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 마리 이야기 – Universal, 2001 애니메이션보다 더 풍성하고 환타지한 OST ‘반지’의 위력이 평정한 올 겨울. 정말 모처럼 괜찮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나왔다는 소문은 시사회 같은 번거로움도 이겨낼 충분한 요인이 되었다. 우리네 일상에 숨어있는 그림들이 얼마나 환타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적 같은 화면 하나하나, 그 집중과 노력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사물에 대한 따뜻함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더 못 견디게 아쉬웠던… 애정만으로 따라잡기 벅찬 스토리 전개나 아름다움만으로는 공감하기 힘든 구성 등은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프로듀서의 역할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4년이라는 제작기간과 극장개봉이라는 정공법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도약을 꿈꿨던 애니메이션처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 [마리 이야기]도 국내 OST 음반 치곤 보기 드물게 정공법을 택했다. 원작의 화면과 너무나 어울리는 ‘이병우’라는 선택, 단순히 ‘이병우’의 음악에 대한 차용을 넘어 다양한 편곡과 연주들로 새로운 이미지를 이끌어 낸 오리지널 스코어 음악들은 충분히 평가 받을만한 부분들이다. 물론, 이병우의 음악이란 점에 강조점을 찍고 기대 했던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실망’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지만… 이병우의 이름이 찍힌 표지와는 달리, 앨범 안은 다양한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익숙한 기타와 절제되어 더 환타지한 신이경의 피아노, 여리지만 감수성 풍부한 유희열의 보컬, 그것들을 풍성하게 감싸내는데 성공한 수준 높은 스트링과 이주한의 트럼펫이 어우러진 “우리가 사는 곳”은 OST 자체의 높은 완성도를 대변하는 좋은 곡이다. “아이들의 잠수함”에서 드러나는 인간미 넘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피아노의 더할 나위 없이 신선한 조화, “첫만남”의 익숙하면서도 아련한 멜로디, “바다의 비”, “하늘 높이”의 정성어린 스트링, “먼길 떠나는 준호”의 여전히 반가운 이병우의 아르페지오, “에필로그 – 남우의 겨울”의 따뜻하면서도 경건한 신이경의 피아노까지 앨범 전체가 신선하면서도 정성 가득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대사나 장면이 아닌 그림 하나하나의 느낌이 그대로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그림이 주는 느낌을 던져주는, 그 자체로 충분히 회화적인, OST의 질을 한 단계 높인 느낌을 주는 그런 앨범이다. 유희열과 성시경이라는 이름 또한, 앨범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중과 교감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이제는 100% 이병우의 음악을 듣고 싶다는 기대가 아쉬움을 주지만 이 앨범과는 별개의 문제이니 아쉬움 또한 크진 않다. 20020114 | 박정요 jypark@nhncorp.com 7/10 수록곡 1. 프롤로그 2. 우리가 사는 곳 (유희열 노래) 3. 바닷가에서 – 회상 4. 아이들의 잠수함 5. 새들의 등대 6. 낯선 세상 속으로 Part 1 7. 첫 만남 8. 낯선 세상 속으로 Part 2 9. 바다의 비 10. 낯선 세상 속으로 Part 3 11. 하늘 높이 12. 마리와 함께 13. 믿을 수 없는 일(폭풍우가 지나고) 14. 안녕 마리 15. 먼길 떠나는 준호 16. 에필로그 – 남우의 겨울 17. 마리 이야기 (성시경 노래) 18. 마리 – 예고편 Theme 관련 글 신이경 [Forest In The Rain] 리뷰 – vol.3/no.21 [20011101] 이병우 [혼자 갖는 茶시간을 위하여] 리뷰 – vol.3/no.8 [20010416] 이병우 [야간비행] 리뷰 – vol.3/no.8 [20010416] 어떤 날 [1960, 1965] 리뷰 – vol.3/no.8 [20010416] 관련 사이트 애니메이션 [마리 이야기] 공식 사이트 http://www.myma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