barlow)의 센트리도(Sentridoh)나 포크 임플로전(Folk Implosion)처럼 이들도 맬크머스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인데, 실제로 밴드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은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데이빗 버먼(David Berman)이라는 인물이다. 1989년 버먼과 맬크머스, 밥 내스터노비치(Bob Nastanovich)를 주축으로 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름은 항상 페이브먼트와 연결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한편으로는 페이브먼트의 성공([Slanted & Enchanted])이 이들의 재결성 혹은 정식 레코드 데뷔를 돕기도 한 셈이다. [American Water] 이후 3년 만인 2001년의 말미에 발표된 실버 주스의 신보 [Bright Flight]은 1996년작 [The Natural Bridge] 에 이어서 두 번째로 스티븐 맬크머스가 빠진 상태에서 제작된 앨범으로 – 아마도 솔로활동 때문에 바빴으리라는 추측 – 그가 빠진 자리를 대신하여 버먼의 연인인 캐시 매릿(Cassie Marrett)이 백 보컬로 참여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맬크머스가 빠진 두 장의 앨범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밴드적인 성격보다 데이빗 버먼의 솔로 음반과 같은 느낌을 더욱 강하게 준다는 점이다(예외라면 연주곡인 “Transylvania Blues” 정도). 전작들에서도 작사와 작곡을 버먼이 도맡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에서는 [American Water]나 [Starlite Walker] 같은 음반에서 들을 수 있는 분노나 조소가 섞인 듯한 뒤틀린 컨트리 사운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앨범의 주조는 일렉트릭 밴드를 대동한 레너드 코언(Leonard Cohen)의 느낌이다. 이들 음악의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유자적한 컨트리 팝은 이 앨범에서 포크와 적극적으로 결합되었다. 캐시 매릿의 백 보컬이 매력적인 “Tenesse”, 피아노와 리듬 파트의 연주에서 컨트리의 감수성이 여실히 느껴지는 “Let’s Not And Say We Did” 같은 곡들에서 이들의 매력은 여실히 드러나는데, 버먼의 저음의 읊조리는 보컬은 배킹에 철저하게 중심을 둔 어쿠스틱한 연주와 기묘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는 “Horseleg Swatikas”, “Time Will Break The World”(연주면에서 그나마 몇 안되는 록적인 곡 중 하나) 같은 곡들로 이어지며 마치 근래의 닉 케이브(Nick Cave) 같은 싱어송라이터의 계보를 잇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하지만 창법은 루 리드(Lou Reed)에 가까운 것 같기도), 철저히 배경화된 듯한 연주 자체가 종종 보컬을 그대로 끌고 들어가는 느낌도 종종 있다. 전작들의 혁신적이고 독특한 사운드에 비해서 이 앨범을 다소 맥 빠진, 힘이 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앨범의 유유자적한 몽롱함은 미트 퍼피츠의 3집 [Up On The Sun] 이후의 사운드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치 강물을 따라 그대로 흘러가는 뗏목 같은 느낌이랄까…. 어떻게 보면 이는 미트 퍼피츠가 3집 이후 자신들만의 사운드로 고립화되어 들어가는(실험주의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노정을 걸을 것과 유사하다고도 할 수도 있다. 20020110 | 김성균 niuuy@unitel.co.kr 7/10 수록곡 1. Slow Education 2. Room Games and Diamond Rain 3. Time Will Break the World 4. I Remember Me 5. Horseleg Swatikas 6. Transylvania Blues 7. Let’s Not and Say We Did 8. Tennessee 9. Friday Night Fever 10. Death of an Heir of Sorrows 관련 사이트 Silver Jews 공식 사이트 http://www.weeblackskelf.co.uk/cordsu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