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stal Method – Tweekend – Geffen/Outpost, 2001 냉담함 속에 빅 비트 돌아오다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니다. 1997년쯤으로 기억된다. 그 해에 무슨 ‘테크노의 (재)폭발’이니, ‘일렉트로니카 혁명’과 같은 명칭을 붙이는 것은 조금 유치해 보인다. 그냥 그때쯤에, [트레인스포팅]이 개봉되었는데 그 안에 언더월드를 스타로 만든 싱글 “Born Slippy”가 있었고, [세인트], [스폰] 같은 영화의 OST가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특히 [스폰]의 경우 헤비메탈과 테크노 뮤지션의 공동 작업이라는 면에서는 의의가 컸다). 그리고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는 “Block Rockin’ Beats”라는 말로 테크노를 정의하여 빌보드 차트에 올랐고, 정상 정복은 프로디지(Prodigy)의 몫으로 돌아갔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부) 미디어의 과대 포장 – 다음 시대를 짊어질 음악 – 이 뒤따랐고, 항상 그렇듯이 미디어의 과대 포장에 속지 말라는 비판과 경고가 이어졌다. 매체 때문이든지 자신이 원했든지 간에 어쨌든 어떤(나 같은) 음악애호가들은 주류급 아티스트를 넘어서 로니 사이즈(Roni Size), DJ 섀도(DJ Shadow), 퓨쳐 사운드 오브 런던(Future Sound Of London) 같은 비평적 찬사를 받은 아이템, 혹은 아폴로 440(Apollo 440), 벤틀리 리듬 에이스(Bentley Rhythm Ace), 데쓰 인 베이거스(Death In Vegas) 같은 마이너 아이템을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기 전) 수입상에서 비싼 값에 구하고는 행복해했다(물론 ‘다수 대중’들은 이정현의 팬이 되었다). 크리스탈 메쏘드(Crystal Method)의 데뷔 앨범 [Vegas](1997) 또한 그러한 분위기에 덩달아 듣게 된 뮤지션 중의 하나다. 라이선스 발매된 데뷔 앨범과 달리 4년만에 나온 크리스탈 메쏘드의 새 앨범이 국내 수입상에서도 제때 수입이 안 되었다는 이야기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분위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쉰의 탐 모렐로(Tom Morello)가 공동 프로듀스를, 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스콧 웨일랜드(Scott Weiland)가 “Murder”의 보컬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몇 년 전과 같은) 주목은커녕 욕 안 먹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음악은 4년 전의 ‘그것’이다. 이른바 ‘빅 비트(big beat)’라고 불린, 록과 트랜스 리듬이 절묘하게 융합된 묵직한 드럼 위에 두텁고 낮은 베이스가 질주한다. 가끔 들리는 샘플링된 목소리는 정말로 ‘테크노’적이다. 처음 세 곡 “PHD”, “Wild, Sweet And Cool”, “Roll It Up”이 크리스탈 메쏘드, 혹은 빅 비트의 전형이라면 네 번째 곡 “Murder”는 데뷔 앨범의 “Comin’ Back”의 모방이다. 물론 이전보다 좀 더 유명한 사람이 노래해 주었고 훨씬 더 듣기 좋아졌다. “Name Of The Game”의 기타 리프는 탐 모렐로의 연주이지만 크리스탈 메쏘드의 음악에 잘 어울리는 톤으로 조정되었다. 아마 지금의 무관심이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유행이 이상과열이었으리라. 순수한 의미의 테크노 음악은 여전히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고 테크노의 기법과 미학이 록과 결합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수많은 아티스트나 디제이가 깊은 인상을 남겼음에도 다음 앨범을 기약하지 못하는 야속한 음악판의 현실을 곱씹어 보면 그들이 두 번째 앨범을 낸 것만 해도 고맙다. 혹시 ‘옛날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을 위해 가십거리이기는 하지만 소개를 해 본다. 데뷔 앨범 [Vegas]는 케미컬 브라더스의 [Dig Your Own Hole](1997)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른 시기와 비슷하게 발매·홍보를 시작했는데 그 때의 광고 문구인 “케미컬 브라더스에 대한 미국의 화답(America’s answer to the Chemical Brothers)”라는 말은 동시에 평론가들의 비아냥이 되었다. 또한 싱글 “Trip Like I Do”가 영화 [스폰]을 통해 유명해진 것도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영화가 [트레인스포팅]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후져서). 그렇지만 이 듀오 – 켄 조단(Ken Jordan)과 스콧 커크랜드(Scott Kirkland) – 는 1993년에 결성된, LA 레이브 씬의 중견이다. 20011224 | 이정엽 fsol1@hananet 7/10 수록곡 1. PHD 2. Wild, Sweet And Cool 3. Roll It Up 4. Murder 5. Name Of The Game 6. The Winner 7. Ready For Action 8. Ten Miles Back 9. Over The Line 10. Blowout 11. Tough Guy 관련 사이트 Crystal Method 공식 사이트 http://www.thecrystalmethod.com