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116122159-0402cosmos2코스모스(Cosmos) – One And Only – 석기시대/신나라, 2001

 

 

약간의 실망, 또 다른 기대

코스모스(Cosmos)의 2집은 2001년 11월에 발매되었다. 1집의 발매 이후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그 동안 몇 번의 공연을 제외하고는 코스모스를 만날 기회는 드물었다. 그 동안 1집의 베이스로 참여했던 이원열은 줄리아 하트(Julia Hart)로 옮겨 활동을 시작했고, 정우민은 ‘에레나 정’이라는 예명으로 다른 밴드들의 객원 보컬/키보드를 맡아 활동했다. 어느 여름날의 시골길을 한 쌍의 남녀(김상혁, 정우민)가 걸어가는 코스모스 2집의 커버 사진은 그래서, 왠지 조금은 아련하면서도 슬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이 사진은 인물들보다는 산/들판과 같은 배경이 중심이 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서정주의 록 음악이라는 ‘애매한’ 홍보 타이틀은 이런 이미지에 목가적인 정서를 보탠다. 이것이 1집에서의 향수 어린 사운드가 2집에서는 좀 더 세련되어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은 어딘가 ‘허전’하다. 1집의 감수성이 가장 잘 드러난 “나쁜 피”, 윤병주가 기타 세션으로 참여한 “Rock On”, 비올라 음색과 김상혁의 저음이 매력적인 “Songbird” 등을 제외하고는 앨범에서 도드라지는 곡을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12곡의 수록곡 중에 8곡이 영어 가사로 되어 있다는 점은 노래의 직접적인 감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물론 “Statistics”나 “영등포”, “Beautiful Lady”와 같은 몇몇 영어 곡들의 멜로디와 사운드는 1집의 그것처럼 서정적이고 감상적이지만, 훅(hook)이 부족한 리듬감이 곡을 허전하게 만든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영어 가사에 대해서는 김상혁이 애초부터 영어로 가사를 만든다는 점을 감안한다해도, ‘정서’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이것이 ‘한국적 정서’라는 불분명한 개념과 얼마나 연관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를테면 “Sweet Creature” 같은 곡은 재치 있는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영어라는 점 때문에 듣는 재미가 반감되기도 한다. 물론 몇몇 팬들은 공식 사이트 게시판에 직접 번역한 가사를 올리거나 자신의 해석을 보탬으로서 이것을 밴드와 자신들의 유기적(interactive)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1집과 비교해 아쉬운 부분은 2집 앨범을 김상혁과 정우민이 직접 프로듀싱했다는 점(우정주는 레코딩과 믹싱에만 참여했다)을 고려할 때 어떤 가능성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앨범 아티스트로서 코스모스의 재능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그리고 그에 대한 평가는 아마 다음 앨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개인적으로는 1집의 감수성을 좀 더 예리하게 다듬은 곡들을 만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20020115 | 차우진 djcat@orgio.net

5/10

ps. 특이한 소식은 코스모스의 2집 앨범을 구입하는 사람에게는 1집을 ‘끼워’준다는 것이다. 대형매장에서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절판되었던 1집 앨범을 이런 식으로라도 만나게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수소문해서 힘들게 1집을 구한 ‘어떤’ 팬들은 속상할 지도 모른다.

수록곡
1. Statistics
2. 나쁜 피
3. Guess Girl
4. Much Ado
5. Further
6. 영등포
7. 네 마음의 폭포
8. Beautiful Lady
9. Rock On
10. Plastic Face
11. Sweet Creature
12. Song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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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1집 [Standard] 리뷰 – vol.2/no.8 [20000416]

관련 사이트
코스모스 공식 사이트
http://cosmo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