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 – 와이키키 브라더스 – 2002 끝과 시작의 노래 ‘끝’으로 ‘시작’하는 영화. 보라빛 ‘반짝이’ 의상을 입은 밴드가 ‘마지막 무대 마지막 연주’라는 멘트와 함께 “Europa”를 연주한다. 음악이 더 축축 늘어지게 들리는 건 카메라가 빠지면서 보이는 무대 앞에서 ‘부루스’ 추는 사람들 때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완전히 실패한(듯 보이는) 인생들의 쓸쓸한 초상화. 주변부 인간 군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영화. 쇠락한 온천 휴양지 ‘와이키키’라는 이름은 쓸쓸한 이들의 삶을 투영한 수사로 들린다. 청운의 꿈을 품었던 고등학교 시절, 당시 성공의 등용문 ‘캠퍼스 그룹 사운드’를 이상향으로 삼은 ‘하이 스쿨 밴드’ 소년들의 기세 당당한 모습이나, 조안 제트(Joan Jett)의 “I Love Rock&Roll”을 당돌하고 도도하게 불러 제꼈던, 성우의 첫사랑 인희의 묘한 매력이 세파에 묻혀진 것처럼. 임순례 감독의 전작 [세 친구]와 완전히 다른 캐릭터이면서도 일맥상통한 분위기라고 한다면 지리멸렬하고 보잘 것 없을 듯한 인간 군상을 포착하는 포근하고 넉넉한 그녀의 시선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그들이 부르는 음악이 바로 이들의 낙오되고 쇠락한 ‘삼류 인생’을 대변한다. 한 폼 잡으며 지하세계에서 연명하지만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록 밴드도 아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잡는 사람들을 위한 무드 팝의 재생자도 아니며, TV나 라디오 같은 지상파에서 밀려나 과거 추억용으로만 추방당한 이들의 집성촌 미사리 밴드도 아니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배제되는 삼각지대, 감상이나 품격과는 전혀 거리가 먼 ‘밤무대 백밴드’, ‘행사용’ ‘백그라운드 뮤직’ 재생기일뿐. 노래방/단란주점 사운드에는 예술 정신도 없고 창조적 정신도 없다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 그저 꿋꿋이 살아내는 것 자체로 의미 있노라고 말하는 걸까. 그 때문이다. 김수희의 “남행열차”,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 같은 노래방용이나 ‘가요무대’용 음악, 혹은 옥슨 80의 “불놀이야”와 송골매의 “세상만사”처럼 과거의 유물이나 추억의 앨범 정도로 치부되면 과하다 싶은 노래들로 점철된 것은. 왜 하필이면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희화적으로 들릴 뽕끼 가득한, 정체성이 모호한 음악이냐고, 좀더 다른 음악적 고민이 있었어야 한다고 항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지적은 이 영화속 주인공(같은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사치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니, 주변부 인생을 말하기 위해 대동한 음악이지 않는가. 그들의 인생살이처럼 창조되지 않는 답보적 음악을 채택한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따뜻한 시선으로 고단한 그들을 감싸안는 이 영화는 그들을 희망으로 인도하는 것도 같다.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하필이면!)를,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이 두 사람의 희망가로 낙점시키며.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은 시작되고”라는 한 싯귀가 떠오르는 결말. 희망으로 끝나는 듯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반복이 아닐까. 아득하다. 20011230 | 최지선 fust@nownuri.net 7/10 수록곡 1. 세상만사 – 어린 와이키키밴드(노래 박해일) 2. 불놀이야 – 어린 와이키키밴드(노래 박해일) 3. 컴백1 – 어린 와이키키밴드(노래 박해일) 4. I Love Rock & Roll – 어린 인희(노래 문혜원) 5. 라밤바 – 성인 와이키키밴드(노래 이얼) 6. 사랑사랑사랑 – 성인 와이키키밴드(노래 황정민) 7. 골목길 – 성인 와이키키밴드(노래 이얼) 8. 내게도 사랑이 – 성인 와이키키밴드(노래 이얼) 9. 유로파 – 성인 와이키키밴드 10. 아가씨 – 기태(노래 류승범) 11. 사랑밖에 난 몰라 – 성인 인희(노래 오지혜) 관련 글 2001 영화 음악 베스트 – vol.4/no.1 [20020101] OST [Billy Elliot]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Almost Famous]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O Brother, Where Art Thou?]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High Fidelity]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Moulin Rouge]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Snatch]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Le Gout Des Autres]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Amelie] 리뷰 – vol.4/no.1 [20020101] OST [고양이를 부탁해] 리뷰 – vol.4/no.1 [20020101] 관련 사이트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공식 사이트: 배우들이 부른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http://www.waikikibroth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