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16124342-0402orangepeelsOrange Peels – So Far – spinART, 2001

 

 

냉소가 거세된 인디 팝

오렌지 필스(Orange Peels)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성됐으며 1997년 [Square]로 데뷔했다. 알루미늄 그룹(Aluminum Group), 카디건스(Cardigans), 타히티 80(Tahiti 80) 등이 소속되어 있는 민티 프레쉬(Minty Fresh)에서 발매된 데뷔작은 총기(聰氣)와 생기발랄한 감각을 담고 있는 인디 팝(indie pop) 앨범이었다. [So Far]는 오렌지 필스가 스핀아트(spinART) 레이블로 옮겨 발표한 2집이다. 스핀아트의 소속 뮤지션으로는 애플스 인 스테레오(The Apples In Stereo)가 가장 유명한데, 인디 팝 뮤지션이 소속 뮤지션/밴드의 주류를 이루는 레이블의 특성은 이들의 성격과 기타 여러 가지 이점 등에서 레이블을 옮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앨런 클래프(Allen Clapp)가 작사, 작곡, 제작, 보컬, 기타, 오르간을 담당하고 있는 독재 체제에 가깝다. 물론 래리 윈더(Larry Winther)가 리드 기타를 맡고, 몇 곡의 작곡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미미한 수준이다.

흔히들 인디 록이라고 하면 로파이를 먼저 떠올리지만 이는 오렌지 필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의 사운드가 세바도(Sebadoh)와 페이브먼트(Pavement)로 대변되는 노이즈 록(noise rock)을 토대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제된 기타 톤에서 느껴지듯이 이들은 오히려 트위팝(twee-pop)에 가깝다. 하지만 정서면에서 본다면 트위팝의 달콤하면서 쓰디쓴 느낌, 혹은 냉소와도 그다지 부합되지 않는다. 이는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이들이 다다른 지점이 양쪽 어느 곳도 아니라는 말인데, 여기서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이들에게 인디(indie)라는 개념은 그리 상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오렌지 필스가 이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는 스타일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를 아우르는 선샤인 팝(Sunshine Pop)의 흐름에서 근거를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단지 과거지향적인 것은 아니며 작은 범위 안에서의 시대 공통적인 요소의 차용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리 디자인(Free Design)을 들 수 있는데, 이런 비교는 무리수가 강할 지도 모르지만 오렌지 필스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점은 가사를 들여다보면 상당히 확연해지는데, 곡에서 ‘smile’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나 우울한 정서마저 긍정적으로 포장해내는 부분(“Redwood City”)에서도 감지된다. 이러한 정서는 마치 서프 록(surf rock)을 연상케도 하는데, 이는 몇몇 영미 평자들을 통해 비치 보이스(Beach Boys)가 거론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곡들을 살펴보자면 앨범 전체의 특징인 훅(hook)이 넘치는 상큼한 인디 팝을 대표하는 “Back In San Francisco”와 디스코 리듬의 “Every Single Thing” 그리고 “You’re So Clever”와 “Mazatlan/Shining Bright” 같은 약간은 씁쓸한 트랙들이 귀에 먼저 들어온다. 각 곡들은 뛰어난 멜로디 라인을 가지고 있으며 가끔 양념을 쳐주는 오르간도 돋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서의 조율은 만족스럽지 못한데 아무리 달콤함으로 포장한다해도 완급조절이 가미되지 않는 한 지루함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앨범이 데뷔작이 아닌 두 번째 정규 앨범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미 스타일의 원천에서 새롭게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에) 이 앨범은 이들이 앞으로 멜로디가 더 좋은 곡을 쓰지 못하는 한 한계점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오렌지 필스는 분명 ‘주목받는’ 밴드는 아니라는 것이고, 이들도 이 점은 충분히 깨닫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음악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이들이 현재 인디 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어떤 면에서 스트록스(The Strokes)처럼 상당히 흥미롭다. 왜냐하면 이들은 마이너로서의 자존심이나 실험정신과는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과거의 팝에서 사운드의 근간을 찾고 있는 미국 인디 씬의 한 경향에 대한 예로써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020111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6/10

수록곡
1. Back In San Francisco
2. So Far
3. You’re So Clever
4. Mazatlan/Shining Bright
5. Redwood City
6. The Pattern On The Wall
7. Mystery Lawn
8. Girl For All Seasons
9. Lost In You/I Can See The Planets
10. Every Single Thing
11. The West Coast Rain

관련 사이트
Orange Peels 공식 사이트
http://www.theorangepeels.com
spinART 레이블 공식 사이트
http://www.spinartrecord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