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 동아기획/서라벌레코드, 1992 인사이딩 아웃사이더(Insiding Outsider) 봄여름가을겨울은 언더그라운드 출신 밴드들 중에서는 드물게 데뷔 당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밴드이다. 김현식의 백 밴드라는 후광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퓨전 재즈라는 장르를 국내에서 최초로 도입한 밴드라는 평가와 함께, 대중적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꽤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물론 처음부터 비판가들은 존재했다. 카시오페이아(Casiopea)에 대한 언급은 이미 1988년 데뷔 당시부터 나오고 있었다(더 비판적으로 나온다면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나 케니 G(Kenny G) – 이 인물도 당대에 역시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 등도 언급될 수 있다). 다만 지금과 좀 다른 점이라면 ‘카시오페이아의 모방 혹은 아류’라기보다는 ‘한국에도 카시오페이아 같은 음악을 하는 밴드가 등장했다’는 식의 시각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일종의 환영에 가까웠고 ‘그래도 우리 음악 풍토에서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값지다’는 평가였다. 약간 다른 각도에서, 김종진의 기타 연주나 작곡이 지나치게 록적이기 때문에 재즈적인 감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들을 퓨전 재즈의 개척자라는 식으로 한정시키면서 김현식 류의 록 발라드 곡이 이들의 음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간과할 필요는 없다. 동시에 보사 노바(명백히 마이클 프랭스의 영향), 훵크(funk) 등도 이들의 초기 음악에서부터 종종 출몰하고 있었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3집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은 퓨전 재즈 밴드라는 기존의 인식을 상당 부분 변화시켜준 앨범이다. 2집의 “어떤 이의 꿈”의 대중적인 성공을 이은 “아웃사이더”,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같은 곡들로 인하여 이들은 인지도는 이제 언더그라운드의 수준을 확실히 넘어선 것이 되고, 음악적인 면에서도 연주곡의 비중이 전작보다 다소 줄어든다(엄밀하게 말하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데, 최소한 재즈적인 측면보다는 록적이고 훵키한 사운드가 전면에 드러난 것만큼은 명백하다). 이미 대중적인 인지도도 확보한 상태에서 이들이 가장 먼저 방송에 들고 나온 곡은 바로 하드 록 “아웃사이더”이다. 강렬한 기타 리프가 전면에 두드러지는 이 곡은 마치 자신들을 인스트루멘틀 퓨전 재즈 그룹으로만 보지 말아달라는, 우리도 힘있는 로큰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트랙 같다. 지금 들어보면 정말 뜨악하고 유치한 가사이지만 나름대로 당시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점도 엿보인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저씨의 관점에서 다시 만들어진 문어체이다).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같은 곡은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같은 형태의 발라드의 맥을 잇는 곡인데 그래도 이 곡의 사색적인 분위기와 가사는 이 ‘아저씨들’의 몸 속에서 체현되어 나온, 구어체에 가까운 것이다. 보컬은 정말 어정쩡한 코맹맹이 소리에서 나름대로 자신의 창법 비슷한 것을 만들어냈거나 혹은 그에 어울리는 악곡을 고르는 데에 성공하게 된 듯하다. 편곡 또한 상당히 깔끔해졌는데, 이는 반면에 다른 음악적 시도가 – 특히 보컬트랙에서는 – 상당히 거세되었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물론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김현식 백 밴드 시절 동료였던 故 유재하의 곡) 같은 명백히 어울리지 않는 선택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도 연주곡들을 들어보면 봄여름가을겨울이 여전히 뛰어난 실력을 지닌(독창성이라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인스트루멘틀 밴드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훵키한 타이틀 곡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같은 곡들에서는 연주만으로 본다면 이전보다도 훨씬 완숙한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당시에는 그리 흔치 않았던 해외에서의 녹음 및 믹싱 작업으로 전작보다도 훨씬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를 얻어내는 데에 성공한 점도 이에 일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주곡들이 전반적으로 썩 인상적이지만은 않다. 이는 단순히 연주곡의 숫자에 관계된다기 보다는 데뷔 앨범의 “거리의 악사” 같은 곡에서 보여주었던 감각적인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숙련화된 만큼 동시에 지나치게 패턴화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음악적으로는 더 화려해졌는데도. 20020110 | 김성균 niuuy@unitel.co.kr 6/10 수록곡 1. 멀리서 보내는 편지 2. 농담, 거짓말 그리고 진실 3. 그대 향한 그리움을 이젠 내게 4.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5. 길고도 말하기 힘든 얘기 6.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7. 나 모르는 한적한 곳에서 8. 그대 사진에 입맞춤 9. Don’t do that, Burt! 10. 아웃사이더 11. 혼자라고 느낄 때 12. 내가 만약… 13. 외로운 사람들 14. 오랜 시간이 흘러 관련 글 봄여름가을겨울 [봄여름가을겨울] – vol.4/no.2 [20020116] 봄여름가을겨울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 vol.4/no.2 [20020116] 봄여름가을겨울 [I Photograph To Remember] – vol.4/no.2 [20020116] 봄여름가을겨울 [Banana Shake] – vol.4/no.2 [20020116] 봄여름가을겨울 [Bravo, My Life!] – vol.4/no.2 [20020116] 관련 사이트 봄여름가을겨울 공식 사이트 http://www.idongamusic.com/Star_Site/ssaw 봄여름가을겨울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Villa/8100/ss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