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231110951-0401alfieAlfie – If You Happy With You Need Do Nothing – Twisted Nerve, 2001

 

 

‘우울하지만 슬프지 않은 음악’ – 부작용: 졸릴 수도 있음

맨체스터 출신의 5인조 밴드 알피(Alfie)의 데뷔 앨범인 본작은 그들의 EP 세 장에 신곡 두 곡을 합쳐 구성된 컬렉션이다. 알피는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로 유명한 트위스티트 너브(Twisted Nerve) 레코드에 발탁되었는데, 리 고튼(Lee Gorton)의 보컬 때문에 배기 씬(baggy scene)도 자주 언급되곤 한다(이언 브라운(Ian Brown)과 흡사하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이걸 흡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알피를 이야기 하고자 할 때 뉴 어쿠스틱 무브먼트(new acoustic movement)는 일종의 키워드로 차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배들리 드론 보이(Badly Drawn Boy)로 대변되는 (1980년대 [c-86] 컴필레이션 시리즈에 이어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NME)]에서 밀고 있는) 이런 경향이 어차피 미디어에 의한 편가르기에 지나지 않을지 몰라도 – 그리고 팬의 입장에서 자가증식적(自家增殖的) 음악 듣기의 유용함을 말하기 앞서 – 최근 일고 있는 흐름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양상은 과거 1990년대 중반 이후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으로 대변되었던 체임버 팝(chamber pop)의 흐름과는 차별 점을 가지는데 그들이 과거의 재료를 기반으로 현재의 관점을 사유했다면, 현재는 어쿠스틱의 질료(質料)를 바탕으로 화학적 조합을 꾀하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과거의 선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도노반(Donovan)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의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뮤지션으로 도노반이 종종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싸이키델릭 포크 록이 이들의 음악적 자양분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사실로 보인다. 이러한 음악적 기반은 음악의 정서적인 감상에 있어 메리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밀한 개인적 독백과 고소를 담고 있는 알피의 가사와 우울하지만 슬프지는 않은 선율을 지닌 음악은 (지나친 감정의 과잉(?) 혹은 억제가 득세하는 현 상황에서) 충분히 어떤 이들에겐 매력적일 수 있을 수 있기에.

그러나 이러한 측면은 알피에게 접근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밴드 정규 멤버로 첼리스트가 있다는 것만큼이나 재즈에 경도된 베이스 연주자와 드러머가 들려주는 연주는 하나의 틀에 얽매일 수가 없음을 시사한다. 체임버 팝, 싸이키델릭 포크, 재즈, 맨체스터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규정할 수 있는 구획은 무수히 존재한다. 이런 부분들은 구획 짓고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몇몇 평자들에겐 좋은 소재가 될 수 있겠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배합되는 근거는 지극히 화학적이다.

그러한 일리 있는 근거로 싸이키델릭 포크의 성격이 강한 “Bookends”, “It’s Just About The Weather” 같은 곡부터, 스윙감을 느낄 수 있는 “2 Up 2 Down”을 거쳐, 연주의 터치에서 그루브한 느낌이 표출되는 “You Make No Bones”에 이르기까지. 이 곡들에서 앞서 언급한 다양한 요소들은 차용되거나 배합되어 알피라는 명제로 수렴된다. 물론 이는 지극히 표피적이다. 이들의 밑그림은 어쿠스틱이고, 각 요소들은 어디까지나 덧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피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동일한 밑그림을 견지하는 동시대의 밴드들(예를 들어 튜린 브레익스(Turin Brakes),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스타세일러(Starsailor))과 비교할 때 – 비록 이들의 음악이 오리지널리티를 지니고 있더라도 완충에 지나지 않으므로 – ‘자생적 완충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 이러한 부분들은 밴드의 미래를 염려하게 되게도 하는데 특히 데뷔 앨범이 EP 수록곡의 히트곡 모음집이란 점에서 향후 그들이 소스를 더 재치 있게 요리하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밴드로 그칠 위험성이 많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재치에 기대를 걸어 보고 싶은 것은 왜일까.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요소를 재치 있게 조합해내는 이들의 재기(才氣) 때문이 아닐까. 20011223 | 배찬재 focuface@hanmail.net

7/10

수록곡
1. Bookends
2. It’s Just About The Weather
3. James’s Dream
4. 2 Up 2 Down
5. You Make No Bones
6. Umlaut
7. Sure And Simple Time
8. Check The Weight
9. Talking Song
10. Manor House Farm
11. Montevideo

관련 사이트
Alfie 공식 사이트
http://www.alfie-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