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bow – Asleep In The Back – V2, 2001 계속되는 영국의 감성, Awake In The Back! 1997년에 발표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OK Computer] 이후 영국의 메인스트림 록 씬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포스트 라디오헤드’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트래비스(Travis), 콜드플레이(Coldplay), 뮤즈(Muse) 등은 자의든 타의든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포스트 라디오헤드의 수혜와 동시에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한 ‘포스트’의 의미를 실현했는지는 미지수이다. 게다가 20세기를 지나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영국의 록 씬은 체임버 팝이나 포크 씬이 새롭게 각광받으며 또 다른 길을 찾는 듯했고 정작 포스트 라디오헤드를 명명(命名)하게 했던 라디오헤드 본인들은 저 멀리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영국의 ‘Next Big Thing’으로 주목받으며 등장했던 도브즈(Doves)와 머큐리 음악 상을 수상하며 2000년 최고의 밴드로 부상한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에 대한 지지는(비평가 및 팬 모두), 영국의 록 씬에서 비단 라디오헤드 이후 계속되는 영국의 우울한 감성뿐만 아니라 인디/포크 록의 따뜻한 감성 또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2001년의 상황을 보면 스트록스(Strokes)나 화이트 스트라이프스(White Stripes)와 같은 복고적 성향의(게다가 미국 출신인) 밴드들이 각광을 받았고, 자국 내에서도 복고적이며 포크적 성향의 스타세일러(Starsailor)가 최고의 신인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영국 특유의 우울한 감성은 예전에 비해 조금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해 막바지에 주목받고 있는 엘보우(Elbow)는 마치 ‘가장 영국적인 감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얘기라도 하는 듯 자국 내 여러 신인 밴드들을 제치고 당당히 머큐리 음악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엘보우를 ‘포스트 라디오헤드의 포스트'(말장난에 가깝지만)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트래비스나 콜드플레이 등이 보여주었던 비교적 익숙한 감성을 이어받으면서도 그들과는 차별된 방법론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글로 발매된 “Newborn”, “Powder Blue”, “Red” 등은 콜드플레이를 연상시키는 나른하면서도 편안한 공간감을 주는 감성적인 곡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보우의 음악을 이들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앨범 전체적으로 깔린 앰비언트적인 사운드 텍스처나 (때론 트립합적인) 반복적인 진행이 주는 몽환적이지만 지독히 일상적이면서도 도회적인 느낌 때문이다. ‘지독히 일상적이면서도 도회적인 느낌’이라고 한 것은 마치 이들의 음악(그리고 가사)을 듣고 있으면 영국의 한껏 찌푸린 하늘과 회색 톤의 건물들 그리고 그 속에 서있는 어떤 남자의 일상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과도한 감성의 오버나 난해함이 아닌 딱 그만큼의 감성과 사운드를 엮어내고 있다. 절충적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적당함이 더 어울리는 그런 것 말이다. 또 이들은 앰비언트적인 텍스처를 만들어낼 때도 자칫 과도하게 일렉트로닉한 어법을 사용하여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여러 대의 건반악기(아날로그 신서사이저, 키보드 그리고 오르간)들과 퍼커션, 첼로, 색서폰, 금관악기(brass)들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감으로써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싱글로 발매된 곡들과 나머지 곡들 사이에 느껴지는 간극이라든지 싱글로 발매된 곡들이 서로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점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그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진솔하고 현실적인 가사나 그것을 담고있는 사운드는 솔직한 편이다. 드럼과 퍼커션의 반복적인 진행과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의 낮게 깔리는 음색으로 앰비언트적인 음향을 풀어내는 “Any Day Now”를 시작으로 “Red”, “Powder Blue”, “Newborn”, 마지막 곡 “Scattered Black And Whites”로 이어지는 감성적인 곡들과 도입부에서 트립합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Little Beast”, 주술적이고 토속적인 퍼커션의 리듬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담고있는 “Bitten By The Tailfly”, 앨범 수록곡 전체 중에서 가장 공격적이며 음산함마저 느껴지는 “Coming Second” 같은 곡들까지 앨범 커버의 투명한 듯 회색빛이 묻어나는 블루의 느낌처럼 앨범 전체적으로 감성적이지만 우울함을 지닌 곡들을 담아내고 있다. 엘보우를 보면서 ‘포스트 라디오헤드’라는 말장난이 실재(實在)했다면 이제 중간쯤 온 것 같고 그저 말장난일 뿐이었다면 이젠 약발도 다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비단 엘보우의 다음 행보뿐만이 아니라 포스트 라디오헤드의 멍에를 짊어져야 했던 밴드들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물론 누구의 아류라는 문제는 이미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이제 중간쯤(혹은 벗어난) 온 그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것과 그들에 의해 영국 록 씬의 흐름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혹은 세월에 묻혀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반 걱정반) 말이다. 그래서 말장난으로 글을 맺자면 이젠 ‘Awake In The Back’이다. 20011227 | 신지근 seenyeom@orgio.net 7/10 * 국내 라이선스 음반에는 “Can’t Stop”이 수록되어있지 않다. 수록곡 1. Any Day Now 2. Red 3. Little Beast 4. Powder Blue 5. Bitten By The Tailfly 6. Newborn 7. Don’t Mix Your Drinks 8. Presuming Ed (Rest Easy) 9. Coming Second 10. Can’t Stop 11. Scattered Black And Whites 관련 사이트 Elbow 공식 사이트 http://www.elbow.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